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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Bakha Mar 17. 2023

#남친천재모니 : 결혼식은 비전공

모니 만화일기


[해 뜨는 나라의 공장]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쓰고, 그의 절친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고 안자이 미즈마루가 그린 에세이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키 씨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이 책은 실제로 그들이 방문한 7개의 공장 방문기이다. 일본을 대표하거나 어떤 의미부여가 아니라 순전히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공장을 찾아간 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그 두 번째 방문 공장이 바로 결혼식장이다. 하루키에게 결혼식장은 결혼을 찍어내는 공장이었던 것이다..!

이 책을 20대 중반에 읽었었는데, 나는 그의 관점에 격하게 동의했다.

"아아, 그렇다. 사람들은 찍어내는 결혼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의사와도 상관없이 그저 대량생산하듯 자신의 삶을 타의로 찍어내고 있는 것이다!!!"라며... 스스로 그런 식으로 결혼을 맞이하지 않아야지, 특히 이벤트일 뿐인 결혼'식'에 관하여서는 더더욱 그러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15년 전의 다짐과는 달리, 나는 가장 보편적인 이른바 공장형 결혼식을 하게 될 예정이다. 천편일률에 대한 거부감, 혹은 의미에 대한 집착이 지금의 내게는 과분할 뿐 아니라 겸손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복붙 해놓은 듯한 결혼식을 구현한다는 것은 사실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 과정과 내막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 결혼식은 똑같아 보일지언정, 결혼을 하는 사람과 여건은 제각각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면, 다양한 여건의 사람들이 동일한 형식을 취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쉬운 일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큰 돈이 필요한 일이다.)

 

흔히 말하는 "결혼은 집안과 집안의 일이다"라는 말의 무게는 "한국과 00국의 외교 협정"과 다르지 않았다.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가 연결되어 있고, 복잡한 이해관계, 특히나 양가의 문화가 굉장히 다른 상황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서로 배려해도 모자라다. 별다른 의미 없는 발언과 의견도 정치적으로 해석되기 십상이다. 결혼 당사자들은 각국의 외교관으로서 현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바로 이 부분이 외교력 제로인 나에게 가장 치명적이지 않을까.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하지만 결혼이라는 거대한 과정의 관문 같은 결혼식은 정말인지 두려운 행사이다... 무엇보다 매우 귀찮다. 다행인 것은, 이번(?) 결혼식의 의미가 결혼보다는 앞으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한시적인 작별과 감사를 고하는 것으로 의미부여가 되기 시작하니 조금은 의욕이 생겼다. 회칠하고 이쁘게 변장(?)해서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해야지. 안녕, 안녕... 고마웠습니다.라고.


해 뜨는 나라의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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