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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아가때 휴가는 어떻게?

워킹맘 레터 #6. 데리고 가지 마세요.

by Lois Kim 정김경숙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여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이야기는... 제 육아 역사상^^ 가장 controversial(논란의 여지가 매우매우 많은)할 수 있어서 사실 쓸까 말까 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만 4살 이전까지는 여행에 데리고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시 “4살 이전은 기억 못하니까 굳이 애 데리고 고생하며 여행을 갈 필요가 있나?” 라는,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근거도 없이 당당한 결론을 내렸었죠.


아기가 움직이면 짐무게는 곱하기 5 입니다. 우유병, 기저귀, 간식 등을 넣은 속칭 기저귀 가방, 그리고 크고 작은 수건과 담요, 유모차, 때때로 부스터 시트까지… 1박 2일을 가도 일주일 여행가는 듯 짐을 싸야 합니다.

또 울고 보채는 아이와의 여행은 생각만 해도 벌써 지치고 한숨이 나오기도 합니다.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아이와 함께 가는 여행은 쉼이 아니라 스트레스 + 짜증 패키지일 뿐이고, 그러면 워킹맘 & 워킹대디는 진정한 리프레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두 살 된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는 젊은 부부를 비행기 안에서 볼 때나, 아기를 배낭에 둘러 업고 산을 올라오는 엄마 아빠 보면 저는 지금도 혀를 내둡니다.

“아니… 왜…? 대체 왜…??”


또 아이가 기억을 하나도 못하는 여행에 쓰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있기도 했을 겁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아이가 4살이 되기 전까지 남편과 저는 일에 집중했고 여름휴가만큼은 아이 없이 둘이만 갔습니다. 덕분에 진짜 리프레시했어요. 물론 이 모든 건 아이를 기꺼이 맡아주신 할머니·할아버지라는 든든한 사적 시스템 덕분이었습니다.


“기억은 안 나도 정서 안정과 사회성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많이 있을 겁니다. 다만 그때의 저는 그런 건 하나도 안 읽고, 그냥 “우리(엄마/아빠)는 아이 4살 전까지 에너지 충전을 하고, 하고 싶은 공부나 일에 전념하고, 그 이후에 아이와 부지런히 여행을 하자!”라는 결론을 내고 행동에 옮긴거죠. 지금 되돌아봐도 후회는 안하고, 잘한 판단이지 않았나, 자평을 합니다(아직까진 아이가 제대로 잘커서리 ^^)


물론 아래처럼 아이를 두고 휴가를 가는 저의 마음 한켠에서 올라오는 생각들이 있습니다.

“집에 두고 온 아이가 외로울텐데, 불쌍해” (==> 그러나, 아이 절대 기억 못합니다)

“휴가 때마저 부모님께 맡기는게 미안한데...” (==> 다녀와서 부모님께 더 잘하면 됩니다.)

“휴가 때만이라도 아이랑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 이건 부모만의 일방적 자기 위안적 생각일 수도^^, 아이는 사실 상관없습니다.)


이런 죄책감을 저는 위의 화살표 방향(==>)으로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내려놨습니다. 제 결론은 "내 컨디션이 괜찮아야, 아이와 함께일 때 더욱 즐겁고 건강하게 놀아줄 수 있다" 입니다.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저는 부모가 건강하고 리프레시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부모가 지치면 그 짜증은 아이에게 아주 정확히 전달되거든요. 비행기 안전 영상에서도 말하잖아요. 비행기에 문제가 생기면 산소 마스크는 아이보다 먼저 어른이 써야 한다고. 어른이 숨을 제대로 쉬어야 아이를 살릴 수 있으니까요. 저에게는 이것이 지속가능한 육아 방법란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아이가 만 4세가 넘고 기억이 생길 무렵부터는 부지런히 함께 여행을 다녔습니다. 이제는 각인되는 “추억을 쌓는 시기”니까요(레터 #2 참조).


오늘 글은 radical 하게 들릴 수 있지만 “아이 때문에 모든 걸 희생하지 말자”는 관점에서 읽어주셨으면 해요. 특히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것에 대한 죄책감은, 정말 노노노!! 입니다.


추가: 글을 올린 후, 아이(참고로 20대 후반)와 통화해서 물어봤습니다. "너 4살 이전에는 엄마가 휴가 여행때 너 안데리고 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억울해?"라고 했더니 "난, 뭐 기억도 안나고, 괜찮지뭐. 나도 결혼하면 애기 맡겨두고 와이프랑만 휴가갈것 같은데" 대답하네요. 그러면 그렇지, 나 잘 한것 맞네...라고 생각하다가, 뜨악~~ 그럼 나중에 아들부부가 휴가간 동안 내가 손녀/손자를 봐줘야하는 건가??? @.@


다르게 생각하시는 워킹맘/대디분들도 계실 거예요. 의견 다양함을 환영합니다!!


#로이스의_되돌아본_워킹맘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로이스의_되돌아보는_워키맘_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


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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