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5. 구글닥스로 가족일기 써보세요

워킹맘 레터 #5. 아이에게만 일기 강요하지 말기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5)


#5. 아이에게만 일기 강요하지 말기

– 구글닥스로 가족일기 써보세요 –


가족이 한 집에 살아도 나도 바쁘고 남편도 바쁘고 애들도 바쁩니다. 사실 얘기할 시간도 없습니다. 한 집에 사는게 무색하지요.


구글에 다닌 덕에 저는 온라인 문서도구인 구글 닥스의 유용성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습니다. 한 문서를 열어놓고 여러 명이 동시에 같이 써나가는, 당시 획기적인 협업 툴이었습니다. 저는 이 툴을 가족 소통에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구글닥스로 가족 일기를 썼습니다. 가족 세 명이서 그날그날 있었던 일, 상황, 그리고 느낌 등을 공유된 구글닥스 파일에 들어가서 써놓습니다. 매일 못쓰면 하루걸러 들어와서 씁니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지 못해도 서로가 가족 일기만 보면 대충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구나를 알게 됩니다.


구글 문서(닥스)를 활용하면 검색이 되어 좋습니다. 갑자기 가족들이 예전에 어디 갔었는지 궁금할 때 가족일기를 검색하면 바로 나옵니다. “엄마, 그때 강릉에 갔던 장칼국수집 이름이 뭐였지?” “음.. 엄마도 생각이 안나네. 우리 구글닥스 검색해보자. 맞아, 거기 벌집칼국수였네!”


근데 꼭 구글문서를 사용하라는 건 아니구요, 온라인 문서툴이면 뭐든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한번 시작해보세요. 가족일기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시작하면 좋습니다. 고학년때 시작하면 실패율이 높을 듯합니다(머리가 너무 커져서 ^^)


중요한 것은 가족일기를 가볍게 시작하는 것입니다. 일기는 길게 쓸 필요없고, 쓸 말이 정말 없는 날이면 한 단어도 괜찮다고 아이에게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예, 아이: 열나 시험공부 중, 엄마: 연이틀 야근 등).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의 경우, 조언하듯 써서는 절/대/ 안됩니다. 그러면 아이가 가족일기장에 들어오기 싫어집니다. 조심하고 조심해도 지나간 일기장을 들춰보니 몇 개가 눈에 띕니다.


실제 나쁜 예 (남편 디스 ㅎㅎ).

2014/1/7 아빠 :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고 두번째 학기도 출발했네. 앞으로 1년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누누히 얘기했으니 잘 준비하리라고 믿어. 자존심 걸고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겠지…


아래는 가족 일기 쓰는 법입니다.

구글 닥스(혹은 온라인 문서 다 가능)를 하나 열어서 제목을 저장합니다.(예 2026 Family Journal)

가족 구성원은 매일매일, 혹은 시간이 될때 들어와서 본인의 일상을 간단하게라도 공유합니다. (가능하면 일주일에 두세번은 꼭 쓰기 약속)

2025/12/3

엄마:

아빠:

아이이름:

최신순으로 위로 써갑니다. 그래야 매일 스크롤 다운할 필요가 없습니다.

해가 바뀌면 지나간 해 일기는 pdf로 받아두고(만일을 대비해), 새해용 문서를 다시 만들어서 시작합니다.

가족 여행이나 1:1 여행을 갔을 때도 가족일기장을 씁니다.


오늘 이 브런치 글을 쓰면서 지나간 가족 일기를 들춰 봤는데, 11년 전에 제가 이사하면서 아이 일기장을 발견했다고 하면서 쓴 글을 발견했습니. 아마도 아이가 1학년인가 2학년때 손글씨로 쓴 일기를 캡쳐해 놓은 듯 합니다. 삐뚤빼뚤 맞춤법도 틀렸지만 읽을 때마다 흐믓하게 만듭니다. (재미 있어서 아이 허락 하에 공유합니다.)


<9월 16일 엄마를 사랑하는 밖에 없는 10가지 이유>

첫째, 엄마가 돈을 많이 벌어와서
둘째, 예뻐서
셋째, 나를 키워주셔서
넷째, 내가 어려울때 도와줘서

다섯째, 내가 좋은 학교, 학원을 다니게 해주셔서

여섯째,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게 해줘서

일곱째, 내가 기분이 안 좋을때 위로해줘서

여덟째, 나를 기쁘게 해줘서

아홉째, 내가 편하게 해줘서

열째, 부지런해서


빵터진 부분은 돈을 많이 벌어와서, 부지런해서. 그리고 가슴 뭉클한 부분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게 해줘서, 일곱째, 기분이 안좋을 때 위로해줘서, 입니다.


이렇게 가족 일기는 두고두고 읽을 때마다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고, 기쁨과 위로를 줍니다. 가족 일기, 새해에 시작해보시겠어요?

스크린샷 2025-12-02 오후 9.35.45.png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4. 학교 준비물을 깜빡했다는 아이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