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말톡 7월호
햇볕이 제법 따가워지는 여름이다. 올해 태어난 망아지들은 난생 처음으로 제주도의 여름을 나고 있을 것이다. 안 그래도 더운 여름인데, 특히 망아지들은 고열이 동반된 폐렴에 곧잘 걸려서 망아지와 보호자 모두가 한여름에 고생을 하기도 한다. 사실, 망아지 폐렴은 드물지 않은 질환이기에 농가에서는 자가 진단과 치료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폐렴의 종류도 다르고 증상도 다르고 치료법도 제각기 다르기에, 7월의 ‘말톡(Horse Talk)’은 ‘망아지 폐렴’ 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준비해 보았다.
왜 망아지에게 폐렴이 잘 생기는가
폐렴은 콧구멍을 통해 들어가는 기도 (숨구멍) 안으로 감염원이 폐에 바로 들어가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사람도 성인보다는 유아나 노인이 폐렴에 더 잘 걸리는데 그 이유는, 감염원이 침투했을 때 면역력과 저항력이 약한 연령대이기 때문이다. 말 역시 성마보다는 아직 면역력이 취약한 망아지가 폐렴에 더 잘 걸린다.
망아지 폐렴이 위험한 질환인가
6개월령 이하의 망아지에게는 폐렴이 비교적 흔하게 생기기에, 통용되는 약을 자가 치료로 먹이다 보면 곧 잦아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사실 망아지 폐렴은 망아지 폐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망아지 10마리 당 1마리가 폐렴에 감염될 수 있으며, 감염된 망아지 중 20%는 폐사할 수 있다.
감염원이 도대체 뭐길래
폐렴의 원인에는 크게 바이러스 감염, 세균성 감염이 있을 수 있다. 바이러스로는 말 허퍼스바이러스 감염 (equine herpesvirus infection), 세균으로는 로도코쿠스 감염 (Rhodococcus equi infection)이 가장 흔하다. 또는 날씨의 급격환 변화나 과밀한 사육, 먼지가 많은 환경 역시 폐렴균이 잘 퍼지기 쉽다.
로도코쿠스 페렴
다양한 폐렴의 원인균 중에서 1~4개월령 새끼말에게 가장 흔한 로도쿠쿠스 폐렴 (Rhodococcus equi infection)에 관해 자세히 알아보겠다. 이 균은 토양에 퍼져있는 균인데 온도가 높은 여름,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특히 확산이 잘 된다. 이 균을 망아지가 흡입하면서 바로 폐에 감염이 되고, 감염된 망아지의 분변은 주위 토양을 오염시킨다.
감염 속도는 느려서 처음에는 증상이 안보여서 폐렴에 걸린 줄 모를 수 있다. 폐에는 농이 생기고 염증이 생기지만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다가, 임계치에 이르면 망아지가 열이 나고, 호흡이 빨라지며, 움직임이 둔해진다. 기침이나 콧물은 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의사가 청진기로 들으면 폐음이 이상한 소견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균이 폐가 아니고 다른 곳에도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부에 균이 침투하면 복부 농양을 발생시킨다. 그러면 발열과 함께 체중 감소, 복통, 설사, 식욕부진이 같이 오며 예후가 더 좋지 않다. 또는 관절에 감염이 갈 수도 있고, 다른 장기에도 농양이 생길 수 있다.
기도의 삼출물 분석을 통해서 세균을 확실히 식별한다면, 그에 맞는 항생제를 투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항생제의 용량과 기간은 수의사의 판단 하에 정확히 이루어져야 한다. 임의로 항생제를 끊거나, 원인균을 모르는 상태에서 맞지 않는 약을 먼저 준다면 오히려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에 더 난항을 겪을 수 있다.
심한 호흡곤란에는 산소 치료가 필요하고, 기관 삼출물을 감소시키는 네뷸라이저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원인균을 바로 파악하고 적절한 약물 요법으로 집중 치료가 된다면 생존율을 70~90%까지 늘릴 수 있지만. 부적절한 치료는 사망률을 80%까지 이르게 하기도 한다.
자마 간질성 폐렴, 기생충성 폐렴, 바이러스성 폐렴
망아지 폐렴이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야 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로도코쿠스 균이 꼭 원인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마 간질성 폐렴은 바이러스 등의 원인체로 인해 폐조직이 급격히 손상되어 호흡곤란이 매우 심각하며, 폐사 가능성이 높다. 기생충성 폐렴은 기생충이 폐를 공격해서 생기는 질환으로 기생충을 없애는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 이와 같이 망아지 폐렴은 원인균을 모르는 채로 임의의 항생제로만 접근하는 것 보다, 원인체 진단을 먼저 감별한 후, 그에 맞는 치료제로 균을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가에서 폐렴을 예방하는 방법
예방을 위해서는 먼지가 없고 통풍이 잘 되는 마사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또한 농가마다 발병률이 다른 것은 토양내 상재균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기에, 매년 발생한 두수와 말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 그리고 감염된 망아지의 분변 등이 노출되지 않도록 다른 말들과 철저한 격리가 필요하다. 또한 증상 발현이 감염보다 늦을 수 있으므로, 망아지 체온과 식욕, 컨디션 추세 체크를 보다 면밀히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