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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신디 Jul 29. 2021

26시간의 기다림. 그리고 딸과의 첫 만남

3편 자연주의 출산으로 조산원에서 출산하다!





'출산'


처음에는 그냥 단어부터가 두려움으로 느껴졌다. 임신 후 선물 받은 ​임신 출산 백과 책을 보는데 출산 장면이 어찌나 사실적으로 찍혔던지...

​정말 얼마나 아프면 아가가 나오는 걸까 싶기도 하며 나중일이니 나중에 생각해야지 하고 넘겨버리곤 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출산예정일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용기가 생기고 막연한 자신감이 생겼다.


​입덧이 끝나고 태동을 느끼며 아기의 존재를 느낄 때마다 행복함이 커져갔고, 아기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진짜 만날 생각을 하니 이 정도는 내가 감수해야겠구나, 힘내야지 했던 것 같다.


1. 출산방법

​​

출산 후기에 앞서 몇 가지의 출산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크게 자연출산, 제왕절개, 자연주의 출산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출산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유는 내가 선택했던 출산 방법을 추천하기보다는 다양한 출산방법에 대해 후배 산모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람으로 적어본다.


나의 경우, ​자연주의 출산을 알게 된 것은 인터넷에서 출산 후기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정말 여러 후기를 보면서 갑자기 자연주의 출산에 꽂혔버렸다. ​그냥 너무 하고 싶어 졌다. 물론 모든 출산은 산모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고 출산예정일까지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기에 그야말로 아기가 도와줘야 가능한 출산방법 같다. 물론 출산에 대해 공부하며 긴급한 상황에서는 제왕절개도 할 수 있음에 대해 대비하였다.


무엇보다 자연주의 출산의 경우 출산에 대해 남편과 함께 공부하고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요즘 아기 출산에 대해 관심이 많은 아빠들이 많지만 보통의 아빠들은 아기가 태어남과 동시에 아빠가 되는 경우가 많기에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남편 또한 여느 남편들과 비슷하게 임신과 출산에 대해 지식이 많지 않았지만 교육을 같이 들으면서 많이 배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2. 26시간 진통의 출산 후기


​그날은 ​작년 초여름으로 아침부터 정신이 없었다. 바로 내가 미리 예약해둔 산후조리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이다. 정말 ​'헉 '하는 소리가 육성으로 나오면서 "어떻게 하지? "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당황스러운 마음이 가득했다. 예정일이  3일밖에 안 남았는데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그러면 난 어디서 산후조리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오전을 보냈고, 다행스럽게 남편 회사 근처에 있는 조리원에 자리가 생겨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일단 안심을 했는데 우리 아가 이제 본인이 방 빼야 함을 알았는지 ​그날 오후가 되자 양수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자꾸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소변이 새는 것인가 양수인가? 걱정이 되어 둘라 선생님한테 연락드렸다. 일단 좀 더 지켜보자는 말씀에 짐볼을 타면서 기다렸다.

(둘라: 자연주의 출산에서 산모의 원활한 출산을 돕고, 지지해주는 역할 담당)


​짐볼 정도는 타도 된다고 하셨는데 짐볼 타면서 뭔가 눌리면서 쭉 하고 물이 더 많이 새어 나오는 느낌.....


'바로 양수가 먼저 나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오후 ​7시 넘어서부터는 생리대가 펑펑 젖을 정도로 양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냄새가 딱 엷은 락스 냄새가 난다.)


​오후 9시쯤부터는 많은 양에 걱정되어 조산원으로 전화를 했고, 양수가 터져도 2-3일까지는 문제없으니 일단 걱정하지 말고 현재 진통이 없으면 다음날 내원해서 항생제를 맞기로 했다.(양수가 터지면 감염방지를 위해 항생제를 맞는다.)


​그리고 그날 밤, 약한 진통이 시작되었다. 약한 진통이 시작하자 그간 연습하고 공부했던 호흡법으로

진통을 견디며 진통 어플을 켜놓고 기다렸다. ​약한 진통은 오가는데 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참 어려웠다. 나도 출산이 처음이었기 때문. 어플을 켰다가 껐다가 하며 언제쯤 10분, 11분 주기 언제 5분쯤 되는 것인가 싶기도 했다. 다시 조산원에 전화를 했고, 너무 아픈데... 얼마큼 아파야 조산원으로 가면 되는지 물으니 못 참겠으면 오는 게 맞다고 하셨다.(초산의 경우 말 못 할 정도? 가 돼야 아기가 나온다고 한다.)


