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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21. 2023

소심인에게 의외로 딱인 크로스핏

내돈내산 6개월 추가 결제 후기

크로스핏 3개월 차.

여전히 풀업도 푸시업도 잘 되지 않지만 어제 120만 원을 넘게 주고 6개월치 추가 결제를 하게 되었다.


코치님이 반색하며,

"은지 회원님~ 6개월 더 하시려는 거 보니 이제 운동에 흥미가 생기셨나 봐요?"

"아 아뇨... 전혀 아닌데 그냥 하는 거예요."


내 말에 나라 잃은 백성의 표정으로 코치님이 다시 물었다.

"네?? 그럼 꾸역꾸역 하시는 거예요?ㅠㅠ"

"네에... 꾸역꾸역... 뭐든 잘해야 재밌는데...(중략)."



그럼에도 꼴등 주제에(?) 크로스핏 결제를 망설이지 않은 이유가 너무도 많다. 


1. 시간대비 가성비 최고

요가, 1:1 PT를 꽤 오래 해봤지만 잠시의 기분전환뿐 사실상 운동효과는 거의 전무했다. 심지어 그때의 비용을 생각해 보면 거의 6분의 1 가격에 크로스핏으로 인한 운동효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크다. 


2. 타인의 시선과 함께 하므로 대충 할 수가 없음

크로스핏의 특성상 여러 명이 함께하고 모든 이가 나를 감시(?)하는 체계가 잡힌 곳에서 진행된다. 거기에 발성 좋은 코치님의 "은지 회원님~ 더 앉아야죠~ 나이스~"등의 쩌렁쩌렁한 응원과 감시가 추가되므로 딴짓이나 적당히 넘어가려는 요령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3. 단기간에 성취와 응원을 맛볼 수 있음

하루에 우리가 칭찬받고 격려받을 일이 몇 건이나 될까. 

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오늘 칭찬 몇 번 받으셨어요?"라고 물으면, 10명 중 8명은 허망한 마음에 울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렇다. 역으로 나도 누군가를 몇 번 칭찬했을까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 누구나 지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퇴근길에 꼭 크로스핏 박스에 가려고 한다. 

입구부터 "You'll never workout alone."이라는 글귀가 나를 맞아주고, 고강도 운동을 함께 하면서 잘하든 못하든, 심지어 실력이 조금만 늘어도 옆에서 격려해 주는 코치와 동료들이 있다.


어제는 300m 달리기를 총 10바퀴 왕복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코치님도 나와서 손뼉 쳐주시고 서로 파이팅도 외쳐주니까 덜 지치고 성취가 더 크다. 사실 나도 낯가림이 꽤 있는 편이라, 처음에는 너무 서로 관심 갖는 게 부담스러워서 크로스핏 등록 자체를 피하기도 했으나 해보니 긍정적인 에너지를 오히려 받고 있다. 


이런 점에 꽂혀서 강다니엘과 미팅을 할 때 나도 모르게 크로스핏 영업 아닌 영업을 하기도 했다.

"'오늘 하루 나한테 잘했다. 늘었다.'이런 말 들으면 진짜 힐링되더라, 비록 나도 두 달 차 쪼렙(?)이지만 강추한다." 이런 말을 했더니 혼자 홈트 하는 거 외에 운동 싫다던 다니엘이 "오, 진짜 해보고 싶어 졌어요."라고 하기도 했다.


반복된 일상으로 몸보다 마음이 더 지친 나머지, 이제는 몸을 움직일 기력조차 없다고 매일 같이 합리화하는 나와 같은 직장인들이 꼭 해볼 만한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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