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레터 #2. 아이와 시간을 많이 못 보내 고민이라고요?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2)
#2. 아이와 시간을 많이 못 보내 고민이라고요?
– ‘퀄러티타임’이 아니라 ‘각인된 시간’을 주세요 –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아이가 기억을 못해도 아빠랑 목욕탕 가는게 사회성 키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뭐라고????
이런 뉴스가 TV나 인터넷에서 돌 때마다 전 진짜 짜증이 확 납니다. 그것도 왕/짜/증.
일단 제가 그걸 못 해줘서 짜증 x1 (여탕금지!),
‘그럼 한부모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는 부모는?’ 하는 배려꽝뉴스에 짜증 x2,
성 역할을 고착화시키는 메시지에 짜증 x3.
하지만 저의 이런 짜증 뒤에 찾아오는 솔직한 감정은 “불안함”이었습니다.
‘아, 아빠랑 목욕탕 한번 못 가는 우리 애도 그럼 사회성이 떨어지는 것 아냐?’
‘우리 애만 불쌍해서 어쩌냐…’
매일 늦게까지 야근하고 일주일에 딱 하루 쉬는 일요일엔 소파에 들러붙는 아빠랑은 목욕탕 한번 간 일이 없거든요.
그런데, 영어로 하면 이런 거 다 “불 쉬 이이이이이~~~ ㅅ”(이렇게 써도 욕…일까요? ㅎㅎ)
저를 포함해서, 일도 하고 양육도해야하는 우리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이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양이 절대적으로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불안합니다. 미안합니다. 그리고 죄책감마저 듭니다.
이럴 때 위로 되는 말이 있죠. “양보다는 질이다”라는 말이요. 그래서 ‘퀄러티 타임’을 주는게 중요하다고 하는 말에 귀가 솔깃합니다. 그리고 ‘퀄러티 타임’을 주고 있으니 우리 애는 괜찮을거야, 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습니다.
그런데 저는 ‘퀄러티 타임’이 아니라, ‘각인된 시간’을 줘라’라고 말씀 드립니다. 물론 시간의 양도 많으면 좋고, 퀄리티도 좋으면 두말할 나위가 없지만, 저처럼 퀄리티에도 자신이 없다면, 저는 아이가 커서 기억될 수 있는 시간, 즉 ‘각인된 시간’을 만들어주는게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커서도 기억이 많이 나는 순간들을 많이 만들어주려고 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매번 무슨 큰 이벤트를 한 건 아니구요. 소소하게 아이와 1:1 여행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여행할 때 꼭 지키는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주인이 있는 민박집에서 잔다.
콘도형 민박은 노노!! 민박집 주인이 함께 사는 방을 빌립니다. 아저씨, 아줌마, 혹은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또 아이들이 있는 민박집의 경우, 형, 오빠, 동생들과도 신나게 놀 수 있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라구요. 아이는 지금도 7살때 만났던 민박집 형아들(지금은 모두다 성인이 된)과 연락을 주고 받기도 한답니다. 저도 민박집 주인과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되기도 했고 지금도 찾아간답니다.
대중교통을 탄다.
늘 아이와의 여행방법은 대중교통입니다. 기차와 고속버스를 탑니다. 지역에 가면 시내버스, 시외버스, 또 하루에 몇 대 없는 농어촌 마을 버스도 탑니다. 버스를 놓치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만 늘 천천히 여행을 하려고 합니다. 택시는 절대 타지 말자, 였습니다. 물론, 최후의 방법은 늘 있었습니다. 이도 저도 안되면 동네 지구대를 방문합니다. 그러면 친절하신 경찰분들께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이장님께 연락해서 민박집도 구해주시기도 하고, 유사시에는 “빽차(경찰차)”도 몇 번 얻어타 봤습니다.
많이 걷는다.
대부분 한시간 이내 거리는 무조건 걷습니다. 시골 논두렁, 밭두렁길을 걷습니다. 당시는 둘레길 코스같은게 별로 없었습니다. 마을 버스를 간발로 놓쳐서 두 세시간 기다려야할 것 같으면 그냥 걸어가 보자고 합니다. 이렇게 많이 걸으니 아이의 체력은 저절로 길러 집니다. 걸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합니다. 물론 여행하면서 심통내는 아이와 다투기도 하고, 배 고픈데 식당이 나타나지 않아 짜증내는 아이를 달래기도 해야 했습니다. 길도 잘못 들어 되돌아 나오는 경우도 많았구요. (그때는 네이버 지도, 카카오 지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인이 있는 민박집에서 자고, 대중교통을 타고, 많이 걷고 하면서 저와 아이는 많은 사람을 길에서 만났습니다. 뜻밖의 경험을 많이 하게 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여행, 또 몸을 쓰는 여행들이 아이 기억에 많이 남아 있더라구요. 무엇을 본 것, 무엇을 먹은 것들은 쉽게 잊혀지지만, 만났던 사람들과 경험들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어렸을때 아이에게는 그렇게 “각인된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결국 아이가 “엄마 나 어렸을때 우리 이러이러 했지?” 라는 기억의 총량이 많다면, 그것이 더 풍성한 시간을 준게 아닐까요?
참, 여행 중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정을 나누면서 아이의 사회성은 자.연.스.럽.게. 길러졌습니다. 아빠와 목욕탕을 한번도 안(못) 갔어도 말입니다!!!!!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로이스의_되돌아보는_워키맘_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로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