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워킹맘 레터 ㅡ 뭐든 시작하면 2년 해야는 원칙 –
오늘은 저의 되돌아보는 워킹맘 일곱 번째 이야기입니다.
“엄마, 태권도장 다닐래요.”
“엄마, 친구도 한다는데 스케이트 배우고 싶어요.”
“엄마, 피아노 배울래요.”
물론 하기 싫다는 아이를 억지로 끌고 가는 건 절대 안 되죠. 그런데 반대로, 뭐든 “다” 해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더라고요. 친구가 하는 건 다 좋아 보이고, 다 자기도 하고 싶답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는 ‘2년 원칙’이 있습니다. “무엇을 시작하는 건 자유. 다 밀어준다. 하지만 뭔든 시작하면 최소 2년은 해야 한다.” 압니다.
저희 아이는 그렇게 해서 스케이트도 2년, 태권도도 2년, 미술도 2년, 바이올린도 2년을 했습니다.
7살 때쯤이던가요. 친구가 바이올린 하는 걸 봤는지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말합니다.
“엄마 나 바이올린 학원 다니고 싶어요.” 라고요. 그래서 저는 말했습니다.
“좋아. 근데 시작하면 2년은 다녀야 해.”
아이는 자신있게 그러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여러분 아시나요, 현악기라는 게… 작은 손가락으로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제대로 음 자리를 잡은 것 같아도 나야할 소리(음정)가 안 나는 그런 악기 중 하나인 바이올린을 하겠다고 합니다.
애는 이삼일 정도하니 벌써 하기싫은 티가 역력합니다. 일곱살 나이는 어깨 펴고, 똑바로 서 있는 것조차 괴로운 나이니까요. 아마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아… 괜히 시작했나…” 싶었을 겁니다.
당시 일곱살 먹은 아이는 엄마와의 ‘2년 약속’ 때문에 말을 못한 건지, 혼날 것 같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자존심이었는지, 정말 꾸역꾸역(정말 이 표현이 딱입니다) 바이올린을 배우러 다녔습니다. 1년이 지나도 제 귀엔 음악다운(!) 소리가 하나도 안나는데도 말입니다.
당시 저는 바이올린 악기 크기도 1/16 → 1/8 → 1/4 → 1/2…이 사이즈가 이렇게 자주 바뀌는지 몰랐습니다. 매번 새로 사줘야했지요. 당시에 당근 마켓 같은 게 있었다면 중고로 내놓고 중고로 샀을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매번 새악기를 샀습니다). 매번 악기상을 다녀오며 속으로 중얼거렸죠. “아… 이거 돈 잡아먹는 귀신이네…” 하지만 아이에게 2년을 하자고 약속한 이상, 저도 끝까지 지원해야 했습니다. 2년 원칙, 저에게도 공정하게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바이올린을 시작한 지 2년째 될 무렵. 정말 거의 정확히 2년이 돠었을때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나 바이올린 2년 했잖아. 이제 피아노 할래.”
저는 속으로 박수를 쳤습니다. 겉으로 봐도 아이가 어려워하는 게 보여서 늘 안스럽기도 하고 또 늘지 않는 실력에 사실 돈도 아까웍구요. 한편으론 뿌듯했습니다. 7살짜리가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고 2년을 힘들게 기다리며 버텼다니…너무 기특한 거 있죠! 그래서 바로 피아노 하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아이는 무엇을 시작하면 2년은 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아이는 자랄수록 2년의 의미도 조금씩 이해하는 것 같습니다. 2년 정도는 해야 그것이 자기에게 맞는지, 자기한테 재능이 있는 건지, 이게 오래갈 흥미인지 아니면 단순한 호기심인지가 알 수 있게 되거든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는 (비록 어린 나이지만), 자기발견, 참을성, 책임감, 자기결정이 자연스럽게 몸에 들어오게 됩니다.
아이들이 어떤 걸 3개월, 6개월 하다가 그만 둔다면 그 시간과 노력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 것도 남지 않으니까요. 회사에서도 1년 미만 경력은 ‘물경력’이라고 하잖아요. 그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최근 아이(지금은 20대 후반)에게 물어봤습니다.
“엄마가 뭐든 2년 해야 한다고 했던 거, 어땠어?” 그랬더니 아이가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그땐 그냥 엄마랑 약속해서 했는데… 지금 내가 음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바이올린을 2년 했던 게 잘 했던 것 같아. 아직 그 감이 있어. 1년 미만 했으면 다 까먹고 정말 아무 도움도 안 됐을 거야. 엄마의 2년 원칙, 난 좋은 것 같아.”
그리고 아이가 마지막으로 이렇게 물었습니다. “근데 엄마는 왜 애가 뭘 시작하면 2년 하라고 한 거야? 어디서 배운 거야?”
음... 글쎄...그걸 누가 저한테 알려줬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엄마의 촉, 워킹맘의 본능 같은 거였던 것 같아요. 근데 이제 돌이켜 생각해도 꽤 괜찮은 원칙이긴 했네요, 그쵸?
(주: ‘워킹맘도 각양각색이고, 육아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한 가지 정답은 없겠지만, 나의 워킹맘 경험을 1 샘플 케이스라고 보고 그에 대해 얘기해 보는 건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습니다. 그냥 하나의 레퍼런스(힌트)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자세한 것은 레터 (1)을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