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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저는 아이학교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워킹맘 레터 #1. 촌지는 노노!! 아이에게 터놓고 얘기해 보세요.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의_되돌아보는 워킹맘 (1)


#1. 아이가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았을 때” 내가 했던 것

-- 촌지는 노노!! 아이에게 터놓고 얘기해 보세요 --


오늘 한 '현역' 워킹맘과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워킹맘(대디)에 대한 강연 요청이 오거나 책을 쓰자고 하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거절했습니다. 시부모님과 친정엄마라는 든든한 사적 시스템으로 아이를 키웠던 제가 워킹맘으로 딱히 할 말이 없(는 것 같)기도 했었고, 또 사적 시스템 없이 애오라지 엄마와 아빠가 (혹은 싱글 부모로) 일하면서 아이를 키워나가는 분들에게 “알량한” 제 워킹맘 스토리가 너무 동떨어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물론 그게 1 성공인지 아직 모르지만요^^, 앗, 아이가 이 말을 보면 좀 섭섭해할 수도... OO아, 엄마는 네가 엄청 자랑스럽단다! )


암튼 그래서 용기를 얻고 한번 저의 #되돌아보는_워킹맘 이야기들을 간단하게 글로 써보려고 합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제 아이는 이제 다큰 성인입니다. 그러니 아래는 공소시효가 만료한 아주 옛날옛적 이야기 입니다. 학교가 어디인지 선생님이 누구인지 파보자는 것이 아니므로 각론에는 집중하지 말아주세요. 플리즈~~



#1. 아이가 학교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 “같았을 때” 내가 했던 것

-- 아이에게 터놓게 얘기해 보세요 --


저는 학교를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한달 정도 지났을 때 어떤 엄마가 저에게 “에고, OO엄마, OO엄마만 아직 학교를 안갔네! 한번 갔다와봐. 아이를 기죽게 두지마.”라고 감사의(!)의 언질을 주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저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 입학식에도 오지 않았었습니다. 뭐 그것을 애한테까지 복수하는 것은 절대절대 아니고요(99%는 진심임!), ‘학교생활이야 학생 본인이 알아서 히는 거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엄마가 ’쉴드’를 쳐주는 일(시쳇말로 치맛바람)은 절대절대 없어야겠다고 늘 생갔했었거든요. 그리고 내 생각을 지키자, 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느날 아이가 "엄마, 수업시간에 나는 손을 들어도 선생님이 시켜주질 않아. 친구랑 싸워도 나만 더 혼나는 것 같아."라는 말에 마음이 약해져서(!), 아이 이야기(사실인지 아닐 수도 있고 아이의 느낌이었을 수도 있는)을 듣자마자 저는 학교를 찾아갔습니다. 회사에 반차를 내고요.


거금을 들여(!), 학교 입구에 있는 자판기에서 레쓰비 (지금도 기억나는^^) 캔커피 두 개를 뙇~ 사서 양손에 들고 비탈진 길을 올라 갔습니다. 선생님께 인사하고 커피를 나눠 마시면서 선생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 애가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도 말씀 드렸던 것 같고, 학교 생활이 어떤지를 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제가 학교를 찾아간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었습니다. 캔커피”만” 사갖고 간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본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폭삭 속았수다'의 애순이 엄마만도 못했던거죠...). 물론 제가 지금 어느 특정 학교나 선생님을 나무라는 것은 아니고, 그때는 촌지 문화가 정말 좀 흔했었을 때였습니다.


워킹맘이었지만 저는 아이랑 1:1로 1박2일 걷는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랑 많은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아이에게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엄마는 학교를 찾아가고 싶지 않아 (행간을 읽어주세요^^). 너가 수업시간에 손을 들어도 선생님이 너만 안시킬 수 있고, 친구랑 싸워도 너만 더 혼날 수도 있어. 때때로 네가 잘못한 것 같지 않아 억울하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거야. 엄마가 학교를 다녀가고 선생님을 찾아가면 (선물이나 돈을 드리면) 달라질 수도 있을거야. 그래도 그건 니가 헤쳐나갈 몫이야. 물론 니가 원한다면 엄마가 학교에 갈 수 있어. 근데 엄마는 그건 맞는 일 같지 않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런이런...공을 아이에게 넘시는 이 엄마의 잔인함이란….)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엄마, 나도 그건 맞지 않는 것 같아. 엄마 학교에 안 와도 돼.” 그리고 그 이후 저는 두 번 다시 학교를 찾아간 적이 없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인 아이에게 우리나라의 참담한(!) 교육 현실을 그대로 얘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것에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아이에게 솔직하게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가치관을 설명했구요. 또 아이는 엄마가 옳은 것 같다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다행히도 아이는 초등학교 생활을 대체로 즐겁게 잘 마친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 터놓고 얘기해보는 것, 생각보다 더 잘 working 합니다. 아이가 어린 것 같지만, 아이들도 다~알고 있고, 다~보고 있고, 많은 것을 생각하거든요.


오늘은 “학교를 찾아가나마나” 에 대한 옛날옛적 얘기를 해봤습니다.


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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