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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담 Mar 05. 2024

[영혼의 한일전] 영화 파묘 리뷰 / 일본 무사와 여우

어제 영화 파묘를 봤습니다

달짝지근해 이후로 영화리뷰를 하는 거 같은데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요즘, 좌파 우파 논란으로 뜨겁던데 전 좌파우파도 아니고 그냥 움파룸파입니다


줄거리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되고… 나와서는 안될 것이 나왔다.


등장인물 소개


화림(김고은) : 무당

봉길(이도현) : 유망한 야구선수였지만, 신병으로 무당이 된 케이스

상덕(최민식) : 묘지나 택지를 선정하고 평가하는 풍수지리사

영근(Aka. 고장로 / 유해진) : 장의사


영화 설명 및 분석


1. 범의 허리를 끊은 것은 왜 여우인가


호랑이 즉, 범은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한 동물입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고구려 고분 벽화를 비롯하여 단군신화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하죠

떡을 안 주면 잡아먹겠다고 하는 것도 호랑이일뿐 아니라 조선 후기 민화에서도 호랑이가 등장하며

우리나라 지도를 보며 많은 이들이 호랑이와 같다고도 합니다


결국, 호랑이는 우리나라를 뜻하는 것이며 허리를 끊었다는 것은

영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남쪽의 지리산에 이르는 산맥인 '백두대간'을

여우가 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일본은 여우일까?

우선 일본의 종교를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은 많은 나라들과 대비되게 그들만의 고유한 종교인 '신토'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자연에 수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우리 곁에 있다고 믿는 고유 종교입니다


그 중 쌀,차,술을 관장하는 '이나리 신'이 자신의 아바타(정령)로

여우를 선택하였고, 일본 신사의 3분의 1이 이나리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본에서 여우가 신으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16세기 일본의 문헌인 '인국기'에 따르면 현재 오사카 남서부 지역에 있던 이즈미국에서

野狐(やこ,야호) 라고 하는 여우 요괴가 사람을 홀리고는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를 방증하는 단어로 규슈 지방의 '야호씌임(野狐憑)'가 있습니다

결국, 여우는 주문을 걸던 여우음양사를 뜻하기도 하며 일본의 요괴를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본의 요괴이자 음양사가 한국 민족성의 상징을 방해하고 있다는 뜻으로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고 했다고 봅니다


2. 그곳에 있는 일본 무사는 누구인가


사실 저는 영화 초반 대사 중

'할아버지가 민족의 뭐시기' '기수네 스님이 뭐시기'를 할 때부터 느낌이 쎄했습니다

묘와 관련된 인물이 친일파일 것 같다는 느낌과 스님이 여우와 관련된 사람일 것이라는 것

그 이유는 일본어로 '키츠네'가 여우를 뜻하기에 한국어로 쉽게 기수네라고 발음하겠거니 생각했습니다


역시나더군요...


왜 굳이 민족반역자를 소재를 사용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화가 주는 분위기와 '묘'와 민속신앙이 주였기에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극 중반부터 일본 무사의 관이 발견되면서

정말 영화의 허리가 끊어졌습니다


영화를 보시면 궁금하실 겁니다

'저 놈은 누구인데 관이랑 덩치가 왤케 크냐'

영화에선 몇마디 나오지 않습니다


'세키가하라 전투' '다이토쿠지' '남산 신궁'

그리고 은어를 좋아한다는 것과 '다이묘'라는 것


이것들로 추려본 결과 제 생각으로는 그 인물이 '고니시 유키나가' 혹은 '이시다 미츠나리'라는 두 인물을 합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왼: 이시다 미츠나리 / 오: 고니시 유키나가

작 중 잘린 목을 바늘로 꿰메는 장면이 있습니다

다이묘였던 이시다 미츠나리와 고니시 유키나가 모두 참수를 당했습니다


차이점은 고니시 유키나가는 장례는 커녕 잘린 목이 거리에 펄럭였으며 이시다 미츠나리는 다이토쿠지에서 장례가 치뤄졌다는 것입니다


또한 고니시 유키나가는 임진왜란 때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도와 조선인들을 학살했지만, 이시다 미츠나리는 문신 출신으로서 행주대첩에서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이길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로 꼽힌 것이 적군의 수장이었던 이시다 미츠나리의 무능함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니시 유키나가가 태어난 이즈미국은 은어가 유명했기에 아마도 이 두 사람을 합친 무사를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주요무대로서의 산


영화의 대부분은 산과 땅으로 시작해서 산과 땅으로 끝납니다

극 후반에서 산신이 등장하죠


우리나라 역사에 있어서 산은 주요 무대 중 하나입니다

단군이 강림하는 곳이자 고려시대에는 태조 왕건 시기부터 5악,5진의 산을 정해 제사를 지냈으며 이는 조선왕조에게까지 계승되었습니다


또한 산은 신의 세계인 하늘과 인간들이 밟고 눕는 땅 사이에 자리잡아 두 세계를 연결하기도 하며 산신으로서 호랑이 혹은 노인으로 관념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에 더해서 극 후반 당산나무와 같은 거대한 나무를 신의 정령으로 등장시켜 산이라는 중간세계에서 각각의 세계의 축이자 기둥으로서의 나무를 표현하여 우리나라 산악신앙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 영화평 (스포 주의)


파묘 감독님의 전작인 '사바하'를 재밌게 본 기억이 있어서 이번 영화 또한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봤습니다. 다만, 전작인 사바하의 경우 온전히 불교적인 관점으로 만들어졌지만 이번 영화의 경우 왜 일본 무사와 친일파를 등장시켰는지는 의문입니다.


신앙이라는 주요 무대에서 굳이 일본적인 요소를 보여준다는 것은 오히려 두 문화의 괴리감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말 후반부터는 삽질을 하는듯 했습니다...


그럼에도 민속신앙과 오컬트를 합친 점은 너무 좋았으며 막판 산이 주는 신비함과 거대함을 표현한 장면은 제가 재밌게 본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님의 '거미의 성'의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구독, 라이킷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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