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다원 Oct 09. 2023

살아온 날들은 기억하는데 현실은?

금방 뭐 했지?

치매는 누구나 찾아올 수 있어요.

언제 어느 때 일지 장담할 수는 없지요.

어느 날 갑자기 본인 메일이 생각나지 않아요.

자꾸만 누군가 물건을 훔쳐갔다고 해요.

화를 자주 내요.

돈이 어디 갔는지 내놓으라고 해요.

남편이 어느 날 전화해서 메일이 뭐야?

어떻게 하는 거야?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인지?

왜 자기 메일을 몰라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다음 메일 아이디와 비번을 문자로 보내 주었어요.

어느 날은 술에 잔뜩 취해 여기가 어디야?

구미 있는 내가 서울에서 술 먹은 장소를 어찌 알겠어요?

아들한테 전화해서 잠실 가서 아빠 찾아보라고 했지요.

생쑈를 했네요.

죽고 싶다고 한 그 말에 놀라 서울서 자취하는 두 아들을 잠실로 보내고 경찰에 신고하고 놀라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결국에는 핸드폰 추적이 동서울이라고 알려주어 아들은 집으로 갔고 걱정만 하고 있었지요.

세 시간쯤 지났을까 집 앞에 택시가 서는데 남편이 내려서 택시비를 주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더군요.

35만 원 카드 긁었네요.

집까지 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서 아들에게 전화했고 전화 왔던 경찰에 무사히 집에 왔다고 연락해 주었지요.

주말부부 12년이 남편을 알콜성 치매환자로 만들었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시월 이십삼 일 아침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