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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편은지 피디 2시간전

참새 유치원을 믿는 아이의 생일

8년 전 오늘, 아이가 태어났다.

2주나 빨리 예고 없이 낮잠을 자던 중 나오고 싶다는 신호를 준 녀석의 여덟번째 생일이다.


고맙게도 아직도 매일 아침 등교를 손 꼭 잡고 같이 하고 있는데,

워낙 호기심 많은 성격이라 질문이 정말 많다.


"꽃은 왜 인사를 하고 있어?" (그냥 누군가 밟아서 꺾인 것 같은데 잘 몰라서 묻는 듯)

"할아버지는 오늘 왜 없어?" (매일 학교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 주시는 할아버지가 안 보여서 질문)


등등, 글로 옮기니 마음이 몽글몽글해지지만

바쁘고 특히 전 날 새벽에 퇴근한 날은 한 없이 날 서고 피곤한 아침이라 대답하기가 귀찮을 때도 많다.


그중 가장 귀찮았던 질문,

"엄마, 참새들이 왜 이 나무에 다 모여있어?"

한 고등학교 나무에 참새들이 정말 20마리 이상이 짹짹 거리며 유독 몰려있었다.


피곤하고 성 가신 마음으로 진지하게 이유를 고민하다, 그냥 대충 얼버무리기로 했다.


"아 저거? 참새 유치원인가 봐."


내가 뱉어놓고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반응은 의외였다.


"아아~ 그래? 맞네! 그래서 지금은 날아가기 수업(?)을 하는 거였구나~"하면서 눈을 빛내는 아이를 보니 괜히 민망하고 미안해진다.


이제 와서 뻥이라고 할 수도 없고...

난처해하고 있는데, 더욱 신나서 근처에 온 비둘기 보고


(참새보다 덩치가 더 크니까) "저 비둘기들은 중학생이구나~"부터

뒤늦게 날아든 참새를 보고 "저 참새들은 지각생이네, 엄마 지각생이 두 명이야!"라고 신나서 떠드는 초2 아들.


아직 원체 순수해서 잘 속긴 하는데, 속다 못해 너무 몰입하니까 귀엽기도 한데

괜히 짠하기도 했다.


이상하게 너무 순진한 아이의 모습은 참 짠하다. 

이런 마음으로 다른 곳에서 상처받진 않을까 하는 앞선 걱정 어린 마음 때문일까.


암튼 오늘은 생일날이어서 며칠 전부터 디데이를 세며 기대했었는데,

오늘 등굣길에도 아들이 물었다.


"엄마, 참새 유치원은 오늘도 하나? 아니면 휴무인가?"

"글쎄..."


오늘은 나무에 참새가 한 마리도 없는 걸 보고 아들이 말한다.

"엄마 휴무가 맞네! 아무도 없네. 비둘기 중학교는 휴무가 아닌가 봐. 나뭇가지 건너기 수업을 하고 있네."라고 말하는 한결같은 아들.


너의 밝고 순수한 세상이 최대한 길게 유지되길 바랄게.

생일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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