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건강을 망치고 있었던 수면 습관
상은 씨는 고지혈증으로 2달에 한 번씩 내원하는 40대 여성이다. 1년 전부터 그녀는 살을 빼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녀는 과체중이었다. 현재 체중의 5% 정도 체중 감량이 필요한 상태였다. 본인도 체중 감량을 원했지만 체중은 요지 부동이었다. 우리는 함께 생활 습관을 점검해 보기로 했다.
1. 식습관
그녀는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 2끼를 먹었다. 첫 끼니로 점심은 한식으로 나물과 된장국을 먹었다. 야채를 넣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으며 간식을 견과류를 챙겼다. 가끔씩 과자나 빵을 먹기는 했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2. 운동 습관
그녀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점심 저녁 식사 후 30분 걷기로 하루 최소 5천 걸음은 걷고 있었다. 일주일에 2번은 근력 운동을 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운동도 하고 식습관도 비교적 양호했던 그녀, 그녀가 살이 빠지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잠은 몇 시에 주무시나요?
- 새벽 3시에 자서 아침 8시에 일어납니다.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수면 부족이었다. 상은 씨는 잠들기 어려워했다. 새벽 3시에 잠들어서 아침 8시에 일어나는 것이 일상이었다.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살이 빠지지 않는다.
운동도 하고 식단 관리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이유
잠을 못 자면 살이 찐다
수면 시간이 6시간 이하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체질량 지수가 높고, 비만 위험이 증가한다.
1. 수면이 부족하면 칼로리 섭취가 증가한다
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규모 연구에 의하면 수면 부족한 다음 날 하루 평균 200 ~500 Kcal를 더 섭취했다. 칼로리 섭취가 많으면 쉽게 살이 찌고 비만하게 된다. 반대로 잠만 잘 자도 칼로리 섭취가 줄어든다.
2. 잠을 못 자면 살을 덜 빠지고 근육은 더 빠진다
특히 다이어트 중이라면 수면 다이어트의 효과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도에 발표된 논문으로 과체중 환자 10명을 대상으로 2주간 칼로리 제한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동일하게 식단과 칼로리를 제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주 후 수면 시간에 따라 참가자들이 빠진 체중은 달랐다. 하루 8.5시간의 충분한 수면을 취한 경우 지방은 1.4 Kg 이 감소했다. 반면 하루 5.5시간으로 체중이 부족한 경우 지방은 반도 줄어들지 않았다. 0.6 Kg 만 감소했다. 하지만 빠지면 안 되는 부분- 지방을 제외한 근육, 장기, 뼈은 수면 부족 그룹에서 더 많았다. 충분한 수면을 취한 그룹은 제지방이 1 Kg 감소했으나 수면 부족 그룹에서는 2.4 Kg이나 줄어들었다.
3. 잠을 못 자면 고칼로리 나쁜 음식을 찾는다
수면이 부족하면 과자와 같은 고 칼로리 간식을 찾게 된다. 특히 오후 7시 이후부터 새벽 7시까지 간식 섭취가 증가한다. 밤늦은 시간, 야식을 먹는 것은 또다시 수면 부족을 유발한다. 결국 잠을 줄여 가며 먹는 셈이다.
잠을 못 자면 살이 찌는 이유
항상 배고프다
배고픔을 조절하는 식욕 호르몬 때문
수면은 과학이다. 잠을 못 자면 살이 찌는 이유가 있다. 잠은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렙틴과 그렐린에 영향을 미친다. 렙틴은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 그만 먹게 하고, 그렐린은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촉진시킨다. 충분한 수면은 이 두 호르몬을 조화롭게 한다.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게 한다.
하지만 수면이 부족하면 렙틴이 감소하고 그렐린이 증가한다. 자꾸만 배가 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먹고 돌아서면 출출하다 느낀다.
여기에 수면 부족은 절제를 어렵게 만든다. 평상시에는 잘 참아왔던 음식들- 달고 짠 음식, 지방이 많고 고 칼로리 음식을 갈망하게 만들고 쉽게 폭식하게 된다.
