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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Jun 16. 2024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유명한 사람은 누구인가?

<세상을 공부하다>를 읽고 떠올린 김점선 화가

출간을 앞두고 추천사를 모으다 보니 평소 무심히 봤던 다른 책들의 추천사에도 유독 눈길이 간다.

나의 경우 감사하게도 방송 출연으로 인연을 맺은 김미경 강사님과 가수 박서진, 강다니엘 등이 기꺼이 추천사를 써주었다.


사실 출간 사실을 알리는 것도 쑥스러웠는데, 모두 활짝 웃으며 진작 낼 줄 알았다고 해주어서 한결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태영의 <세상을 공부하다> 또한 추천사를 먼저보다 읽게 된 책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저자가 학창시절부터 저명한 글로벌 인사들을 직접 컨택하고 그들의 강연이 필요한 곳에 강연을 기획하는 연결자 역할을 하며 본인도 글로벌 인재로 성장한 스토리다.

저자 스스로도 자평하길,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의 이야기다.


과거의 나도 실행력이 뛰어나서 무섭다(?)는 얘기를 듣곤 했다.

가령 오후에 누가 맘에 들면 그날 밤에 고백하는 이런 미친(?) 실행력에 친구들이 절레절레했던 기억도 있다.


이런 쓸데없는 실행력 외에, 내가 궁금했던 사람을 직접 연락해서 만난 첫 인물로 김점선 화가가 있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내가 대학에 갓 입학하던 해에 들어간 고대방송국의 수습작품을 준비하며 직접 섭외한 인물이었다.

김점선 선생님


다큐에서 우연히 처음 보았는데, 더벅머리에 어눌한 말투였지만 유독 반짝이는 눈빛과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선생님의 작품들에 마음을 뺏겼다.

만나고 싶었다.


당장 서점에서 김점선 화가가 출간한 책을 찾았고 맨 뒤에 출판사에 연락을 했다. 출판사 직원이 당황하며 김점선 선생님은 휴대폰도 없어서 책을 집필할 조차 연락이 잘 안 되어서 애를 먹었던 분이라고 했다.


일단 휴대폰이 없다는 직원의 말에도 내가 포기하지 않고 간절함을 어필하자, 마지못해 보내도 답변 없을 거라는 말과 함께 선생님의 이메일 주소와 집 전화번호를 받았다.


이메일 주소를 받자마자 온갖 정성과 영혼을 담아,  “안녕하세요, 저는 피디를 꿈꾸며 고려대 방송국에서 수습 작품을 준비하는 편은지라고 합니다.”따위로 시작하는 메일을 보냈고,

그 다음엔 떨리는 마음으로 선생님의 집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역시 직원의 말대로 낮에도 오후에도 저녁에도 연결되지 않고 음성메시지를 남기라는 기계 안내로 넘어갔다.

며칠째 연락이 안 닿자 반포기하는 마음으로 목소리를 가다듬고 음성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했다.


“흠흠... 김점선 화가님 안녕하세요. 저는 메일을 보냈었던 고려대에 재학 중인...”

“여보세요?!”


갑자기 선생님의 음성이 들렸다.

며칠째 선생님만 생각했더니 환청이 들렸나 싶었지만, 무뚝뚝하고 ‘넌 뭐냐’는 듯한 퉁명스럽지만 정감 있는 말투의 분명 김점선 선생님이었다.


전화를 끊으실까 봐, 길게 설명하지 않고 선생님을 너무 만나 뵙고 싶다고 했다.

선생님 또한 미사여구 없이, “난 인사동에 있어요.”라고만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6미리 카메라와 트라이포드를 바리바리 싸들고 선생님을 찾아가서 인터뷰를 했다.

직접 만나봬니 책으로 본 것보다 훨씬 자유분방 한 분이셨다.


휴대폰도 사용하지 않고, 염색도 물감으로 하고 대충 가위로 머리를 잘라버리고, 음식 차려먹기도 귀찮아서 큰 식빵 한 덩이를 사서 그냥 뜯어먹으며 작업을 한다고 하셨다.

그 모든 게 나에겐 유쾌하고 신비롭고 어른이지만 귀엽기만 했다.


그렇게 수습작품으로 <미친(美親) 김점선>이라는 작품을 만들었고 결과는 보기 좋게 탈락했다.

당시 동기들은 편은지같이 이상한 기획을 했다고 놀리는 친구들 반, 어떻게 진짜 가서 찍어왔냐고 놀라는 친구들 반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탈락보다 값진 경험을 얻었다.

정말 내가 원하면 에너지가 전달되고 누구든 만날 수 있구나 하는 마음말이다.


이 책의 저자도 CNN 앵커나 애플의 부사장도 이메일 한 통으로 만나곤 했다. 단지 저자가 영어가 능통한 명문대생이어서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 대학생들을 널리고 널렸끼 때문이다.


다들 어차피 안 될 거라고, 괜히 시도 해서 거절당하면 창피만 당한다는 걱정에서 못 벗어날 때 눈 딱 감고 실천한 것이다.


나는 감사하게도 KBS의 예능 피디라는 직함을 얻었기 때문에, 정중하게 부탁하면 대부분의 스타나 유명인을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종종 ‘내가 연락해서 만날 수 있을까? 그냥 포기할까?‘라는 나약하고 게으른 마음이 불쑥불쑥 올라온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아무것도 없이 실행력만 있었던 나에게,

더 큰 실행을 할 수 있는 소속과 직함이 생겼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내가 아는 다수를 위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내가 준 것만큼의 대가를 바라는 매처(matcher) 대신, 주면서 자기 효용을 느끼는 기버(giver)로의 삶으로 나아가야겠다.

이런 기버의 삶의 나의 책 출간 또한 힘 있는 첫 동력이 되어줄 것이라 믿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출간될 책 제목은 <덕후가 브랜드에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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