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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돌아 사람인 이유

<사람을 기획하는 일> 출간을 앞두고

by 편은지 피디

결코 자랑은 아니지만,

나만큼 '사람'에 대해 의구심과 시니컬함을 오랜 시간 가졌던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생각할 시간도 많고 조금 삐딱했던 학창 시절에는 '인간'으로서의 허점과 하자에 대해서 긴 시간 고민했다.


대체 왜 사람은 혼자 걷기에도 1년 가까울 시간이 걸릴 정도로 미완의 상태로 태어나며,

두 발로 걷고난 후에도 수시로 쉬게 해줘야 하고 재워줘야 하고 목마르면 수분을 보충해줘야 하는 등 한계로 가득한 존재라는 오만한 생각이 꼬리를 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라서' 하게 되는 크고 작은 실수에도

체념하듯 '어쩔 수 없지, 한계 많은 인간이니까...' 하는 누구도 시키지 않은 시니컬함을 자체적으로 탑재하며 살았다.


그런 내가 성인이 되고 '사람'에 대해 깊이 파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었다.


10년 이상 매주 최소 100여 명 이상의 사람을 마주하면서 각자 성향과 위치에 맞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뚫어져라 관찰해야만 했다.


통일된 나만의 온도와 언어가 누군가에게는 불편하고, 설득이 되지 않는 그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능 피디로서 누군가에게는 조금은 강압적은 어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동정심에 호소하는 표정과 말투가 필요했다.


제 아무리는 나는 같은 사람일지라도 대하는 사람에 따라서 나 스스로 카멜레온처럼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때로는 경극 분장하듯 휙휙 바뀌어야 하는 내 모습이 한심하기도 지치기도 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사람 관찰과 거기서 나온 애정에 따른 자발적인 변모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것이 사람을 주제로 기획해 대중에 선보이고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수순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직업에 한정해서만 필요한 작업이나 능력이 아님을 깨닫게 되어,

사람으로부터 겪는 상처와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겼따.


다행히 출판사에서도 이 마음에 공감해 부족한 필력이지만

나의 솔직한 생각들을 글로 정리해 세상에 선보일 기회를 주셨다.


누구보다 사람에 대해 불신했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사람에 기대고 있는 내가


또 다른 사람이 밉고 싫은 그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질문 링크] https://forms.gle/w4PfVaDTUwAaviPc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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