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속 물리법칙, 첫 번째 이야기
관성의 법칙은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1법칙으로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을 말한다.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한 채로 있으려고 하며 운동하던 물체는 등속 직선운동을 계속하려는 것이다. 달리던 차가 급정거하면 앞으로 넘어지거나 브레이크를 급히 밟아도 차가 앞으로 밀리는 경우, 트럭이 급커브를 돌면 가득 실은 짐들이 도로로 쏟아지는 경우, 컵 아래의 얇은 종이를 갑자기 빠르고 세게 당기면 컵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현상 등등 우리 주위에서 나타나는 관성의 법칙의 아주 많다.
관성의 법칙에는 중요한 전제가 하나 있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이라는 것이다. 결국 무언가 변화가 있기 위해서는 반드시 0이 아닌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을 운동법칙으로 한정하기엔 그 의미가 매우 심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도 관성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다. 부지런하게 살 때는 진짜 부지런하게 살았는데 게을러지기 시작하니 게으른 상태가 쭉 유지되고 있다. 영어 공부를 해보겠다며 5시에 기상하던 시절에는 그렇게 사는 게 당연하다 여겼는데, 오전 내내 잠잘 수 있는 환경이 되니 또 오전 내내 잠만 자고 있었다. 어떤 외력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인가?
사실 나는 외력이 0인 상태에 살고 있지 않았다. 지구에 사는 한 절대 벗어날 수 없는 힘, 바로 중력이다. 내가 매일을 힘들이지 않고 살아도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면 외력이 0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중력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나한테 서있기보다는 앉기를, 앉기보다는 눕기를 강요하고 있는데 나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중력에 굴복하는 경우가 많았고,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가 작용하는 외력이 0이 아니었던 것이다.
중력에 무릎 꿇어버린 이상태를 다시 내가 원하는 부지런하고 활동적인 상태로 돌리려면 처음에는 중력보다 큰 힘을 주어 운동 상태를 변화시켜야 한다. 힘을 계속 써야 하니 등속 운동이 아니라 가속도 운동을 하도록 해야 하고 내가 주는 힘에서 중력을 뺀 알짜 힘이 0보다 큰 운동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온 뒤에도 최소한 외력을 0으로 만들려면 중력과 팽팽하게 줄다리기할 정도의 힘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 오늘의 결론이다.
나는 매일매일 중력과 싸우고 있고, 나의 관성을 돌아보고 있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중력에 맞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정지해 있던 나의 관성을 움직임으로 바꾸어본다. 나의 관성을 움직임으로 유지하고자 무엇을 할 것인지 계속 고민하고 하나씩 해 나간다. 그렇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활동으로 가득 채우려고 노력하고, 밤이 되면 하루 종일 중력을 이겨내고 관성을 유지하느라 피곤해진 몸에게 중력에 의지할 시간을 준다. 잠자리에 누워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며 내일은 좀 더 힘을 내어보자고 나 자신을 토닥거린다.
역시 사는 건 물리적으로도 힘이 드는 일이다.
하지만 이왕 사는 거 중력에 지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한번 버텨보자.
마지막 순간엔 결국 질 수밖에 없겠지만 힘이 남아있는 한 버티는데 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