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툴툴대는 동료가 있다
이직한 지 벌써 3개월 차.
어떻게 갔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게 지나갔네요.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는 분들과도
대부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만큼 서로 배려하고, 평소에 얘기를 많이 나눠요.
옆 팀의 팀장으로 계신 분은
다른 회사에서 오래 근무하시다가 온 케이스.
제가 처음 왔을 때부터 유독 툴툴대는 언행이
많았던 분이라, 제가 남긴 기록의 다른 편에도
에피소드를 남겨 두었습니다.
이번에는 시딩(Sedding)을 하면서 일이 생겼죠.
직무 특성상 시딩이 잦고, 특히나 이번에는
이 조직에서 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했기에
빠르게 추진을 하는 게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예산 범주 내에서 최대한 많은 인원으로 진행하고, 경험의 양을 늘리는 게 중요했죠.
이미 컨펌까지 끝났고 미팅 시작 5분 전.
옆 팀 팀장님께서 가볍게 물으십니다.
업체를 어디랑 하는지.
여차저차 상황 설명 드리니 돌아오는 답변은
“난 대기업 방식의 보고를 위한 보여주기식은 진짜 반대“
이쯤 되니 돌이켜보게 됩니다.
1) 저 분은 어떤 부분에서 이 액션을 ‘보여주기식’으로 느끼셨나
2) 이미 대표님 컨펌까지 모두 끝난 상태고 진척을 시켜야 하는데, 어떤 부분이 불편하셨나 (심지어 담당 브랜드조차 다른 상태)
그러고 나서 알게 됐죠.
이 분은 제 생각에 대해 ‘괜찮다’라는 얘기를
한 번도 건넨 적이 없었다는 걸.
입사 일주일 만에 행사 세팅을 맡았을 때.
주요 인력이 휴가로 부재중이던 그때
당장 2주 안에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기에
고민보다 추진이 필요하던 시기였어요.
노파심과 걱정으로 준비에 대해 물을 수는 있겠지만
“케이터링 메뉴 선정을 왜 그렇게 했냐”부터
컨펌을 받고 이미 잘 진행 중인 사항들에 대해
디테일한 문의가 많았던 그분.
(결과적으로 행사는 사고 없이 잘 마쳤고,
준비된 것들에 대해 대표님께서도 만족하셨지요)
다른 분들께는 안 그러시는 듯한데
‘대기업 방식’이라는 말부터 하나하나 오는 것들이
스스로 생각이 많아지게 합니다.
실제로 저는 큰 조직에서 지금 이곳으로 이동했고,
해 왔던 일들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과도 잘 지내고 있기에
유독 날카롭게 쏘는 반응들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 프레임을 쓰고 사람을 보게 되면 끝이 없는데,
제가 그 대상이 된 건 아닐까요.
예전 같았다면 걱정이 앞섰겠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네요.
굳이 다른 사람의 히스토리를 알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일을 하는 환경 안에서는
다른 팀원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결국 태도로 드러나더라고요.
‘무례한 걸 무례한 줄 모르는 사람’이 무섭다고들 하죠. 조심스러운 성격 탓에 항상 이 부분을 경계하는데, 그래서인지 서로 조심스러운 분들과 쉽게 친해지고 잘 지내게 되는 것 같아요.
나이를 먹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역량뿐만 아니라 언행도 다듬고 재정비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대안 없는 불평과 불만보다는
이유와 근거를 가지고 다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