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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Jan 27. 2024

환자는 라면을 끊었을까? 끓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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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brunch.co.kr/@doctorkidney/150


라면 자주 먹는 습관을 고민하던 환자가 내원했다. 지난번 진료에서 나쁜 습관을 없애는 방법으로 환경 만들기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라면 쟁이지 말기, 1+1 할인 상품 경계하기. 다소 엉뚱한 습관 처방을 내린 뒤 한 달 만이었다. 환자가 라면을 끊었을지, 끓였을지 궁금했다. 


라면, 끊었나요? 끓였나요? 


-저 한 달 동안 한 번도 먹지 않았어요. 선생님 말이 맞았어요. 안 보이니까 안 먹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과자도 라면도 안 사고 안 먹었어요. 운동도 시작했어요. 


환자는 식욕 및 혈당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처방했던 주사도 중단해 보겠다고 했다. 습관의 힘을 믿어보기로 한 것이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다하는 이유는 그것이 운명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라면에서 시작된 사소한 고민이었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성인이라면 누구나 라면을 좋아하고, 누군가에게는 마땅히 먹어야 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그녀의 고민은 건강한 삶을 향한 작은 신호였다. 환자는 스스로 한 달간 라면을 먹지 않음으로써 할 수 있다는 자기 효능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나의 성공 경험은 또 다른 도전 욕구를 불러온다. 약에 기대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 의존하는 것이 이번 습관 처방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누군가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영광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나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라면을 습관적으로 먹었던 환자가 한 달간 라면을 먹지 않았다는 소식은 다시 화살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나도 자극받았다. 나야말로 환경에 취약한 인간이었다. 진료실에서 환자들이 준 과자, 길거리 음식들, 아이가 먹다 남은 과자 앞에서 쉽게 무너지곤 했다. 


길거리에 호떡 트럭이 오는 날이면 먹고 싶은 생각이 없다가도 쉽게 지나치지 못했다. 꼭 한 개씩은 먹어줘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퇴근길 호떡 트럭이 나올 예정인 시각, 외출을 준비하며 환자를 떠올렸다. 모든 건 환경이 문제다. 길거리를 지나가며 눈을 가리고 코를 막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마침 호떡 트럭에서는 현금만 받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현금을 들고나가지 않음으로써 호떡을 유혹을 물리 칠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울 길거리 호떡을 스치듯 안녕했다. 하지만 삶의 유혹은 계속된다. 


집으로 돌아오자 식탁 위에 아이가 먹다 남은 고래밥 과자가 보였다. 고래밥 과자를 세 개쯤 집어 먹다가 잠시 머뭇거렸다. 밥도 충분히 먹었고, 별로 배고프지도 않았는데 내가 이 고래밥 과자를 먹고 있는 이유는 뭘까. 단지 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환경이 문제다. 평상시 같았으면 한입에 왕창 넣고 순식간에 없어졌을 과자였을 테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과자 봉지 입구를 틀어막아 찬장에 고이 올려두었다. 


이처럼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제 당신도 알게 되었다. 건강한 습관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문제다. 변할 수 있다. 변화를 원한다면 스스로의 의지력에 고대하지 말고 서로의 연대에 기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누군가 건강해졌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받고 부럽다면 이제는 당신 차례다. 그도 했고, 그녀도 했는데 나라고 왜 못하겠는가. 


지금 이 글이 당신의 건강한 삶, 건강한 습관에 계기가 되길 소원한다. 

일단 나를 팔로우하고 구독하는 것부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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