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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소예 Jul 08. 2022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일상 기록 - 추억의 노래


♬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 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


가끔 내가 흥얼대는 노래이다.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와 같은 노랫말이 마음에 들어

운전할 때 혼자 흥얼대는 노래인데,

이 노래에 대해 한동안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어제 뉴스를 보고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2021.02.15)

남편이 당신 모교가 뉴스에 나온다며 나를 부른다. 또 무슨 ‘비리’가 터진 모양 인대,

제대로 듣지는 못하고 지나가는 화면으로

학교 사진만 보았다. 그냥 여전하구나 싶었다.


내가 학교에 다닐 때도 총장 비리가 심각해서 학생들의 반발이 심했었고,

90년대 중반이었기 때문에

데모(학생시위)가 있던 시절이었다.

화염병이나 최루탄 같은 것을

거의 마지막으로 접한 학생 세대가 아닌가 한다.


나는 그때 당시 의식 있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가톨릭 학생회’라는 동아리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에게 가끔 정신교육을 받았다.


‘전태일이 누군지 아느냐?’부터 시작되는 교육.

이해하기 어려운 끝없는 논리와 민중가요를 부르던 선배들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다.

나는 예대 특성상 동아리 활동이 어려워

간간이 참석을 해도,

선배들은 어떻게든 예대 애송이에게

정신교육을 시키려고 했었다.


우리 과에서는 총무라는 직책을 맡게 되어서,

예대 총학생회 단체 활동을 의무적으로

했어야 했다. 우리 학교 예술대 등록금은 전국적으로 손에 꼽힐 만큼 비쌌고,

총장 비리가 심각하게 터져 나오던 해에

학생들은 단체 시위를 하게 되었다.

나 역시 의무적으로 시위에 참석하게 되었고,

총장실 앞을 점거하고 함께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고 했었다.


생각해보니, 그때 불렀던 노래가

‘바위처럼’이라는 노래였다.

90년대 학생 시절을 통과한 노래.


내가 세상 부당함에 맞서 싸워서

그 자리에 가진 않았지만,

세상 물정은 몰라도 그 자리는 지켜야 할 것 같은 의무감으로 가서 함께 불렀던 그 노래.

그 노래가 깊이 각인된 것인지 혼자 있으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시절에는 꼰대처럼 느껴졌던 선배들이

나에게 준 교훈이라면,

‘세상의 화려함은

그 이면에 수많은 고통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쑥~대머리’ 같은 요상한 노래를 부르며 고갈비(고등어)에 소주를 먹던

늙은 복학생 오빠들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의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전태일 동화를 읽고 와서,

“엄마 전태일이 누군지 알아?” 묻는다.

나는 순간, 꾹 참고 “아니, 몰라. 누구야?” 그랬다.


아이는 마치 그 시절 선배들처럼,

열의 플러스 결의에 차서 나에게

동화 내용을 설명한다.

정의감에 불타는 아들에게 소주는 못 따라줘도 단술(식혜)이라도 따라줘야 할 판이다!


요즘도 한참 정의감에 불타는 청소년 시기이다.

아베를 욕하고, 일본을 욕하고, 중국을 욕한다.

엄마는 유니클로 안 가고, 탑텐 가면서

일본 작가 글은 왜 읽냐고 그런다.


00아, 00 작가님은 한국을 좋아해.

00 작가님은 한국한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 사람은 미워하지 말자! 라고 나는 애원한다.


수많은 사연을 가진 노래들이 내 마음속에

있을 텐데, 대학 비리 뉴스로 모교가 생각났고,

오늘 아침 아이를 데려다주며 흥얼거린 노래가 주제가 되어 이렇게 의식의 흐름을 따라 마구잡이로 글을 쓰고 있다. 대학시절 썸남 이야기라도 쓰면 더 재미있었을 텐데..


그래도 총장실 점거 사건을 함께 한

노래였다는 게 반짝 떠올라 새로운 발견을 했다.


소돌 해변 '아들바위공원' 2018.






응답하라! 90년대!


바위처럼 살아가 보자

모진 비바람이 몰아 친대도

어떤 유혹의 손길에도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람에 흔들리는 건

뿌리가 얕은 갈대일 뿐

대지에 깊이 박힌 저 바위는

굳세게도 서 있으니


우리 모두 절망에 굴하지 않고

시련 속에 자신을 깨우쳐가며

마침내 올 해방세상 주춧돌이 돌

바위처럼 살자꾸나


<바위처럼 - 꽃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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