그렇게 ​새벽 내내 살짝 졸았다 깼다를 반복하며 진통을 견뎠고 남편은 일단 좀 재웠다.


​그날을 돌이켜보자면 드디어 아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이 가득해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지만 이때만 해도 왜 이리 자신 만만했는지 모르겠다. 호흡을 하면서 견딜만했기 때문이려나 싶을 뿐.


​그렇게 자정이 지나가며 진진통이 시작되었다. 새벽 2시가 지나가는 시간 정말 진통을 꾸역꾸역 참으면서 샤워를 하며 견뎠다.(따뜻한 샤워가 진통을 경감시켜준다.) ​

어느덧 새벽 4시가 가까워 왔다. 평일이었던 그날 아침 교대까지 신속하게 못 갈까 남편이 걱정을 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그때 나 또한 혼자서 진통을 견디기 버거웠다.


​출발하는 길, 비 오는 그날 새벽

그간 챙겨놨던 출산 가방 그리고 조리원으로 가져갈 짐들을 챙겨서 자동차에 탑승 완료. 앞좌석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 진통하며 갔는데 정말 힘들었다. 남편은 갑작스레 폭우가 내리는 그 길에서 날 달래며 운전을 하느라 참 고생이 많았다. 남편은 존경스럽게도 신호도 잘 지키고, 무사히? 20여 분 만에 도착하는 운전실력을 보여줬다.


드디어 ​​조산원 도착!

조산원에 도착하고 나니 괜스레 안심이 되기도 하고 진짜 시작인가 싶은 마음에 설레는 마음도 들었다. ​내진을 해보니 자궁문이 4센티가 열렸다고 하셨다. 야호! 이제 6센티 정도만 더 열리면 아가가 나오니까 조금만 더 참으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초반에 3-4센티 열리는 게 어렵고 후반부는 쉽게 열리는 경우가 많다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김칫국이었다.


​양수가 터졌기 때문에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고 하셨고 왼쪽 손에 맞았다. 8시간마다 맞아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진통시간이 길어 총 3번 맞았다.


둘라, 출산에서 꼭 필요한 나만의 지원군


​힘든 진통시간 확실히 둘라 선생님이 아플 때마다 호흡을 조절하고 지나가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시는데 정말 훨씬 덜 힘들었다. ​출산에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힘이 되던지... 둘라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했던 시간은 불필요했음을 깨달았다.

​어느덧 새벽에서 아침이 되어가는 시간 목마를 쯤이 되면 물을 주시고 참을만하면 죽을 주시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아시나 싶을 정도로 잘 챙겨주셨다. ​친정엄마도 못해줄 일을 그 긴 시간 동안 잘해주셔서 참 감사했다.​ ​계속 분비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해주시고, 진통 올 때마다 경감시켜주시며 여기저기 마사지를 해주시는데 그야말로 신의 손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진통을 견디다가 오후 시간이 되었는데 이제 며칠간은 씻기 힘드니까 샤워하고 나오라는 말씀에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더니 확실히 진통이 줄어들었다. 진통이 줄어드는 것은 좋으나 진통이 팍팍 와야 아기가 나온다. 더디게 오는 진통에 나는 로망이었던 수중분만은 할 수가 없어 아쉬웠다.


더디게 오는 진통, 그리고 기다림


​저녁을 먹고 씻고 나니 진통이 약해졌고, 교대 근처 한 바퀴를 걷고 오라고 하셨다. 보통 출산을 하러 병원에 가면 산모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자연주의 출산에서는 이렇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래서 둘만의 마지막 데이트를 즐겼다. ​비가 부슬부슬 오는 날씨에 뒤뚱거리며 걷는데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와플도 사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편과 같이했던 순간이 참 기억에 많이 남는다.


​하지만, 걷기 운동을 하고 왔는데도 진통은 세게 오지 않고 기다림은 계속되었다. 아니 대체 몇 시간이 지나야 아가가 나오는 것인지 약간 지쳐가는 것 같기도 했다. (나의 경우 촉진제를 맞지 않기에 진통시간이 더 길어진 것이다. 이 또한 나의 선택이었다.)