잠을 못 자면 발생하는 건강 문제
수면 부족은 살을 찌게 하는 것뿐 아니라 혈압과 혈당을 올려 만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결국엔 수명을 단축시킨다.
1. 잠을 못 자면 혈압 위험 증가
수면이 부족하면 고혈압 위험이 증가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는 상당히 많다. 보고에 따라서 수면이 부족하면 고혈압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아진다. 국내 연구진은 40살 이상 고혈압이 없는 건강한 성인 1715명을 대상으로 수면 시간에 따라 2.6년 동안 고혈압 발병률을 추적 관찰했다. 조사 결과 수면 시간이 (6시간~ 8시간) 충분한 경우 고혈압 발병은 8.7%였다.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으로 부족한 그룹은 고혈압은 더 많이 발생했다. (15.2%)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수면시간이 충분한 그룹에 비해 고혈압 발병 위험이 1.71배 증가했다.
잠을 못 자면 혈압약 사용도 많아
또 다른 국내 연구에 의하면 이미 혈압약을 먹고 있는 경우라면 수면 시간이 5시간 미만으로 부족한 경우 고혈압 약물 치료 권장량이 1.9배가량 높았다. 더 많은 약을 써야 혈압이 조절되었다는 의미다.
불규칙적인 수면 습관 고혈압 위험 증가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혈압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본 연구는 1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였다. 휴대용 혈압계를 이용하여 수면 시간 시간과 평균 수면 시간에 따라 혈압의 연관 관례를 살펴보았다. 평균 수면 시간이 38분 이상 차이가 나면 고혈압 위험이 11% 증가했고, 수면 시작 시간이 31분 늦어지면 고혈압 발병 위험이 29%나 증가했다. 불규칙적인 수면 습관이 고혈압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수면이 부족하면 혈압이 높아지는 이유
밤이 되면 우리 몸은 휴식 모드에 들어가야 한다. 혈압도 떨어진다. 하지만 잠이 부족하여 지속적으로 깨어있다면 혈압이 떨어지지 못한다. 밤중에도 혈압이 올라가 있게 된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24시간 내내 혈압을 높게 만들고 심장 박동을 상승시킨다. 수면 부족이 하루하루 쌓일 때마다 혈압은 0.5 mmHg 씩, 심박수가 분당 1회씩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하루하루 수면시간이 부족하게 되면 결국 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
2. 잠을 못 자면 혈당 상승 당뇨병 위험 증가
수면 시간과 당뇨병 발병의 국내외 연구 결과는 많다. 공통적으로 수면 시간과 당뇨 발병 연관성은 U 자형 관계가 관찰된다. 짧은 수면 시간이나 긴 수면 시간은 2형 당뇨병의 발병 위험자이다. 당뇨 발병 위험이 가장 낮은 수면 시간은 7~8시간이다.
영국 성인 24만 7천여 명을 대상으로 수면 습관에 따라 당뇨병의 발병 위험은 12.5년간 추적관찰 했다. 연구에 의하면 하루 5시간 미만으로 자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수면이 부족(5시간) 한 경우 충분한 수면(7시간 이상)을 취하는 이들보다 당뇨병 위험이 16% 높았고, 3~4시간으로 자는 경우에는 41%나 증가했다. 참가자들이 건강한 식단을 유지한 경우 당뇨병의 발병 위험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수면 시간 부족과 당뇨병의 발병 위험은 건강한 식단을 하는 경우에도 지속되었다.
수면이 부족하면 혈당이 높아지는 이유
건강한 성인에서도 하룻밤의 수면 부족은 일시적인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수면 부족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여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한다. 또한 잠을 적게 자게 되면 앞서 설명한 것처럼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 (그렐린)이 증가하여 과식이나 폭식을 하게 만든다. 결국 혈당이 높아지게 된다.
