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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망디 시골쥐 Dec 28. 2023

돈 없는 육아는 가능할까

갑자기 엄마가 된 예술 같은 육아철학

한국에서 벗어나 있어도 한국사람인지라 우리나라는 괜찮은지 뉴스를 자주 살핀다.

지속적으로 올라오는 뉴스는 단연 저출생 문제로 시작되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의 대립이야기.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인구가 결혼을 기피하는 것도 문제인데 기혼들까지 아이를 낳지 않겠다 선포한다는 기사들이 줄을 잇는다.


나는 비혼주의자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사실 좋지 못한 어린 시절 탓에 결혼에 대한 환상은 조금도 없었다.

여자아이들이 흔히 꿈꾸는 웨딩드레스에 대한 욕망도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포부조차 없었다.

더군다나 돈 못 버는 축에 속하는 예술이라는 직업을 선택하면서 결혼은 저기 한 구석에 쑤셔 박아놓은 유통기한 지난 냉장고의 우유 같았다.

그런 내가 아이를 낳는 건 더더군다나 생각할 수 있었을까


딸이 좋아 아들이 좋아

아이이름은? 장난처럼 오가는 수다에서도 그리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인생에 큰 계획을 세우며 살아가지는 않지만 프랑스에서 예술레지던시를 경험하고 한편에 언젠가 다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결혼과 육아를 이유로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혼에 대한 환상이 없어 혼인신고만 간단히 하고 아이를 낳고 우리는 가족을 이뤘다.

어떤 엄마가 되어야지 이런 결심도 굳건히 하지 못하고 엄마가 되었다.


누군가 나의 이런 이야기를 듣고 내 사정을 안다면 당신은 엄마가 될 자격이 없다 이야기할 수 있다.

왜냐면 자본이  최고의 미덕이라 여기는 나라에서 부모라는 이름도 돈이 있어야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과연 돈이 있어야만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자본은 얼마여야 하고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일까?




나는 누군가의 기준에서는 돈이 없는 엄마다.
런데 그 누군가가 나에게 엄마의 자격을 논할 수 있을까.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나의 모든 시간과 노력은 아이에게 들어간다. 잠은 잘 자는지 발달은 잘 되고 있는지 잘 먹고 있는지 심지어 기저귀가 조금 틀어져서 그게 방해가 되고 있지는 않을까 신경 쓰고 또 생각한다.

육아가 힘든 이유는 체력적인 것도 있지만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큰 무거운 책임감이 나의 어깨를 누르기 때문이다. 아이랑 재미있게 놀다가도 내 게으름으로 뭐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몸과 마음이 온전히 편하게 쉴 수 없는 마치 휴가 휴일 주말이 없는 평생직장에 다니는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까.


그만큼 큰 책임이 따르기에 육아는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마냥 행복하다가도 좋은 엄마인가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은 나 자신 이어야 한다. 돈 운운하는 남들의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


돌아와서 그 자본의 논리라면 나는 엄마가 되면 안 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았고 키워보니 그리 돈이 들지 않는 육아는 가능했다.

아마 내가 프랑스에 살아서일까. 아니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아니면 아직 아이가 어려서일까. 아마 커서도 그러할 것이다.


내가 돈이 많이 안 드는 육아를 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로 장난감 책 옷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고를 구입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벼룩시장 중고마켓 등이 활발해서 괜찮은 중고용품이 넘쳐난다. 특히 장난감은 많이 사주지 않는다. 장난감은 아이의 사고력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장난감이 이 연령발달에는 꼭 필요하다는 광고는 육아산업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

적은 장난감으로 아이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가지고 놀기 하는 걸 통해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아이는 다행히 뭔가를 사달라고 조르거나 떼쓰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어려서 그런 거 같기도 하지만 장난감으로 노는 것보다 엄마 아빠랑 노는 걸 더 좋아하고 밖에서 동물들이랑 어울리는 걸 좋아한다.​​

​최신 장난감을 주기보다 사소한 것이지만 되도록 엄마랑 아빠랑 교감하며 놀 수 있도록 한다.
장난감은 내가 놀아주지 못할 때 그리고 아이가 장난감에 흥미를 보일 때 건넨다.

