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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 Jan 26. 2024

남편의 두 번째 해외파견

독박..육아라니..!


아이 뒤치닥거리를 끝내고 자려고 누웠다. 사실 아이 재우다 책 읽어 주면서 나도 잠깐 잠들었었는데, 남편이 침실에 들어오는 인기척에 깼다.


'다음주 금요일로 정해졌어, 출국일.'


머뭇거리며 무심코 툭 던지는 그의 말에 내 마음도 툭 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순식간에 몇 년 전 그 때로 시간이 돌아갔다. 공덕 집에서 갑자기 파견을간다는 남편의 선언.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가 현실임을 알고 밤새도록 엉엉 울었던 배불뚝이 임신부. 다음날 퉁퉁 부었던 눈이 지금도 생생한데.


엊그제 6살이 된 아이를 데리고 병원 방문 때문에 공덕에 갔다. 아이에게 소개해 준 그 골목에서 출산때문에 휴가나온 남편을 맞이했었는데. 까맣게 타버린 그의 얼굴이 낯설고 반가웠던 기억. 태어난 지 3일 된 아이를 안고 또 이별하던 모자동실의 출입문 앞이 모두 생생하다. 이제서야 겨우 아이가 아빠와 더 친해진 것 같은데,


이 짓거리를 또 해야 한다니.


해외 파견에 손 들면 어떨까라는 말에 동의했던건 나지만 막상 이렇게 날짜가 정해지고, 생각했던 계획과 다르게 빠르게 출국해야 하니 심기가 불편해진다.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남편 커리어에도 좋은 방점이고 경제적으로도 세이빙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며칠 더 여유롭게 시간을 갖고 아이랑도 시간도 더 보내고 시댁에도 찾아뵈려고 했는지 그것도 어렵게 됐다. 혼자서 아이를 케어하며 샤워조차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지만 어떻게든 될꺼라며 호기롭게 말했던 과거의 내가 밉다. 그리고 아이를 본인이 등원시키고, 나도 출근시키고 자기는 혼자서 공항 갈꺼니 휴가쓰지 말라는 말. 나는 남편을 미지의 세계로 돈 벌러 보내버리는 나쁜 와이프가 된 것만 같다. 말을 해도 참 곱게 하는 그가 야속하다.



어렸을 때 부터 이별에 힘들어했던 나였다.

지방에 사는 친척이 잠시 며칠 묵다가 갈 때도 뭐가 그렇게 세상 서러웠는지 눈물을 흘렸더랬다. 차라리 내가 떠나는 사람인 게 낫지 보내는 역할은 도저히 내 적성에 안 맞다. 가는 사람은 정신 없으니 생각도 안나겠지만 남은 사람은 일상 마이너스 떠난 이 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텅 비어버리잖아.


게다가 이번 달은 회사 특성상 동료들이 대거 떠나고 새로 부임하는 턴오버 기간이기도 해서, 보스도 바뀌고 너무 많은 변화가 있다. 일적으로 개인적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예상이 되니 그래서 더 심적 부담감이 생긴 것 같다. 여러 사람과 새 생활에 새롭게 적응해야 한다. 남편의 부재시에는 아파서도 안 된다. 피곤할 수도 없다. 나는 독박 워킹맘이니깐.


남편 없이 이 에너지 넘치는 아이를 잘 케어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 잠을 청할 수 없는, 어느 날 새벽 5시에 내 감정을 글에 토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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