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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학교 준비물을 깜빡했다는 아이에게

– 그냥 선생님께 맞아! –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4)


#4. 학교 준비물을 깜빡 잊었다고 하는 아이에게

워킹맘 레터 #5. 그냥 선생님께 맞아 (혼나)!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네 번째 이야기 입니다.


“알림장에 준비물 있으면 바로바로 회사로 엄마한테 전화해. 낮에 사다 놓을 테니.”


아이에게 신신당부x2 합니다. 퇴근 후엔 준비물을 살 수가 없습니다. 모든 학교 앞 문방구점은 문을 닫은 후입니다. 지금처럼 밤 10시까지 영업을 하는 “OO소” 가 없었으니까요. (당시 워킹맘/대디들은 문방구에 목숨줄이 달려있었답니다. ㅠ.ㅠ)


제 아이가 저학년이었던 어느 날. 아침에 저는 출근 준비로 바쁘고 아이는 등교 준비를 합니다. 거실, 부엌, 아이방, 화장대 앞을 종당종당거립니다. 화장을 하다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다가도, 잠이 덜 깨 흐느적 거리는 아이를 채근합니다. 밥을 빨리 먹으라고 윽박 지르기도 하고 (애 입에 밥 떠먹이는 건 노노!!), 세수하고 옷 입는 것도 재촉합니다. 제 블라우스 등짝은 이미 다 땀에 젖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출근과 아이 등교 준비를 같이 해야하는 워킹맘의 아침은 그야말로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고, 스트레스 레벨 1000입니다. 워킹맘분들 완전 아시죠, 이 기분!


가까스로 아이 등교 준비를 대충 마치고, 마지막 체크로 아이 학교 가방을 열어 봅니다. 아이가 스스로 책가방을 챙기도록 연습했던 시기 였습니다. 근데 가방 안을 들춰 보다가 가방 저 밑에 꼬깃꼬깃해진 종이를 발견했습니다. 알림장이었습니다. 오늘의 준비물 : 줄넘기!!!!!


스트레스 폭발!!!

이 아침에 어디서 줄넘기를 산단 말인가??!! (지금 초등학교처럼 모든 것이 학교에서 지급되는 시스템은 아니었습니다.)


짜증이 용암처럼 수직분출합니다. “아니, 엄마가 이런 준비물은 미리미리 얘기를 하라고 했잖아. 낮에 엄마 회사 있을 때 전화를 했으면 엄마가 사놨을 거 아냐. 지금 시간에 문방구 문 연 곳이 없잖아.”


지가 잘못한 줄 아는 – 물론 지금으로선 제가 너무 냉정했다고 생각하지만 – 아이도 풀이 죽었습니다.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친구들은 준비물 안 가지고 오면 할머니들이나 오토바이 아저씨들(퀵서비스를 말하는 듯)이 학교로 갖다 주던데.” 합니다.


아이에게 말합니다. “OO, 엄마는 그건 아닌 것 같아. 준비물은 니가 챙겨야하는 거야. 오늘은 그냥 가. 가서 선생님께 그냥 혼나.” (그 당시는 체벌이 만연해 있을 때였으니, 회초리로 손바닥 정도 맞았을 겁니다.)


그리고 하교 후 책가방 던져놓고 나가 놀기에 바쁜 아이에게 단도리를 시킵니다. “너는 일하는 엄마의 아이라고. 그러니 정신 바짝 차리라고” 요. 그 사건 이후 아이는 준비물을 스스로 따박따박 잘 챙기게 되었습니다. 하교 후 바로바로 저에게 전화를 해서 준비물 도움이 필요하면 알려줍니다.


물론 “선생님께 그냥 맞아”라고 말했던 그 순간 저도 마음이 안좋았습니다. 아이가 혼나는 걸 마음 안아파할 부모가 있나요? 저도 아이에게 하트뿅뿅 날리는 사랑가득한 엄마입니다. 그리고 체벌 반대합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작은 사건이 아이를 정말 단단하게 만든 건 사실입니다. 책임감있고 스스로 챙기고 독립성 강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지속가능한” 워킹맘의 아이가 되려면 책임감과 독립심을 어려서 심어주는 것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일하는 엄마(부모)의 아이"라는 그런 정체성을 말입니다.


P.S.

참, 나중에 커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이렇게 얘기하더라구요.

“음…. 엄마는 그때 좀 잔인했었지… 근데 나도 나중에 아이 그렇게 키울커야. 서로를 위해 그게 날 것 같아.“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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