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드 모파상 《여자의 일생》 1883년 프랑스 | 이동렬 옮김, 민음사
(p.342) 또 때때로 그녀는 자기가 늙었다는 것, 자기 앞에는 음울하고 고독한 몇 해 세월 말고는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것, 자기의 길은 이제 다 걸어왔다는 것을 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럴 때면 그녀는 옛 이팔청춘 시절처럼 마음속으로 달콤한 계획들을 세워보고, 매혹적인 미래의 조각들을 맞춰 보기도 하는 것이었다. 뒤이어 냉혹한 현실감이 그녀를 덮쳐왔다. 그러면 무거운 물건이 떨어져 허리를 부러뜨리기라도 한 듯, 그녀는 욱신거리는 사지를 일으켜서 올 때보다 더 천천히 집을 향해 걸으면서 "오, 미친 노파! 미친 노파!"하고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