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 리더스포럼 강연 유튜브 영상
<덕후가 브랜드에게>라는 책을 내고 사람들 앞에서 강연을 하게 되면서,
의외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은지원 씨는 팬이었던 사람과 일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혹은 "피디님에게 엄청 고마워하지 않나요?" 하는 질문들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크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것 같다는 점이다.
내가 은지원이라는 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순 없기에 그저 추측이지만 말이다.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다.
일단, 그 시절 H.O.T. 나 젝키 팬이었던 이들이 방송제작업을 하는 경우가 나 말고도 너무 많다.
내 또래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현업에서 일할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그 수많은 '팬이었던' 사람들 중 나는 하나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래도 프로그램 중에 살림남을 손에 꼽을 정도로 너무 좋다고 해주니 그저 뿌듯할 뿐이다.
아마 여기엔 매주 오빠를 편하게 해주는 지영 언니와 오빠가 꿀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는 서진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이제와 헤아려보면 20년도 훨씬 지난,
초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가수였던 젝키.
그때는 정말 순수했기에, 더더욱 현실적 한계도 모르고 적극적이었다.
그 열정은 수학 4점 맞던 나도 명문대에 가게 만들었으며,
소심해서 친구하나 제대로 못 사귀던 나를 콘서트장에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오래전에 품었던 열정이지만,
그때의 순수하고 뜨겁고 간절했던 에너지가 전해져
입사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살림남>이라는 좋은 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사실 매주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이라 그 감사함과 신기함을 잊고 사는 순간이 많지만, 나에겐 분명 기적 같은 일이다.
그 시작은 가요톱텐 좋아하는 초등학생 팬의 작은 마음이었을 뿐이다.
비록 나는 팬이라는 이유로,
아이답지 못하다는 이유로,
아빠한테 꿀밤도 맞고 혼나기도 했지만
누구라도 '팬'이라는 이유로 핍박받거나 멸시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 번이라도 미쳐보거나 설레본 적이 있는 그 경험은
방향만 살짝 틀어도 정말 성공적인 길로 한 사람을 이끌기 때문이다.
몸소 내가 느낀 경험이다.
이런 마음을 담아 했던, KMA 리더스 포럼 강연.
초대해 주신 것도 감사한데, 귀한 영상까지 만들어주셨다.
좋은 기회주신 고태영 연구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강연 영상 유튜브]
https://youtu.be/aiYIYGgLaEk?si=ftIIObQYtpZ3z42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