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워도 외워도 안되는데…. 어떡하죠?
“되돌아서면 까먹는다"라고 친정엄마가 쉰살이 되셨을때 본인의 부쩍 심해진 건망증을 제게 토로하면서 금붕어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설마, 했었습니다. 과장도 심하시지…이러면서요. 아니 자기가 먹었는지도 모르고 계속 먹다가 배터져서 죽는다는 붕어, 그런 붕어랑 비교를 하시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과장이 절/대/ 아니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쉰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외워도 되돌아서면 까먹습니다.
스폰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할때는 언제인지모르게, 모든 것을 “반사'하는 것이란…. 공부 꽤나 혹은 열심히 해왔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좌절인지요. 저는 제가 아이큐 150의 멘사 정도로 똑똑하지는 않아도, 그래도 노력하면 된다는 평균 정도의 머리는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15년을 넘게 매일같이 해왔건만, 어떤 날은 ’아 이건 아니다' 싶은 날이 있습니다. 외워도 외워도 절대 외워지지 않는 것을 경험할 때 절망을 느낍니다.
이게 나이인지, 아니면 집중력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정말 제가 원했던 정도가 아니더라구요. 특히 저는 40살에 소리를 어떻게 내는지부터 새로 영어를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벌써 뭔가 하나 외우는 것이 더디기만 했고 또 그것을 유지하기란 정말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정말 외우고 뒤돌아서면 까먹는다,는 것을 실감했었지요. 그래도 잊는 속도보다 외우는 속도가 빠르면 되겠지하고, 여차저차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러다가 사실 지금은 잊어도 좋다. 어쩔수 없지 뭐. 또 외우지 뭐, 치매에 좋긴 하겠지. 하고 외웁니다.
물론 속상하지요. 예전 자료를 검색해 보면 외우고 예문도 10개 정도 만든 기록도 남아 있는 것을 보니까요. 그냥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으로 남겨두고 맘편하게 하기로 했어요. 생각나면 써먹거든요. 저는 손석춘 작가를 좋아하는데 끊임없이 한글 고유의 단어를 쓰려고 하십니다. 이 분 글을 읽으면서 재밌기도 하고 예쁜 순한글 단어를 적어놓습니다. 생게망게하다, 애오라지, 지청구, 등등…그런데 한달 지나면 곧 까먹더라구요. 근데 영어도 마찬가지인것 같아요. 새로 배울 때 바로 써먹겟지만 안쓰면 금방 다 까먹는것은요. 이건 모국어나 새로 배우는 외국어나 마찬가지이니, 여기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Presumptuous 란 단어를 알게 되어 발음을 찾아가며 외웠습니다. Presumptuous 는 지레짐작하는, 이런 뜻이지요. 아래처럼 예문도 여러개 만들어봤습니다.
She made the presumptuous suggestion that I should move to another city, not knowing my personal situation. (그녀는 내 개인 사정을 알지 못한 채, 내가 다른 도시로 이사해야 한다고 지레짐작하며 말했다.)
It felt presumptuous of him to give unsolicited advice about my career path, even though we barely knew each other. (우리가 서로 거의 모르는 사이인데도 그가 내 진로에 대해 묻지도 않았는데 지레짐작해서 (주제넘게) 조언을 해주었다. )
이렇게 혼자 예문을 만들고 외워둔 바로 다음날.
오디오북을 듣다가, 바로 그 단어가 나온거예요!!! 완전 감격이었습니다!!! 눈물 날 정도로. 그런데 그 단어 뜻을 아무리 끼워맞춰도 그 문장이 이상한거예요. 이게 뭐지 하고, 다시 그 부분을 돌려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이번 단어는 presumptuous가 아니였어요…. 이 단어는 완전 다른 단어였습니다. Scrumptious. 이 단어는 very tasty 한것을 말합니다. 이불킥하는 마음으로 다시 속으로 에효..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사실 지금에는 이런 게 그렇게 새롭지는 않아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영어 표현이 무한대가 아니라면, n개이고, 그러면 오늘 하나 알게되어 외우면 n-1 아니겠냐, 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영어표현을 외우는 방법이 다다르겠지만 제가 영어 표현을 외우는 방법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일단 새로운 (혹은 전에 외웠지만 처음보는 것 같은!!) 표현이나 단어가 나오면 구글검색 혹은 ChatGPT에서 단어 의미와 발음을 찾아보고, 예문도 봅니다. 또한 문장속에서 어떻게 사용되었는가, 발음이 어떻게 되었는가는 Youglish라는 유튜브 사이트에서 찾아봅니다. 수십가지의 문장속 예문 동영상이 나옵니다. 영어 노트장에 표현/단어를 써놓고 나만의 예문을 두개 정도 만들어봅니다. 그리고 매일 하는 원어민 투터와 그 단어를 다시 리뷰하면서 발음도 하고 문장 만들어놓은 것이 맞는지 확인합니다.
원어민에게 꼭 확인하는 것은, 발음, 예문 뿐 아니라, 이 단어를 최근 일주일사이에 써본 단어인지도 물어보고 (너무 안써봤다면, 외우는 우선순위에 안둡니다), 공식적/캐주얼하게 쓰는지, 아이들(젊은애들)만이 주로 써서 나같은 사람이 쓰면 어색한지 등의 뉘앙스에 대해 얘기합니다. 일단 이렇게 리뷰가 끝난 표현/단어 중 꼭 외워야할 것들은 1일 1표현/단어로, 책상앞 화이트보드에 쓰면서 다시 기억합니다. 회사에도 화이트보드가 또 있어서 출근하면 다시 써넣으면서 외웁니다. 또 소셜네트웍에서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1일1표현방에 올리면서 다시한번 외웁니다. 정말 많이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또 까먹긴 합니다.
그럴 때는 마음을 달래줍니다^^ 사실 그 단어 몰라도 됩니다. 그 단어 몰라도 어찌어찌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의사소통은 될 수 있어요. 단지 우리는 좀더 세련되게, 혹은 한국말하는 정도의 정교성으로 표현하고 싶은거니까,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거지요. 사실 저는 한국어 책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배우는 표현이 정말 많거든요. 언어 그 자체를 몰라서 배우는게 아니라 언어를 풍부하게 표현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좀더 느긋해지더라구요. 그리고 오늘도 외웁니다.
영어는 아니 언어는 끝이 없는 거라 생각해요. 아마 모든 학문이 그렇겠지요. 그러니 너무 기죽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그냥 주~욱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래도 오늘은 -1 을 했다고 생각하는 긍정성으로 자기 뿜뿜 하는거죠. 누가 시켜서 계속 하던, 자기 뿜뿜으로 계속 하던, 암튼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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