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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May 10. 2024

봄이 오는 소리, 봄의 순간 노르망디

mon moment, printemp

우기처럼 마냥 비가 오던 겨울이 지나고 어느새 노르망디에도 봄이 찾아왔다.

계절의 순환처럼 숨쉬듯 자연스러움은 언젠가 그것의 소중함도 잃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찾아왔음에 감사함을 느끼고 순간을 즐기고 느낀다면 계절의 변화는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껴진다.


도시에 살 때는 계절의 변화를 옷에서 부터 찾아봤다.

겨울이 오면 지하철까지 걸어갈 때 어떤 옷이 추위에 가장 적합한지, 여름이 오면 땀을 흘리면 어떤 옷이 가장 흡수를 잘 시키는지, 


시골에 살다보니 심어야할 농작물, 어김없이 헛간에 둥지를 트는 제비, 정원에 나가 커피를 마실 수 있는지, 양들의 위치를 바꿔줘야하는지 


이런 일들을 통해 계절이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겠지만 봄을 가장 좋아한다.

뭔가 깨어나는 기분, 살아있는 기분이 들어 봄의 기운을 좋아한다.


봄이 오면서 뭔가 일상에 생기있는 리듬과 박자가 생기는 것과 같다. 



옛날 빵을 만들 던 작은 집이 있는 뒷 정원


비가 자주와서 언제나 푸릇한 노르망디지만

봄에는 유난히 연두색 빛으로 더욱 눈부시게 푸르르다.


겨울이 끝날 즈음 키우던 양이 새끼를 두 마리를 낳았는데 이상하게도 새끼 한 마리만 돌보고 다른 새끼가 젖을 먹으려하면 어미가 거부를 한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온 가족이 나서서 어미 양을 붙잡고 새끼 양에게 젖을 먹을 기회를 주었다.

몇 주 흐르다보니 너무 힘들어 결국 내가 하루에 네번 분유를 주게 되었다.



몇 번 반복되나 보니 내가 가면 저렇게 멍멍이마냥 메--에 거리며 쫄랑쫄랑 뛰어온다.

처음에는 귀찮았는데 나도 엄마인지라 어미에게 젖을 못 먹는 새끼 양에게 측은함이 생겼다.

저녁에 마지막 분유를 주고 밤에 잘자는지 배고프지는 않는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한달 정도를 분유를 주니 제법 통통해지고

봄이 되니 풀을 먹을 수 있게 되어 나의 임무는 사라졌지만 일곱마리 양 중에도 특히 마음에 쓰이는 녀석이다.


봄의 기운을 받고 동물들도 활기를 찾은 것 같다.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우는 소리도 우렁차진다.


나무에 새싹이 돋으니 찾아오는 새들도 많아지고 곳곳에 둥지를 트는데 항상 돌담벼락 구멍에 알을 낳는 어미새가 있다.



저 돌담벼락 틈에서 우렁찬 아기 새들의 지저귐이 들린다.

미안하지만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서 얼굴을 들이밀고 살펴보면 입을 힘껏 벌리고 어미새의 먹이를 기다리는  아기 새들을 볼 수 있다.

동네에는 큰 매나 여우, 족제비, 고양이들이 아기 새들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아무도 닿기 힘든 저 곳은 정말 최적의 장소다.


시골에 살면 깜짝깜짝 마주치는 동물들이 많다.

얼마 전 오리들과 닭들을 몰살시킨 족제비,여우도 있고 길가에서 마주치는 토끼와 고슴도치, 정원을 정리하다 보면 수없이 만나는 달팽이와 정말 가끔 만날 수 있는 도마뱀(다행이 뱀은 없다;) 

징그러운 줄 알았는데 정원의 해충을 잡아먹는 뾰족입 쥐도 있고


그 중에도 행운처럼 만나는 사슴, 농작물 씨를 뿌리기 전 들판에 내려와서 사람 눈을 피해 먹이를 찾는다.


흐릿해서 잘 안보이지만;;;

 어느 날 날씨 좋은 날, 산책하다 선물처럼 뿔이 달린 사슴을 만났다.

왠지 올 봄에는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사슴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봄에는 무언가 좋은 일을 기대할 수 있는 기운이 있다.


노르망디 한복판에 서서 봄을 온 몸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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