​진통이 시작한 시간에 아마 한 번 더 찐한 진통이 올 거라고 말씀해해 주셨는데 정말.. 24시간이 지나야 

아가가 나오려는 건가 싶었다.


고통의 시간


저녁이 되자 자궁은 다 열렸고 이제는 힘을 줘야 한다고 하는데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진통은 점점 세어지고 정말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진통이 지나가고 나면 또 한 번 올 진통의 강도를 알기에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 만들었다.

아기가 다 내려왔는데, 이제 힘을 내주면 된다고 하는데. 참 이거 말이 쉽지 내 34살 인생에서 제일 어려웠다.

​출산의 끝자락에서 세상 처음 겪는 고통에  몸이 떨려왔다. ​아 정말 이 마지막 두 시간이 2년 같았다. 지쳐가는 시간이었다. ​힘을 주어야 골반에서 내려오는 아기가 나오는데 그간의 진통시간이 길었기에 나는 힘이 빠져버렸는지 도통 힘을 내기가 힘들었다.


마지막에는 ​뒤에서는 남편이 잡아주고 둘라 선생님은 옆에서 지켜주시고 조산사 선생님들은 아가가 내려오는 거 봐주셨다. 그 후에는 더 많은 조산사님들이 오셔서 한분은 배를 누르시고, 한분은 다리를 잡으시고, 한분은 아가를 받으시는데 눈에 핏줄이 다 터질 정도로 힘을 주기 시작했다.​


​진통이 너무 무서워서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까지 드는 순간, 뒤에서 안아주고 있는 남편이 같이 해줘서 너무 고마웠고 힘이 났다.


 '대체 얼마나 힘을 줘야 나오는 거야..

  제발 나와라 아가야!!'


하는 순간 뭔가 시원한 느낌이 들었는데 아기 머리가 나왔다고 했다. 좀 더 힘줘야 어깨가 나온다고 해서 힘을 마지막으로 주는데 정말 아래쪽이 불에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출산의 끝을 알리듯 가볍고 따뜻하고 미끄덩한 사랑스러운 생명체가 내 위로 올라왔다. 이렇게 우리 아가와 나는 결국 26시간의 시간이 지나 만날 수 있었다.



새벽 2시, 새로운 우주의 시작



출산은 아기와 엄마가 처음으로 함께 이뤄내는 하모니 같다. 엄마는 진통을 버티며 자궁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아기 또한 열심히 내려와야 만날 수 있기 때문. 그 긴 시간 엄마가 힘내기를 기다려주며 잘 버텨준 우리 아가 지금도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조산사님이 오랜 진통에 아기 상태를 걱정하면 '​콩콩콩'심장소리를 우렁차게 울리며 자기는 괜찮다고 '엄마 좀 더 힘내'하며 잘 견뎌주었고, 나는 그렇게 자연주의 출산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긴 진통을 하며 정말 힘들었음에도 옥시토신 호르몬이 세차게 나오는지 아기를 보고만 있어도 너무 좋았다. 어떻게 이렇게 이쁜 생명체가 내속에서 나왔을까? 하면서 새벽 내내 보고만 있어도 행복한 것이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렇게 도치 엄마의 삶이 시작되었다.


자연주의 출산에 대한 내 생각


자연주의 출산 방식에 대해 참 생각해보고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나처럼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중간에 병원 응급실로 갈 수도 있고 임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경우의 수로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물론 빠르게 출산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르기에 전문인력이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아이를 자연주의로 출산한 나는 ​정말 힘들었고 내가 꿈꿨던? 것과 겪는 것은 사뭇 달라 참 어렵네 싶었다. 막바지에는 너무 힘들어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자연주의 출산을 선택했지? 싶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친동생이라도 함부로 추천하기는 어려운 출산 방식이고, 단지 본인에게 확신이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정도로 조언해주고 싶다.


사실 출산방법에 있어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가 중요하기보다는 ​결국은 아기가 건강하게 태어나고 산모가 무사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단지 어떤 출산방법이든 누가 좋다고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한다면 하는 거고 아니라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맞다는 것. 10개월 뱃속에서 소중하게 지켜온 내 아가와 자신이 건강하게 출산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꼭 자연주의 출산이 아니더라도 아가와 산모가 건강하게 만날 수 있는 방식이라면 다 좋다. 꼭 자연주의 출산이 아기에게 좋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아기에게 답변을 받을 수 없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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