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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비 Sep 29. 2021

남편은 쌍꺼풀을 원했다.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다.

난 쌍꺼풀 있는 남자가 싫다.

어디까지나 개인 취향이다.

우리 가족은 모두 쌍꺼풀이 있는데 특히나 아빠와 남동생은 눈이 부리부리하고 쌍꺼풀도  짙다.

화난 것도 아닌데 눈이라도 치켜뜨기라도 하면 정말이지 정남이가 뚝 떨어진다.

그래서인지 난 외꺼풀인 사람이 좋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엄밀히 말하면 순해 보인다가 맞을 것이다.


내 남편?

물론 외꺼풀이다. 아니 외꺼풀이었다.

외꺼풀에 조금 처진 눈이 내겐 그리 선해 보일 수 없었다.

웃는 얼굴은 말 그대로 하회탈이었다.

뭐 외모로만 사람을 택한 건 아니지만 어찌 됐든 그런 외모에 매력을 느꼈을게다.

남편의 눈은 남들의 기준과 별개로 내겐 매력이었지만

나이 드니 점점 늘어지는 눈두덩이 때문에 시야는 좁아지고 눈썹이 눈 안으로 들어가 

안구를 찌르는 일이 잦아졌다.

세월은 막을 수 없고 나 보기 좋자고 불편함까지 감수하라고 하는 건 그저 나의 욕심이란 생각이 들었다.


생일선물로 남편의 상안검 수술을 해주기로 했다.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걸 보니 내심 기다린 눈치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서 성형외과를 알아보고 둘이 상담을 받으러 갔다.

눈 처짐 정도, 얼마나 제거하는지 등을 정밀하게 검사했는데 뜻밖의 말이 나왔다.

"아무래도 쌍꺼풀 수술을 같이 하셔야겠어요. 많이 쳐져서 그냥은 어렵겠어요."

"안돼요!!"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다.


사실 병원에 가기 전에 남편은 은근슬쩍 이왕 하는 거 쌍꺼풀 수술을 같이하면 어떠냐고 물었었다.

나는 미쳤냐고 쌍꺼풀 하면 나랑 같이 살 생각하지 말라고 엄포를 놨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된다는 내 말에 의사 선생님은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다.

원하면 안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눈썹 위까지 잘라내야 해서 모나리자로 살아야 할 수도 있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었다.

모나리자냐 쌍꺼풀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실상 그것이 문제가 되겠는가. 

어떤 사람이 눈썹 없이 살고 싶겠는가.

어쩔 수 없이 우린 절개가 아닌 집는 걸로 절충을 했다. 

그 덕에 남편의 눈썹은 반만(반이나?) 날아갔다.


20년 넘게 함께 살면서 나는 남편이 쌍꺼풀을 원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내가 안 좋아한다고 남편도 그랬을 리 만무하건만 난 늘 내 위주로 생각하고 

상대도 그럴 것이라고 착각했다.

더군다나 한 번도 쌍꺼풀에 대한 부러움을 표현한 적 없던 터라 

수술 전 쌍꺼풀 얘기를 꺼냈을 땐 오히려 화를 냈었다.


누구나 자기가 갖지 못한 외모에 대한 동경이 있다.

작아도 너무 작은 키를 가진 나는 제발 바지 좀 잘라 입지 않을 정도만 되는 게 소원이었다.

남편에겐 그것이 커다란 눈에 쌍꺼풀이었나 보다.

내게 작아서 아담 하단 말이 결코 칭찬이 될 수없듯

'당신의 처진 눈이 너무 좋아'는 그에겐 콤플렉스에 소금 치는 일이었을 것이다.


남편의 수술은 잘 끝났고 점점 자연스레 자리를 잡고 있다.

한동안은 남편이 들어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랐다.

도대체 저 인간은 누구지?

본인은 저리도 좋아하는데 나는 적응하는데만 한 달이 넘게 걸렸다.

무엇보다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처진 눈의 남편이 없다는 게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가끔 남편의 축 처진 그래서 선하디 선한 그 눈이 그립다.

어색한 건 비단 나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끔 남들이 골뱅이 눈이 됐다고 놀린다면서

자꾸만 거울을 보는 남편에게

"언 년이 그딴 소릴 해. 이쁘게 잘만 됐구먼." 하면서 등을 두드려준다.


그러고 보니 외꺼풀은 옛말이구나.

더 이상 외꺼풀 남편은 없다.

그래도.....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다. 

점점 낯선 모습은 익숙해지고 골뱅이 마냥 동그래진 눈도 당신의 일부가 되어 

어느 순간 편안해질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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