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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Dec 27. 2023

내가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작품을 사랑하는 이유

나는 알려지지 않은 화가다.

일명 "일개무명화가" 스스로를 이렇게 부른다.

하지만 이 뜻에는 자기 연민이나 나를 낮춰 부르는 것이 아니다.

예술하는 사람들 혹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주목받고 싶어 한다. 내 그림이 아트바젤 같은 유명한 페어에 초대되길 바라고 세계 유명한 갤러리에 소속되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럴 수 없는 현실,

그렇지 못한 예술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그저 꿈만 꾸면서 작업실에 박혀 그림만 그리거나 예술계에 영향력 있는 사람에게 굽신거려야 할까. 물론 그렇게 유명해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또한 선택이기에 비난할 이유는 없다.

단지 나는 그런 루트에는 관심이 없고 유명해지지 않아도 그림을 꾸준히 그릴 수 있는 수입원을 스스로 발굴해 가며 느리지만 정해 놓은 목표에 다다를 샘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지금은 일개무명화가라고 부른다.

언젠가 인연이 된 마음 맞는 작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거의 대화의 주제는 예술과 예술가에 대해서 그중에도 어떻게 스스로를 돕는 독립적인 작가가 되느냐였다.

그 작가님은 예술상품을 판매하면서 번 돈으로 그림을 그렸다.

당시 나도 수업을 하거나 상품을 판매하고 인터넷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돈으로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해나갔다. 난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편하게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는가.

그럴 때마다 동생의 후원을 받아서 그림을 그리다 쓸쓸히 생을 마감한 고흐를 떠올렸다.

고흐의 그림 중에 유명한 건 모두 그가 사망하기 불과 몇 년 전에 그림 작품들이다. 그의 후기작품들 아를이나 오베르쉬르아즈에서 그린 그림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진정 사랑하는 작품은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초기작품이다. 배경지식 없이 이 작품을 본다면 선뜻 그의 작품이라고 짐작되지 않는다.

이미지출처 나무위키

그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렸던 초기작품들은 밀레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농가를 배경으로 한 그림이 많다.

환경적인 영향도 있었겠지만 그의 성향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고흐의 생애를 다룰 때 자주 거론되는 고갱의 성향과도 대조되는 부분이다.

고갱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그의 그림에서 탐욕을 느낀다. 특히 뒷이야기를 몰라도 걸출한 후기작으로 거론되는 타히티에서 그린 그림을 보면 문명화되지 않은 여인들을 보는 편치 않은 시선과 욕망이 느껴진다.

반면 소외되고 불쌍한 사람들에게 동정심을 보여 불행을 자초했던 고흐는 특히 초기작에서 그의 성향이 잘 드러난다.

 
파리로 넘어오기 전 1885년 전 작품들은 대표작 <감자 먹는 사람들>뿐 아니라 <앉아있는 농부> <경작하는 사람> 등등 정겨운 시골풍경이다.

말이 정겹지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농민들의 삶은 팍팍해졌고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해야 겨우 먹고살 수 있었을 것이다.


상상을 해본다.


가난한 농가를 방문했던 고흐는 궁핍하지만 서로를 위하며 늦은 저녁 감자와 차를 나눠마시는 가족을 보면서 희망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도 비록 현재는 시작하는 별 볼 일 없는 화가지만 언젠가는 빛을 보겠다는 자신을 가졌을 것이다.



동생 테오의 후원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화가 길을 걷던 시절 남긴 수많은 편지 속에서 동생의 고마움과 미안함 그래서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마케팅 적으로 고흐의 불행한 생애가 강조돼서 예술가는 그 처럼 돈을 좇지 말고 가난해야 한다. 소위 헝그리 정신으로 대표되는 화가이지만 마음속에서는 성공하고픈 의지가 강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후에 가장 돈과 연결이 많이 된 화가이기도 하다.

그의 모사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가 일손이 부족할 정도이니.

만약 그가 후원을 받지 않고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간간히 다른 일로 생계를 꾸리면서 그림을 그렸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말 그대로 자본에 대해 독립적인 작가였다면.


그림이 더 좋았거나 나빴거나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이렇게 안타깝게 제대로 전시도 못해보고 쓸쓸히 젊은 날 죽음을 맞지는 않았겠지 싶다.


그의 불꽃같은 인생 덕에 좋은 그림을 감상하는 행복을 누리지만 화가 인생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항상 동정이 따른다.




"예술가는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어야 한다.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




주문처럼 생각하는 말이다. 독립적이지 못하면 계속 도움을 구해야 하며 누군가를 설득하면서 살아야 한다.

비단 예술가뿐 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나 자신을 일개무명화 가라 부르지만 내 위치를 즐기고(?) 있다.

노르망디 작은 시골에서 스스로 번돈으로 작업하고 전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독립적인 사람

하지만 나도 언젠가 바라는 목표에 도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고흐가 그렸던 감자 먹는 사람들처럼 현재는 어두운 곳에서 소박한 그림을 그리지만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일개무명화 가는 걸어 나간다. 씩씩하게

나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대부분 재료값이나 생계를 위해 작은 작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누군가는 그림값으로 딴지를 걸겠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나 그림이 아름다우면 살 수 있는 미술시장을 만드는 것 나의 하나의 목표다.

그 아름다움을 알아본 사람들이 만들어준 돈으로 또 그려질 그림을 위해 물감과 캔버스를 살 것이다.



이 집은 나에게 고마운 사람의 집이다.

<메종 드 안젤릭>

크리스마스 때 초대를 받아 선물을 찾던 중 직접 그린 그림이 어떨까 하여 준비했다. 선물을 받은 사람은 굉장히 행복해했다. 그것으로 내 그림은 소명을 다했다.

같이 초대받은 사람이 자신의 집도 그려줄 수 있냐며 값이 얼마냐고 물어온다. 마음을 베풀고 일거리를 찾았다.

좋은 마음은 언제나는 아니지만 대부분 다시 좋은 마음으로 돌아옴을 느꼈다.

연말이 되고 새해가 찾아온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행복한 시절이 오기를 혹은 계속되기를 바란다.


Bonne an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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