책도 마찬가지다 한국에 있을 때도 종종 물려받거나 알라딘중고서점을 이용했다.

다행히 프랑스는 중고마켓에서 깨끗하고 좋은 양질의 도서가 정말 저렴한 가격 보통 2유로를 넘지 않는다.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안돼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줬다.

그래서 아직도 책에 흥미가 높다. 혼자 안 되는 말로 읽기도 하고 나랑 책 보는 걸 제일 좋아한다.

프랑스에 올 때 무게 때문에 한국책을 많이 가져오지 못해 한 두 권을 매일 반복해서 보여줬는데 오히려 그게 좋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한창 말을 배울 때는 반복학습이 좋다 한다.

그리고 한국책은 전자책으로 대신한다. 무료인 어플이 있어 그걸 활용한다.(두루책방이라는 어플인데 책 내용도 좋고 재미있다. 광고는 아니다)



두 번째 아이가 먹는 것.

내가 신경 쓰는 1순위다. 되도록 가공식품 말고 자연식으로 먹이려고 노력한다. 때문에 식재료를 삶거나 가끔 볶고 간을 하지 않고 본래 맛을 느끼게끔 해준다.

아이가 먹는 거라고 유기농이라 하며 진짜 유기농인지 모르는 것들을 비싸게 파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것보다 성인도 먹는 식재료 중에 농약을 많이 하지 않고 재배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감자나 고구마 같은. 그런 거 위주로 식단을 짜고 간식도 과일이나 콩 위주로 준다.

프랑스는 농업국 가라 그런지 유기농이나 식품인증에 까다롭지만 무턱대고 가격이 비싸지 않다.

나도 가끔 과자를 줄 때도 있지만 정말 최소한 시간이 되면 아이랑 먹을 쿠키나 와플을 함께 만든다.

과일은 여기는 정말 비싸지 않아 빼놓고 먹이지 않는다. 구입하는 과일은 바나나 혹은 귤.

다른 건 뒷마당에서 열리는 거라 사과 포도 배 키위 등은 바로 따서 준다.

세 번째 가장 중요한 것

나만의 육아주관이 있으면 돈이 안 드는 육아를 할 수 있다.

어떤 유명인이 아이에게 뭘 사주었다. 유모차를 어떤 걸 쓰더라 등 그런 것에 현혹되지 않는다.

옛날에는 아이는 생산재였다. 아이를 낳고 키워놓으면 농사에 집안에 보탬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아이는 소비재로 바뀌었다. 마치 아이에게 이런 걸 해주었다 저런 걸 사주었다는 자신의 소비가치를 증명할 하나의 수단이 누군가에게는 되어버렸다. 아이에게 돈을 쓰고 어딘가를 데려가는 건 자랑거리가 아니다.




나는 누구보다도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매일 수십 번 눈을 맞춰주고 함께 깔깔거리며 놀아준다.

그건 돈으로 전부 되는 세상에서 돈으로 할 수 없는 것.

부모가 아무리 돈이 많아 시간의 여유가 체력의 여유가 된다 하여도 사랑이 없다면 해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자부한다.

오늘도 후회 없이 아이를 사랑하고 안아주고 놀아주었다고

물론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이라는 가정을 앞세우지 않고

돈이 풍족하지 않아도 육아는 충분히 가능하다. 나의 사랑스럽고 세상 어느 것도 부럽지 않을 아이를 낳기에 우리는 돈과 무관하게 모두 자격이 있다.






소소하지만 따뜻해 보이는 저녁식탁 풍경을 좋아한다.

식구가 둘러앉아 음식을 나누고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다.

아이도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아이를 키우고 가르칠 때 돈으로 살 수 없는 무언가 즉 사랑으로 키워야 한다. 이 지당한 이야기가 고리타분해지고 논쟁거리가 돼버린 사회가 조금은 야속하지만 예술에도 나의 주관이 있듯이, 육아에도 나의 철학을 넣어본다.

육아는 내가 만난 가장 큰 예술이고 아이는 내가 만난 가장 훌륭한 예술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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