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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와 1:1 여행을 가세요

워킹맘 레터 #3. 가족 여행은 이젠 그만~ !

by Lois Kim 정김경숙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_레터 (3)


#3. 가족 여행은 이제 그만~!

– 아이와 1:1 여행을 가세요 –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세 번째 이야기 입니다.


“너가 아무 데나 찍으면 무조건 우리 거기 간다!”


라고 얘기하며, 아이가 유치원생 무렵 침대 옆에 전국지도를 붙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심플한 규칙을 만들었죠. 아이가 어느 한 곳을 찍으면 그곳으로 여행을 간다. 입니다. 1박2일로요.


어떤 때는 강릉, 경주, 전주와 같은 볼거리가 많은 곳도 찍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을 찍을 때는 거길 가야 하나, 속으로 한탄이 나왔지만, 그래도 갑니다. 아이는 자기가 찍은 곳에 두말없이 가는 엄마의 약속이 좋았나 봅니다. 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대부분이 걷는 여행이라 아이 입장에서는 지루하기도 했었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었을텐데 늘 즐겁게(그렇게 보임) 따라 나섰습니다. 본인이 선택을 한 것에 대한 책임감이 있어서였을 것이고 저는 그것을 노렸을 것입니다. (엄마의 고단수^^)


그런데 가장 힘든 경우가 두 가지 있었습니다.

첫째는 아이가 너무 가까운 곳을 선택할 때였습니다.

1박으로 가기엔 너무 가까운 양평이나 안산을 고르기도 합니다. 우리 여행 원칙 세 가지 중 하나인 민박에서 자자인데, 이런 곳은 당시 민박집이란 곳이 없습니다. 겨우 있는 숙박시설은 아이하고 같이 가기 어려운 러브모텔뿐. 난감합니다. 읍이나 면에 있는 지구대가 가장 좋은 정보원이었습니다. 지구대 경찰분들이 저를 보며 속으로 생각하는 게 느껴집니다. “아… 아이 데리고 혼자 여행하는…. 힘든 사정이 있으신가 보다… (쯧쯧).” 그랬는지, 정말 너무너무 잘 도와주셨습니다. 심지어 마을 버스가 끊긴 날엔 “빽차”(경찰차) 타고 민박집까지 데려다 주시기도 했습니다.


두 번째 힘든 경우는 볼거리가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을 고를 때입니다.

당시엔 아무것도 볼거리가 없을 것 같은 괴산이나 영동군 (당시에는 인터넷 정보가 많이 없었을 때입니다) 같은 곳이요. 그래도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시외 버스나 고속 버스에서 만나는 지역 출신분들께 정보를 물어보고, 또 지역 식당에 들어가서 밥을 먹으면서 물어봅니다. 그러면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사실 아무 볼거리가 없다 하더라도, 향교는 하나씩 다 있었고, 마을 입구의 성황당 나무도 있었고, 무저진 절터 자리라도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는 작던 크던 재래시장이 있습니다. 시장 구경은 아이와 제가 가장 즐겨하는 장소입니다.


아이가 무작위로 고르는 여행지를 다니면서 저도 많은 편견들이 깨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더라도 맛있는 고장 음식이 있고, 시장이 있고, 또 친절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도 서울에 있었으면 쉽게 접해보지 못하는 음식들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먹어보는 그고장 음식도 보통때 같으면 시도조차 안했을텐데, 음식에 대해서도 많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아이는 어죽이란 것을 처음 먹어보면서 정말 맛있다고 행복해 했습니다. 아이가 음식 편식을 전혀 하지 않게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와 이런 ‘지도 룰렛 여행’을 하면서 저도 국내 지역에 대한 편견도 깨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도 먹을 곳 있고, 시장 있고, 다정한 사람들이 있고, 아이에게 새로운 음식·환경을 보여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별 거 없는 곳’은 사실 없습니다. 우리가 몰랐을 뿐이었죠.


보통 격주로 아이와 1:1 여행을 하면서 많이 걷고 많이 이야기 했습니다. 아이와의 1:1 여행은 아이에게 저의 관심을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아이에게 저의 100% 어텐션을 줍니다. 또 아이는 집에서 안하던 얘기도 낯선 곳에서 툭툭 던지기도 합니다. 사춘기때는 같이 여행하는게 사~알짝 힘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만, 1:1 여행은 지속했습니다(역시 중이병은 무섭습니다!!)


아이와의 1:1 여행 방법

가족여행도 필요하지만, 저는 아이와 1:1 여행을 정말 추천드립니다.

아이가 두명이라면 엄마, 아빠가 번갈아가면서 1:1 여행을 하시라고 권합니다. 아이도 저에게 집중을 하고 그렇게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1:1 여행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쉽게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당일치기로 시작하고, 익숙해지면 1박 여행으로 가고요. 여행계획에 있어 아이에게 오너십과 권한(그것이 책임이 될)을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아이가 힘들어도 불평불만만 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제법 커서는 업무 분담도 합니다. 제가 숙박을 맡고, 아이가 데이 프로그램(방문할 곳과 먹을 곳)을 분담합니다. 물론 어떨 때는 아이의 초이스가 성에 안차기도 합니다. 그래도 따라 갑니다.

1:1 여행은 가능하면 유치원~초등 저학년 때 시작하면 좋습니다. 사춘기 돼서 갑자기 “우리 둘이 여행 가자!” 하면… 거절당할 확률 120%입니다.


이렇게 시간을 쌓고 나니… 지금 스무 살 훌쩍 넘은 남자아이가 전화를 끊을 때마다 “Love you”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I”는 절대 말 안 함. 주어 없음. 주어는 늘 생략. ㅋㅋ)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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