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꾸러기~
대학원 연구실에는 전설로 불리던 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이중고, 모두가 "산적" 같다고 말하던 특별한 대학원생이었다. 연구실에서는 매년 그의 독특한 분위기를 닮은 후배가 한 명씩 등장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군만큼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당시 연구실은 거의 합숙소와 같았다. 발표 준비, 주간 논문 발표, 학부 수업 준비, 프로젝트 개발, 졸업 논문 작성, 그리고 간간이 즐기는 연구실 대항 네트워크 게임 시간까지! 연구원들은 집에 가지 않고 연구실에서 숙식을 해결하곤 했다. 어떤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어떤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집에 가는 게 고작이었다.
이런 환경에서 이중고 군은 연구실의 핵심 엔터테이너였다.
별명부터 그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바로 “만해 선생”!
이유는 간단했다.
배도 산 만해 - 야식으로 다져진 둥글둥글한 배.
정신도 산 만해 - 엉뚱한 아이디어와 해맑은 행동들.
책상도 산 만해 - 책, 서류, 컵라면 용기까지 흩어져 있는 그의 자리.
더운 여름날, 연구실의 재미있는 일은 종종 화이트 테이블에서 이루어졌다. 이 흰색의 큰 테이블은 크고 편해서 연구원들 사이에선 최고의 잠자리로 통했다. 그날도 이군은 위에 런닝 하나만 입은 채 화이트 테이블 위에서 깊이 잠들었다.
문제는 그의 둥근 배였다. 잠결에 런닝 셔츠가 서서히 말려 올라가 배꼽이 노출되었고, 이를 본 강한결은 장난기를 참지 못했다. 그는 냉동실에서 꺼낸 사각 얼음 한 조각을 조심스레 이군의 배꼽 위에 올려놓았다.
"얼음이 녹기 전에 깨어나겠지?"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이군은 얼음이 다 녹을 때까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모두 각자의 할 일을 위해 떠났고, 한참 후 이군을 깨우자 그는 잠이 덜 깬 얼굴로 중얼거렸다.
"웅… 누가 물 먹고 내 배에다 남은 물 부었어???"
눈앞의 정수기를 본 그는 이 상황을 '잔여 물 테러'라고 착각했다.
이군은 대학원 생활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모두에게 웃음과 여유를 선물한 존재였다. 그의 산만함은 연구실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고, 그 여름날의 얼음 사건은 오랫동안 연구실의 전설로 남았다.
지금도 후배들은 연구실 한쪽 구석에 놓인 화이트 테이블과 정수기를 보며 그날의 얼음과 배꼽, 그리고 이군의 명대사를 떠올리곤 한다.
"누가 물 먹고 내 배에다 남은 물 부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