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솜사탕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사이로 분홍빛 솜사탕 결이 흐트러져 쓸쓸한 달콤함을 전해주는 겨울의 저녁. 오늘의 서늘한 공기 한 줌이 뜨거운 한숨을 토해내게 만든다. 테라스에 앉을 필요도 없이,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와인을 한 모금 마신다. 텁텁한 듯 따뜻한 취기가 입 안 가득 머물다 이내 목구멍으로 흘러 들어가 안도의 한숨으로 바뀐다. 하아-
식도를 통과한 멀건 빨강의 위로는 몸속을 휘젓는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 같다. 흘러가는 빨간 운율에 오늘의 외로움이 정면으로 부딪친다. 고독한 슬픔을 토닥이기에는 짐짓 날이 섰을 법도 하지만 와인과 함께 바람이 불고, 노을이 지고, 어스름한 밤 시간이 온다는 것. 그것만으로 하루의 짐들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무엇이 그리 슬펐는지, 무엇이 그리 힘들었는지, 이유를 생각해 보려 하지만 생각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의 온몸이 받아친 느낌만 오롯이 남아 오늘의 하루를 짓누를 뿐.
고요 속에 짐을 가만히 흘려보낸다. 와인 한 모금의 위로와 바람결에 전해지는 너의 소리를 들으며 오늘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저 양면성으로 분리되지 못할 찜찜한 하루의 슬픔을 빨강의 춤으로 위로하려 한다. 너의 춤이 끝나지 않기를. 너의 날카로운 선율이 끝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