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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May 24. 2024

그림팔아서 번 돈으로 또 그림을 그립니다

작년 크리스마스 마켓에 추위를 견뎌가며 그림을 팔고 번 돈 48유로가 있었다.


작은 마을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그림 팔기 (brunch.co.kr)

번돈으로 캔버스와 스케치북을 구입했다.

프랑스에 와서 작가로써 활동하고 거의 처음으로 번 돈이기에 값지게 쓰고 싶었는데 나에게 값진 것이란

내 인생에 기회를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바쁜 연말과 연초를 끝내고 다시금 책상에 앉아 붓을 들었다.

가끔 열정만으로는 붓을 들지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예술가도 목표가 있어야 한다. 전시라던지 포트폴리오나 공모전같은

몇 해 전부터 찜해두었던 해외그림공모전이 있었는데 매년 내야지내야지 마음만 먹었지 실행하기가 힘들었다.


한국에 있을 때도 미술대회에 출품을 한 적이 있었는데 6년 전쯤 특선을 받고(알고보니 출품만 하면 입선은 따논 당상) 기쁨 마음에 출품했던 작품을 찾을 겸 상장 받을 겸 전시장을 갔었다.

사실이라도 적시하기는 그렇지만 뭔가 다들 아는 분위기들, 그냥 상장을 툭툭 나눠주는 분위기 여러가지 정황상 다시는 출품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모든 미술대회, 미술상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주관적인 인상이니 객관화는 하고 싶지 않다.


그 이후 관심있는 미술대회에 출품하려고 기웃거렸으나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출품비때문에 망설여지곤 했다.

결국은 출품비로 상금, 대회운영비 등을 충당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한 작품 당 가장 적은 출품비가 5만원대이니 누구에게는 적을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이 돈을 주고 그냥 찍어낸 상장 하나를 받기에는 무리인 금액이라 생각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게 해외미술상이었는데 물론 출품비가 높은 곳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없는 경우가 많고 있어도 저렴한 편이라 잘 살펴보고 내 작품과 맞는 곳을 몇 군데 추려두었다.


그 중 영국에서 주최하는 잭슨 아트프라이즈라는 곳에 연초에 출품하기로 하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출품비는 작품당 6파운드, 대략 만원 초반대

저렴한 편이다.


Jackson's Art Prize (jacksonsart.com)

매년 미술상이 치뤄지며 연말에 계획을 발표한다.

관심이 있는 작가라면 지원해볼만 하다.

상도 꽤 많은 편이고 혜택도 괜찮은 편이다.



난 위 그림을 포함해서 총 3점을 출품했다


(한 점은 보완이 조금 더 필요하다 생각해서 올리지 않는다)

원래는 이 풍경 그림이 주력이었다.

여기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심정을 담은 풍경이다.

하지만 그간 미술상에 출품되었던 풍경그림을 살펴보니 워낙 완성도도 높고 고전적인 풍경화가 많아 이 작품하나 만으로는 조금 약할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 위 추상작품을 추가출품하였다.


언제나 결과를 모르는 기대는 흥분되고 설레지 않던가


세 작품을 내고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하였다.

최종 엔트리에 들면 런던의 한 갤러리와 아트페어에 전시를 할 수 있는데 상상으로는 벌써 런던행 비행기 타고 있었다.

여기서는 런던에 배를 타고 갈 수 도 있으니 배를 타고 갈까 하는 생각까지.



기분 좋은 상상만 하다가 바쁘게 일상을 지나다 보니 어느 날 메일이 한 통 와 있었다.

출품했던 미술상에서 한 점이 롱리스트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loinglists와 shortlists가 있는데 loinglists는 약간 결승에 진출할 수 있는 후보에 뽑혔다고 해야하나.


그 이후는 내 상상대로 결과가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많은 출품작 중에서 엔트리 안에 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다시금 작품을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을 찾은 것 같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영영 박제해 놓고자 화면 녹화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하지 않던가.

비록 수상은 못했고 런던에서의 전시도 이어지지 못했지만 내 마음은 꺾이지 않았다는 것.

내년 또 이 미술상에 도전해보고자 한다.


그때는 브런치에 더 좋은 소식을 적을 수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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