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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Dec 22. 2023

작은 마을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그림 팔기

48유로 수입으로 작가는 무얼 할까

크리스마스마켓 장식 작은마을이지만 볼만하다

내가 사는 마을은 인구가 100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다.

여기는 이렇게 작은 마을들이 옹기종기 붙어있다.


아시다시피 유럽은 크리스마스가 큰 명절이기에 몇 주 전부터 각 마을마다 도시마다 트리장식이며 연말분위기에 맞는 조명장식을 한다.

그리고 마을마다 있는 성당을 중심으로 크리스마스마켓 준비를 한다.

내가 있는 곳은 16,17일 주말 동안 마켓이 열릴 예정이라 신청을 미리 해두고 한 달 전부터 판매할 그림을 준비했다.

남편이 여기는 시골이라서 구매력은 없으니 큰 기대를 하지 말라고 했다. 나 역시 처음 참여하는 마켓이고 즐길 겸 나갈 거라 큰 포부는 없지만 그래도 작품이 변변치 않은 건 마음이 좋지 못해 나름 시간을 쪼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크리스마스 장식에 진심인 사람들

아이를 재우고 그림을 그리느라 새벽까지 꼬박 그린 적도 있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면서 틈틈이 그리기도 했다.

전에 그렸던 작업을 가지고 나갈 수도 있었지만 계절에 맞고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그림을 선보이고 싶어 18 작품 정도 새로 그렸다.


기대는 안 했다지만 마켓이 열리는 토요일 날이 밝아오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음 기대는 않지만 누가 마음에 들어 완판 하는 거 아냐?


기대 안 한다면서 쓸데없는 희망이 마음에 들어차고 있었다.


이런 집들에 들어가서 준비한 물건을 판다

오후 3시쯤부터 늦은 밤까지 열리는 첫날 나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정작 옷에는 신경 쓰지 못해 날이 어두워질수록 몸이 한기가 몰려왔다. 춥더라도 물건이 잘 팔리면 좋은 기분에 잊어버릴 텐데 번번이 눈으로 구경만 하고 가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도 몸도 더 추워졌다.


그림 예쁘다

나중에 전시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색깔 참 예쁘다


이런 칭찬도 물건이 안 팔리니 그리 반갑지 않았다.


첫날 나는 준비한 작은 액세서리 몇 개만 판매한 채 추위에 덜덜 떨다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괜히 내 눈치를 보는 남편에게 짜증만 내고 나 때문에 덩달아 추위에 떨었을 아이를 꼭 안고 잠들었다.

나는 그날 꿈에서도 그림을 팔고 있었다.

 

둘째 날

둘째날은 그냥 아이랑 놀기를 더 즐겼다

마음을 그냥 비우고 춥지는 말자며 털바지를 꺼내 입고 귀를 덮는 모자에 핫팩까지 단단해 챙겨 마켓으로 향했다.

안 팔린다고 어영부영 시간만 때우고 오는 건 적성에 맞지 않다.

이래 봬도 한국에 있을 때 플리마켓 참여만 거의 50-60번 한 대단한 사람이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추켜세우며 전날과 다르기 물건 세팅을 바꾸어 보았다.


세팅을 다 한 후 시간이 아까워 예쁜 장식들 촬영도 하고 스케치를 했다. 그러니 구경꾼들이 하나둘씩 많아지기 시작했다. 전날 나의 판매실적이 0원이 되지 않게 도와준 핸드메이드 머리핀을 시작으로 작은 그림도 판매를 했다. 크리스마스라 초에도 그림을 그렸는데 그것도 몇 개 팔려 나갔다.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물건이 조금씩 팔리니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집에서 추위를 달래고 온 남편과 아이에게 말이 부드럽게 나간다. 구경하자고 조르는 아이의 손을 잡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둘러보았다.

내 그림을 구경하며 칭찬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전한다.


기대하지 않았다지만 마음 한편에는 돈을 벌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 내 작품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있었나 보다.


나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만큼은 모든 이들의 주머니가 넉넉하길 언젠가부터 바랬었다.


크리스마스만큼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기를 바란다.


반짝 거린다

본론으로 돌아와 나는 이틀간 마켓에서 48유로 정도 수입을 올렸다.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6-7만 원 정도 일까.


이 돈으로 무얼 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하자 그 누구에게도 아닌 나에게

나의 예술을 응원하는 선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화방에 가서 48유로로 캔버스 2점과 라벤더 색이 곱게 입혀진 스케치북을 구입했다.

내년 4월 마감인 미술대회에 출품할 작품을 위해 캔버스를 새로운 프로젝트 구상을 위한 스케치북을 나에게 선물하였다.


미술대회는 워낙 몇 해 전부터 참여하고 싶었던 대회라 그 과정은 나중에 글로 공유할까 한다. 새 프로젝트 또한.


비록 대박과 완판의 꿈은 이루지 못한 채 소소하게 마무리된 프랑스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마켓 참가지만 내년에는 더 큰 마켓으로 가리라 믿는다.


소소한 돈이지만 나의 더 큰 꿈을 이뤄줄 소중한 돈


*오늘의 그림

크리스마스마켓에 가지고 나간 그림 중 내가 아끼는 그림

식탁보는 단연 시즌이 떠오르게 채색하였고 실내가 따뜻하고 아늑해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초를 그려 넣었다.

밖이 아무리 춥더라도 집안에 들어오면 그 추웠던 몸과 마음이 녹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린 그림.

겨울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그림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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