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여 년 전 경제적 자유를 꿈꾸기 시작한 이후 많은 경제 유튜브 채널을 보아왔다. 어느 날부터 내 눈에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는데 닉네임이 ‘자청’이란다. 그분께는 미안하지만 괜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내 마음이 그러했던 이유를 알았다. 질투심이었다. 젊은 청년이 자신이 이루어 온 모든 대단한 것들에 대해서 거침없이 이야기를 하는데 밴댕이 같은 내 마음 깊은 곳의 ‘어떻게 저렇게 자기 자랑을 당당하게 하지?’ 하는 생각에 그가 나오는 영상들은 제대로 보지 않았었다. 아니, 피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우연히 그가 나온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난 후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그의 책이 궁금해졌다. 마침 남편의 회사에서 밀리의 서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길래 자청의 책 ‘역행자’를 읽게 되었다.
그가 자신의 성공과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하기에 앞서 늘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어린 시절 오타쿠처럼 게임만 하는 인생이었고, 너무 가난하여 미래를 꿈꿀 수 없었던 데다, 너무나 열등하여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했었다고.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우연한 기회에 책을 읽기 시작하여 작은 성공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생각했다고 한다. 게임에도 공략집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도 공략집이 있어 그 공략집만 따라가면 인생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겠구나. 그래서 자기 계발서를 200권 읽으며 책에서 길을 찾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는 완전히 업그레이드되어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는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다.
그는 제일 먼저 ‘자의식을 해체’ 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쉽게 말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자기 자신의 단단한 틀을 깨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가 성공을 거둔 분야인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의 마케팅은 유행하기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나 지났고, 그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블로그 마케팅으로 엄청난 수익을 본 사람들 이야기가 들려왔다. 하지만 난 그 분야가 사기 비슷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블로그 체험단이란 돈을 받기 위해 물건을 일부러 좋게 평가해 주는 것이라고, 또 블로그나 인스타의 홍보 또는 광고를 보면 저것 또한 믿을게 못된다고,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덮어놓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내가 그런 분야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저 딴 세상의 옳지 못한 돈의 흐름이라고,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했으므로 어찌 보면 난 이미 이 세상에 도래한 새로운 경제 흐름을 외면하고, 혹시나 내가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를 기회를 놓친 것이었다. 관심이 생긴 지금에서야 그러했던 과거의 내가 많이 안타깝지만 그 당시에는 아마 누군가 너 그렇게 외면만 하다가는 나중에 후회할 거라고, 관심을 가지는 게 어떻겠냐고 충고해 주었어도 내 귀엔 소귀에 경읽는 것으로 들렸을 것이다.
특히나 나와 남편처럼 인생을 나름의 방식으로 충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물결에 편승해야 한다는 말이 이제까지 열심히 꾸려온 과거를 부정하는 것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거기다 돈에 대해서 드러내어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 하는 한국 문화에서 살아온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내어 말하는 것이 좀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살아온 인생만큼 쌓여온 자의식을 깨어야, 쉽게 말해 열린 마음을 가져야, 새로운 기회도 찾아오는 게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청이 역행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말하는 것은 독서와 글쓰기의 힘이다. 이른바 ‘22법칙’으로 명명하는데, 독서와 글쓰기에 하루 2시간을 들인다는 뜻이다. 사실 자청은 그토록 오랜 시간 그토록 많은 책을 읽고 글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아 마땅한 사람이다. 독서를 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매일같이 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나로서는 그를 질투하여 아니꼽게 볼 자격조차 없다.
많은 경제유튜버들이 하나같이 책을 읽고 인생이 변했다고 말한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거부감과 함께 의문이 들었다. 나도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아닌데 왜 인생이 그 방향으로 변하진 않았지? 도대체 어떤 책을 읽었길래 돈이 벌리나? 나의 아버지도 그가 어렸을 때부터 책 읽고 독후감 쓰기를 실천하셨다는데 왜 돈을 못 버셨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듯 이 경우도 그런 것 같다. 그냥 무작정 아무 책이나 읽는다고 독서와 글쓰기를 통해 돈이 벌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목표가 있는 상태에서, 예를 들어 사업을 통해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진 상태에서 그 목표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고, 머릿속에서 정리하여 글을 씀으로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현실에서도 도움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다시 말해 돈이 되는 독서와 글쓰기가 따로 있는 것 같다. 박경리의 토지를 아무리 많이 읽는다 한들 그 책이 당장 사업에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주지는 못할 테니 말이다. 주로 문학, 에세이 등을 많이 읽지 그 외의 분야의 도서에는 관심이 없었던 나로서는, 책을 많이 읽으면 뇌가 최적화되어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궁금하다. 가까운 시일 내에 나도 경험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자청은 그의 책 부록에서 무자본으로 창업하는 아이템까지 떠먹여 주듯 알려주며 돈을 버는 일이 정말 쉽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은 읽으면 읽을수록 쉬운 게 하나도 없다. 먼저 본인이 이야기하는 역행자로서의 7단계를 한 단계도 빠짐없이 차근차근 밟아나갈 것, 독서와 글쓰기 매일 2시간, 사업을 구상하여 실행하는 것, 나의 시간과 노력을 꾸준히 들이는 것, 좋은 인맥을 만들 수 있는 행운까지 겹쳐져야 한다. 이쯤 되면 자청이라는 사람은 오타쿠 흙수저로 20세까지 살았을진 모르겠으나, 원래 그 DNA 속에는 사업가 기질이 다분히 많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아니,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자청피셜 ‘유전자 오작동’ 때문인가..
우리 부부가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아마 지금처럼 적당히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앞으로도 큰 무리 없이 적당히 안락하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나는(우리 남편은 말고) 그렇게 지금처럼 적당히 살고 싶지 않은 게 문제다. 천성이 질투심이 많은 나는 잘된 누군가를 따라 해서라도 지금보다 잘되고 싶다. 지금 현재 나에게 잘된다는 의미는 내가 이제껏 쌓아온 원래 실력(아이들 가르치는 일 외 몇 가지)에다 내가 이제껏 관심 없었으나 현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이나 지식(이 책에서는 온라인 마케팅, 간단한 웹디자인 기술, 동영상 편집 기술, PDF 책 제작, 프로그래밍을 추천한다)을 접목하여 언젠가는 지금보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걸 말한다. 자청이 추천하는 기술 몇 가지는 나도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바라기는, 만약 우리가 부를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을 잘 쓸 수 있는 지혜도 함께 따라오면 좋겠다. 만약 찾아온 부를 잘 쓸 수 없다면, 애초에 부가 나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감당 못할 부는 오히려 불행을 몰고 오기도 하니까 말이다. 자신의 생이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영원히 살고 싶다는 자청만큼은 아니겠지만, 나의 그릇만큼의 부와 알맞은 데 사용할 수 있는 지혜를 얻어서 나도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유롭고 편리하고 행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