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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Feb 01. 2024

미혼이라면, 우울하다면 크로스핏

(아마 내 말을 듣진 않겠지만...)

나는 미혼도 아니고 우울하지도 않지만, 크로스핏을 1년 가까이 하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크로스핏을 하고 출근을 했다.


내 주변 미혼의 친구들에게 크로스핏을 많이 추천했다.

이성을 만나려는 목적으로 박스에 가라는 얘긴 절대 아니다. 하지만 크로스핏을 추천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일단, 그곳 사람들의 에너지가 엄청 좋기 때문이다.

나도 보통 퇴근을 하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운동이 그렇듯 귀찮고 가기 싫다. 그걸 의지로 이겨내고 그냥 운동도 아닌 고강도 운동을 하려고 모인 사람들이다.


소리를 지를 만큼 힘들게 운동하지만 다들 자신감에 넘치고 밝다. 난 이런 사람들은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사람을 만나야 한다면 이곳에서 찾아보면 거칠게 표현해서 정신이 똑바로 박힌, 정신 건강한 사람을 만날 확률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로, 크로스핏은 협력하는 운동이다.

역으로 이 점을 "그래서 나는 크로스핏이랑 안 맞아. 안 할래." 하는 근거로 삼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낯을 가린다는 둥 시작도 안 해보고 헛소리를 했던 적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협력이라는 것이 친하지도 않은데 갑자기 전우처럼 얼싸안으라는 게 아니다. 각자의 역량에 맞는 운동(와드)을 실행할 때 서로가 배려해 주는 운동이 크로스핏이다. 


내가 운동 후 지쳐있으면 바벨도 대신 소독해 주고, 소리 없이 나와 나의 운동을 지지해 준다. 오늘도 풀업을 하느라 손바닥에 굳을 살이 벨 정도로 아팠는데 어디선가 달려와서 그립 테이프를 건네주었다. 고마움의 대가를 바라지도 않고, 생색도 없다.


소리 없이 달려와서 "저도 손바닥 터졌는데, 얼른 붙이고 매달리세요!"하고 본인 운동하러 간다. 그리고 운동 마치고 나중엔 아직도 테이프 없냐고 쓰던 거긴 한데 하나 가지시라고 통째로 주고 출근하셨다.


좋은 점은 이런 집단 선행(?)이 나에게도 전파된다는 것이다. 정말 초보자일 때는 도움만 받기에도 어리둥절했는데, 요즘은 나도 중초보(?)가 된 터라 아예 처음 운동하러 온 분들이 헤매고 있으면 바벨도 들어주고, 로잉머신도 대신 반납해주기도 한다. 그럼 내가 초보자 때 어쩔 줄 몰라 어색하게 지었던 고마운 표정을 짓는다.


이런 과정에서 주고받는 에너지가 상당하다.

평범한 소통조차 쉽지 않은 요즘엔 더 귀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는 오래 운동한 다른 사람들처럼 몰려다니는 크루도 없고, 회식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그런데 운동이라는 목표 하나로 모여서 서로를 배려해 주고, 성장을 응원해 주는 운동은 크로스핏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끝날 때 매일매일 화이트보드에 나의 기록을 적는데, 이것은 꽤 큰 나에게 보상이 된다.


당신은 하루에 칭찬을 한 번이라도 듣고 사는가?

그렇지 않다면 더더욱 의미 있는 보상과 긍정이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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