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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터 키드니 Feb 26. 2024

자꾸만 운동을 미루는 당신에게 습관을 처방합니다

" 운동해야 되는 건 알겠는데, 시작이 안되네요. 자꾸만 미루게 됩니다. 운동할 시간이 없어요. " 


당뇨와 고지혈증을 진단받은 하경 씨가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속사포 같은 말을 뱉어낸다. 오늘 혈액검사가 예정되어 있는데 운동도 못했고 전날 과식도 했으니 검사 결과가 안 좋을 거라는 이야기를 둘러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녀가 운동을 못했다는 특별히 강조하는 이유는 지난번에도 운동을 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운동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막상 움직여지지가 않는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당신
당신이 운동을 미루는 5가지 이유 

1. 본능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거부한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새로운 도전이나 변화를 시도할 때 두려움을 느낀다. 운동을 시작하려 한다면 우리 몸은 경고음을 보낸다. " 왜 이래. 움직이지 마, 그냥 원래 하던 대로 누워있어." 뇌의 편도체 때문이다. 편도체는 생존 본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운동을 자꾸만 미루는 이유는 뇌가 보내는 귀차니즘이다. 


2.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 운동을 한다고 해서 내일 우리 몸은 변하지 않는다. 운동을 하면 좋은 걸 알면서도 움직여지지 않는 이유가 지금 당장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한 달간 열심히 운동했어도 체중이 빠지거나 심장이 건강해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없다. 변화가 없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쉽게 포기한다.  


3. 매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매일 하지 않으면 매일 하지 않게 된다. 환자가 먹어야 하는 약 중에는 이틀에 한 번씩 먹어야 하는 약이 있다. 환자들은 매일 먹어야 하는 약 보다 이틀에 한 번씩만 먹는 약 먹기를 힘들어한다. 이틀에 한 번이 아니라 더 자주 거르게 된다. 습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운동도 매일 반복하지 않으면 습관으로 만드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4.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운동은 마음먹고 해야 하는 일, 최소한 1시간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남편은 늘 거창한 운동을 하고 온다. 한번 가면 유산소, 근력 운동을 포함해서 최소 1시간은 거뜬히 한다. 하지만 이 거창한 운동을 한 달에 한 번만 한다는 게 문제다. 완벽을 추구하기 때문에 완벽한 상황에서만 운동하려 한다. 운동 시간 전후로 시간 충분해야 하며 몸의 컨디션도 좋아야 한다. 조금만 시간이 부족해도 몸이 조금만 아플 것 같아도 운동을 하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5. 아프기 때문이다. 

"허리가 아프다, 몸이 안 좋아서 운동을 못했어요." 운동을 못했다는 환자들이 두 번째로 자주 하는 핑계다. (운동하기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다.) 아파서 운동을 못하는 건 당연하다. 열이 펄펄 나거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에는 운동을 쉬는 게 맞다. 하지만 급성기를 제외하고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심지어 걷지 못하거나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도 운동이 필요하다. 다만 강도를 조절하며 운동할 뿐이다. 만약 한 달 내내 몸이 좋지 않아 운동을 할 수 없는 경우라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운동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본능을 거스르지 않는 수준으로 시작해야 하고, 변화가 없어도 계속해야 해야 한다. 미루지 않고 운동하는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당신에게
미루지 않고 곧바로 운동하는 
습관을 처방합니다. 


1. 아주 작은 행동부터 시작한다.  

운동을 하고 싶다면, 편도체가 눈치채지 못하게 아주 조금씩 바꾸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을 하겠다고 2시간씩 운동을 한다면 어쩌면 하루 이틀 정도는 운동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며칠 이내 온몸이 거부한다. 작심삼일 한다. 운동을 하지 않을 핑계를 찾는다. 비가 와서, 추워서, 몸이 좋지 않아서, 피곤하니까, 심지어 어제 했으니까. 운동을 하지 않을 이유는 101가지쯤 된다. 변화를 싫어하는 뇌가 만들어 내는 핑계들이다. 그러므로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작은 행동부터 시작한다. 내가 권하는 방법은 너무나 쉬워서 핑계대기도 힘들 정도의 운동으로 시작하라는 거다. 그래서 걷기를 추천한다. 이때 걷는 행동도 귀찮을 수 있으므로 그보다 더 작은 단위로 시작한다. 가령 '운동화를 신는 것', '운동복을 입는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다. 기존에 하던 행동을 중지시키고 운동을 시작하되 아주 작은 행동부터 출발하는 것. 내 본능이 거부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일을 찾아서 해본다.   


