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년 연극부를 추억하며
팔색조 매력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 몸이 쓰러지도록 뭔가에 열중도 해보고 싶다. 요즘엔 연기가 해 보고 싶어진다.
하지원(여배우), 그녀가 부럽다. 연기를 할 때 뿜어져 나오는 내공 은근히 풍겨 나는 카리스마는 그녀의 연기에 대한 열정을 대변해 주는 것이겠지.
무대 위에서 쓰러져라 연기해 보는 것 너무 매력적인 일 같다.
학교 때 연극이란 걸 잠시 해 봤었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배우들의 연기를 대할 때면 나 또한 몰입이 되어 그들의 연기에 빠지게 될 때가 있다. 연륜과 인생 경험이 그들 연기에 녹아들어 있음을 볼 때면 그렇다.
연기하는 사람들. 유명하든 하지 않든 그들만의 삶에서 뿜어져 나오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만의 리그는 항상 보이는 무대이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쌓아져 왔던 인생의 흔적이... 삶의 흔적이 녹아들어 가 나오는 것이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부산에서 찍는 영화에 엑스트라에라도 한번 출연해 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현실적으론 그런 방법 밖엔 없겠지... 지나가는 행인이라 한다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지나가는 행인이 돼보는 것이지. 훗.
8년 전에 이런 글을 적은 적이 있었구나. 어릴 때 잠시 했었던(고등학교 3년) 연극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는... 지금은 꼭 내가 어떤 영화에 출연하고 연극 무대에 올라야지만 된다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나는 이미 현실이라는 무대를 살고 있으니까. 이 현실 속에서는 내가 기획자고, 연출자고 연기자고 때론 스태프가 된다. 그래서 나는 매일의 나만의 무대에서 나를 만들고 다듬어 간다. 나는 이미 나만의 장착 세계, 나만의 예술세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고등학교 땐 연기보단 주로 스탭을 했던 것 같다. 3년간 발성연습, 발음 억양 연습,
리딩 연습 등은 빠지지 않고 늘 했었다. 방과 후 청소를 마치고 나면 부리나케 학교 소강당으로 올라갔다. 다 모이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동그랗게 둘러 모여 발성연습을 한다. 복식호흡을 시작으로 지금도 연습했던 곡들이 잊히지 않는다. 한오백년, 군밤타령, 선구자 등 끝에는 항상 교가로 마무리했었다. 연극부 신입이 되고 난 뒤 선배들한테 엄청 깍듯했다. 학교 내에서 선배들을 마주치면 45도 각도로 “반갑습니다”라는 구령을 함께 붙였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께 보다 더 깍듯하게 인사를 했으니까. 저 멀리서부터 선배가 보이면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고 마음 졸였던 기억이 난다. 혹, 잘못 인사를 하면 어쩌지? 조금 밑 보이는 행동을 하게 되면 어쩌지? 하고. 실제로 그 당시 선머스마 같은 외모를 하고 있었고(짧은 커트머리) 그냥 짓는 표정도 다소 심각한 표정을 많이 지었더랬다.(고민하는) 선배 앞에만 서면 왜 짝발이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랬었다. 그래서 건방져 보인다는 소리도 좀 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연극부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거나 한 달에 한두 번 해이해진 기강을 잡기 위해 선배들의 호출이 있었다. 그때는 바로 엎드려뻗쳐였다. 늘 그렇진 않았지만 거의 한 달에 한두 번은 그랬던 것 같다. 예전 선배 때부터 내려오던 전통이기도 했고 후배들의 건방이 올라올 때다 싶으면 그걸 눌러주는 차원이었던 것 같다.
1학년 땐 거의 다가 스텝만 했다. 그러다 역할을 하나 맡았는데 어찌어찌하다 다른 친구한테 그 역을 빼앗겼다. 2학년 땐 흥부 아들이었는데 5명의 아들 중 아들 2로 나왔다. 아들 2가 독백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무대가 마치고 막이 내려왔을 때 그 당시 스텝을 담당했던 1학년 키 큰 후배가 달려와 나를 덥석 안았다. 선배님, 너무 잘했다며.. 끌어안은 두 사람의 눈에서는 폭풍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3학년 때는 연극부 반장을 맡아 연출을 했다. 그때의 전통으로는 연극부 반장이 항상 연출을 맡아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강단도 부족하고 카리스마도 부족한데 연극부원들이 다 모인 앞에 서서 어떻게 리드를 해 나갔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반장이 되고 연출을 맡게 되면서 나의 지도를 따라 준 부원들과 동기들에게 지금에라도 고마웠단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시민회관 무대 막이 오르기 전 ‘조명인, 음악 큐’ 하던 그때가 오버랩된다. 참 이런 때도 있었구나. 꿈만 같았던 고등학교 3년 시절이 눈앞에 선하게 펼쳐진다.
고등학교 신입생이 되었을 때 각 반을 돌며 동아리 PR을 하던 선배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는 합창부, 방송부, 연극부에 관심이 있었는데 사실 이 학교에 연극부가 그 당시에 꽤나 인지도가 높아있었다. 그래서 연극부에 대한 소문은 익히 알고는 있었고 그래서 연극부를 꼭 들어가야지 하는 마음을 먹고는 있었더랬다. 오디션 날이 되어 연극부가 사용하는 장소 소강당으로 가고 있었는데 방송부도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오디션이 있었다. 그때 살짝이 방송부 오디션이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보러 갈까도 했는데 그 당시 연극부 선배들 중 한 분이 연극부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래서 오디션을 봤는데 100명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10명 안에 든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방송부에도 합창부에도 미련이 남지만 고등학교 3년 동안 연극부에 관한 기억이 제일 많이 남는다. KBS 홀, 시민회관, 문화회관 등 제법 여러 무대에 작품을 올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현실이라는 무대에서 나만의 연출로 나만의 연기로 나만의 끼를 펼치며 살아간다. 그 당시 10명으로 출발했던 연극부 동기들(은숙이, 언녕이, 미현이, 은경이, 정애, 윤정이, 은아, 선주, 국희) 중 세명은 중간에 탈퇴를 했고 7명이 끝까지 함께했다. 7명 중 1명만이 대학로에서 지금 연극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한 번도 이 친구의 연극을 보지 못하고 있어 친구로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때를 생각하면 그저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울고 웃으며 함께했던 시간들, 추억들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과도 같다. 지금쯤 다들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선배, 후배, 동기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떠올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