3. 부족한 수면 시간 사망 위험 증가
수면 시간과 사망 위험은 J 그래프를 그린다. 2021년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한국에서 공동으로 진행한 대구모 연구에 의하면 수명 시간이 적거나 많으면 사망 위험이 높았다. 하루 6~8시간 이하의 불충분한 수면은 조기 사망 위험을 12% 증가시킨다. 짧은 수면 시간이 사망 위험이 높은 것은 고혈압, 당뇨, 비만 등의 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데에서 기인한다.
뿐만 아니라 잠을 푹 못 자면 면역 체계가 떨어져 감염성 질환에도 잘 걸리고 우울증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면 치매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 있다.
수면 습관
잠자는 습관을 처방합니다
수면의 중요성 인지하기
나는 잠을 조금이라도 못 자면 몸이 아파오곤 했다. 7시간 자면 괜찮고 6시간 자면 피곤했다. 피곤하면 방광염이 잘 발생했고, 수면 부족이 수일 이상 계속되면 궤양성 대장염이 재발하곤 했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수면 부족이었음을 인지 한 이후로 잠을 잘 자기 위해 분투한다.
적정 수면 시간 7시간
상은 씨가 살이 빠지지 않는 데에는 이유 중 하나는 수면 부족이라는 나쁜 습관 때문이었다. 하루 7시간의 수면 시간을 목표로 생활 습관을 교정해 보기로 했다. 꿀잠 잘 자기 위해서는 수면 환경 조성이 우선이다.
1. 규칙을 만든다.
규칙적으로 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어난다. 규칙적인 생활 습관은 우리 몸의 윤활제 역할을 한다. 크게 힘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자고 일어나기가 가능해진다. 졸리면 잠드는 것이 아니라 시계를 보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정한다. 개인의 생활 리듬에 따라 잠드는 시간과 기상 시간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생체 리듬상 오늘 잠들어서 내일 일어나는 것이 좋다. 수면 규칙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말에도 같은 시간에 잠들고 일어나는 것이 좋다.
2. 잠들기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다.
잠들기 전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은 음식을 소화시키느라 분주하다. 쉽게 잠들 수 없을 뿐 아니라 밤늦게 먹은 음식을 처리하느라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잠들기 전 3시간 전에는 식사를 마치고 위장을 가볍게 하는 편이 숙면에 도움이 된다.
3. 오후 늦은 시간에 커피 (카페인)은 자제한다.
카페인의 반감기는 4~6시간이다. 이는 커피를 섭취한 지 4~6시간이 지나도 체내에 카페인이 절반이나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후 3시쯤 늦은 시간에 섭취한 커피 한잔은 오후 9시에도 절반이나 남아 있게 된다. 오후 늦게 마시는 커피는 수면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자제한다.
4. 낮 동안 활동량을 늘린다.
밤에 잘 자기 위해서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필요하다. 멜라토닌은 낮동안 생성된 세로토닌의 양만큼 만들어진다. 낮에 햇빛을 보면 우리 몸은 세로토닌을 많이 만들어 낸다. 낮 동안 활동을 많이 한 날 밤에는 숙면을 취하는 이유다. 낮 동안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5. 수면 시간이 가까워 오면 조명을 최대한 어둡게 한다.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 멜라토닌의 합성은 어두움에서 시작된다. 반대로 대낮같이 환한 환경에서는 멜라토닌 분비량이 줄어든다. 멜라토닌 합성을 위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암막 커튼의 도움을 받는다. 스마트 기기의 불빛도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는 것이 좋다.
6.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본다.
수면 환경 개선에도 지속적으로 잠들 수 없다면 신경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했다.
수면 습관 처방의 결과
상은 씨는 수면 습관의 중요성을 인지 후 잠을 잘 자보기로 했다. 최근 내원한 상은 씨는 잠을 잘 잔 이후로 한 달 만에 2Kg 이 감량되어 내원하였다. 잠을 충분히 잔 이후로는 식욕도 안정화가 되었다. 피로가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녀는 수면이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잠을 잘 자는 건 세상에서 가장 쉬운 다이어트이며 놓칠 수 없는 건강 습관이다.
오늘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DiVmT4H5RR8&t=16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