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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d A Bio Nov 11. 2021

[인터뷰]‘식구’라는 단어가 괜히 있는 건 아닌가 봐요

가족(Family)

Q1. ‘가장 흔하고 보편적인 4가지 단어’ 시리즈. 마지막 키워드는 바로 ‘가족’입니다. 첫 번째 질문으로 수민 씨는 ‘가족’하면 어떠한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평소 저희 가족의 모습을 생각해보니 가족 구성원 모두가 긴 식탁에 둘러앉아서 저녁을 먹는 장면이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식구'라는 단어가 괜히 만들어진 건 아닌 거 같아요.(웃음)

Q2. 수민 씨의 가족들은 자신에게 어떤 사람들인가요?

'내가 편하게 도움을 청할 수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들'인 것 같아요. 평소 저는 무엇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힘들어해요. 그 과정에서 낯선 사람들을 대해야 할 때 특히 더 힘들어요. 그럴 때마다 부모님, 형, 누나에게 질문을 해서 도움을 받았어요. 인생 후배로서 도움을 청하는 거죠. 반면에 동생들에게는 인생 선배로서 제가 도움을 주기도 해요.


Q3. 수민 씨의 가족들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7남 3녀 중에서 셋째로 태어났어요.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아버지, 어머니, 형, 누나, 저 그리고 동생들 일곱 명을 합해서 총 12명이나 되는 인원이 한 집에서 살고 있어요. 제가 생각해도 저희 가족은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10남매가 태어나면서 누구 하나 모자란 부분 없이, 아픈 부분 없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아요. 형과는 어렸을 때 많이 티격태격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가 많이 대들었죠. 지금은 서로 배려하고 재미있는 일도 많이 공유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누나는 저랑 1살 차이예요. 그래서 어쩌다 보니 유치원/초/중/고등학교를 다 같이 다녔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 많이 도와줬어요. 누나한테는 고마운 마음이 커요. 반면에 넷째 동생에게는 너무 미안해요. 어렸을 때 자주 화내고 괴롭혔어요. 넷째 동생은 어머니를 도와 집안일도 많이 하고 동생들 밥도 자주 차려주는 기특한 동생이에요. 다섯째는 여동생이에요. 평소에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밝게 지내는 동생이에요. 여섯/일곱/여덟째는 연년생이라서 셋이서 잘 놀아요. 집이 시끄러운 주원인이죠. 매일매일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놀아요. 언뜻 보면 세 쌍둥이 같아요. 아홉째도 여동생이에요. 남자 동생들 사이에 끼어서 조금은 힘든 위치에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교가 많아요.(흐뭇) 막내는 저랑 13살 차이가 나요. 막내라는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항상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고 있어요. 가정에서 형, 누나들에게 보고 배운 것이 있어서 가끔씩 '애늙은이'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해요. 유치원생 때는 동갑내기 아이들을 혼내기도 했대요.

Q4. 다시 생각해봐도 10남매는 정말 신기하네요. (감탄) 주변에 이렇게 형제자매가 많은 분을 본 적이 없어서 더욱 궁금해지는데, 이렇게 가족들이 많은 것의 좋은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첫 번째로는 외롭지 않은 점이 좋아요. 평상시에도 집이 시끌벅적하고 외롭지 않은 점도 있지만 나중에 저희 남매들이 모두 성인이 되어 뿔뿔이 흩어져도 명절이나 가족 행사가 있을 때에 모두가 모여 풍족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두 번째로는 든든한 버팀목이 생겨요.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 점점 느끼고 있지만 나중에 막내까지 성인이 되고 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사회에서 어떠한 분야를 맡아 일을 할 것이고 각자의 분야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있으면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많이 느끼고 있어요. 또한 인맥도 더욱 넓힐 수 있겠죠. 가족들 중에서 누군가 어려움에 처하면 모두가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해 줄 수도 있고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 최선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5. 반대로 너무 많아서 불편했던 점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저희 가정 상황에 불만이 있었어요. 대부분이 학창 시절 때였죠. 어렸을 때 형, 누나, 동생들 사이에 끼어서 매일 다투고 울고 혼나는 것들은 기본 옵션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정신적이나 물질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랬었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주변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다녔어요. 초등학교 2학년 때는 폴더폰을 가지고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어요. 중학교 1학년 때는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이 반에 저밖에 없었어요. 닌텐도가 가지고 싶었을 때 아버지께 사달라고 많이 졸랐었어요. 하지만 결국 안 사주셨죠. 지금 생각하면 무리한 부탁이긴 했어요. 아무튼 다자녀를 키우면서 더욱 여유가 없어진 환경에 저는 불만이 많았어요. 그때는 어린 마음에 많이 속상했어요. '왜 나는 이런 가정에 태어났지?', '나도 평범한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성인이 되어서 여유도 생기면서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유난을 떨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우리 가정에 매우 만족하고 있어요.


Q6. ‘가족’. 누구보다 먼저 떠오르는 ‘부모님’. 수민 씨의 어머니, 아버지는 수민 씨에게 어떤 분들이신가요?

저는 어머니, 아버지를 저를 둘러싸고 있는 '벽'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불만이 많던 시기에 무엇인가 해보려고 하면 부모님께 가로막혔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고 나서 성인이 되어 보니 그 벽이 세상으로부터 저를 보호하는 벽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조금은 강압적인 교육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항상 저희를 사랑으로 대해주셨거든요. 어머니는 10남매를 하나하나 다 신경써주기가 쉽지 않은데 잠도 잘 못 주무시면서 육아를 하는 일상을 20년 넘게 하고 계세요. 그렇게 육아생활을 하시면서도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셨어요. 아버지도 정말 강한 분이세요. 10남매의 가장으로서 그 무게감이 어떠할지는 저는 상상도 못 하겠죠. 요즘 들어 조금씩 나이를 드신 어머니,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Q7. 마지막으로 소중한 가족들에게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말들.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못했지만 누구 하나 별 탈 없이 건강하게 나와 잘 지내주어서 고맙고 앞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다가 올 일들을 모두가 힘을 합쳐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평범하게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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