2. 절대시간 10분을 확보한다.   

많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운동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엇이든 습관을 만들고자 한다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루 일과는 규칙적이며 단순하다. 기상 후 글쓰기에 5~6시간을 할애하고, 이후 운동으로 1시간, 나머지 시간에 책을 읽고 음악을 휴식한다. 등단 이래 40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이 가능했던 원동력은 체력에 있다. 운동 습관이 건강을 유지하고 소설작업을 하는데 밑거름이 되어 주었다. 그는 하루에 반드시 1시간은 운동으로 달리거나 수영을 한다. 하루키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하루를 23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동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하루 24시간 중 일정 시간을 떼어 절대 시간을 확보한다. 하루키처럼 거창하게 1시간씩이나 만들지 말고 딱 10분만이라도 좋다. 운동하는 절대시간 10분을 확보한다.   


3. 매일 하는 어떤 행동 뒤에 붙인다. 

매일 해야 습관이 된다. 습관은 질보다는 양이다. 운동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매일 반복하는 것이 좋다. 매일 하면 매일 하게 된다. 매일 해야 하는 일 뒤에 붙여서 반복하면 행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습관화되기 쉽다. 환자들 중에는 존경할 만한 건강한 습관을 가진 분들이 있다. 혈압약을 먹는 90세 장 할아버지가 그랬다. 90세의 나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건강함을 유지하고 허리도 꼿꼿했다. 할아버지에게 장수의 비결을 물으니 그는 매일 운동을 한다고 했다. 날마다 독립문 공원을 걷는다. 은퇴 후 65세 무렵부터 걷기 운동을 시작했는데, 365일 중 운동하지 않는 날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어떻게 그렇게 매일 운동할 수 있을까 물으니, 그는 그저 매일 하는 아침 식사 후 걸을 뿐이라고 답했다. 


장 할아버지처럼 매일 하는 행동 뒤에 운동을 붙여 보자. 매일 글을 써야 하는 하루키는 글쓰기 작업 후 운동을 시작했다. 우리는 매일 기상하고 매일 밥을 먹는다. 이렇게 매일 하는 것에 운동을 붙여본다. 특히 당뇨가 있다면 식사 후 하는 운동이 최고의 운동 시간이다.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에 운동을 하면 혈당도 잡고 운동 습관도 만들 수 있다.   


4. 핑계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둔다.     

나는 미래에 나에게 속은 적인 한두 번이 아니다. 날이 추운 날이면, 비가 오는 날이면 오늘 하루쯤 운동은 건너뛸까라는 생각이 든다. 괜히 나갔다가 건강이 상할지도 모른다. 한파와 장마가 계속되어 이런 날이 하루 이틀 쌓이면 운동은 잠시 또 미루게 된다. 미래의 나를 믿지 않는다. 핑계를 대고 운동을 미룰 미래의 나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손을 쓴다. 잠들기 전 운동복을 미리 꺼내 문 앞에 둔다. 눈을 뜨면 운동복이 꺼내져 있으니 일단 입고 본다. '오늘 운동할까, 말까'라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운동 모드로 돌입할 수 있다. 한파나 장마가 계속되어 야외로 나가는 것이 고민인 날씨라면 멀리 나가지 않는다. 대신 현관문을 열고 아파트 계단을 오른다.        


5. 목표는 체중이 아니라 건강한 습관 만들기여야 한다.  

건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건강은 '몸무게'로 측정되는 값이 아니다. 운동을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운동을 자꾸만 미루지 않는 이유가 당장 얻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운동해도 체중은 줄지 않고 변하지 않는 자신을 보며 쉽게 운동을 포기한다. 이때에는 체중 감량이나 외모 변화와 같은 결과가 아니라 습관 만들기라는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날씬한 몸무게를 가졌지만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반대로 평균을 벗어나는 체중이어도 건강한 습관을 가졌다면 건강한 것이다. 운동의 목표가 건강 습관 만들기가 되면 몸무게 변화와 같은 성과에 집착하지 않게 된다.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2달이 지났다. 운동을 언제까지 미룰 수 없다. 운동 습관 만들기 좋은 날은 오늘 당장이다. 편도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작은 운동부터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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