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살던 복도형 아파트 앞에는 모래가 깔린 놀이터가 있었다. (지금은 복도형 아파트도, 모래 깔린 놀이터도 많이 사라지고 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파트 앞에 모래형 놀이터가 있었다)
학교가 끝나거나 주말에 심심할 때마다 놀이터에 가서 그네를 타거나 친구들과 고래잡기, 유희왕 등 다양한 놀이를 하곤 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놀이터 모래들에 구멍을 내서 개미집을 찾곤 했다. 그곳에서 개미들이 기어나와 자그마한 음식들을 들고 가는 구경을 하거나 수 많은 개미들의 행렬을 보는 것이 재밌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부모님과 다툰 후 놀이터로 가출 아닌 가출을 했다.
그리고 바닥을 기어다니는 개미들을 밟았다. 당시, 나보다 약한 동물은 개미 밖에 없었다.
개미들이 발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피하는 것을 따라가며 발로 밟았다.
그럼에도 개미는 죽지 않았다. 더욱 힘차게 발을 굴러 개미들을 짓밟았다.
그럼에도 개미는 죽지 않았다. 개미는 두 팔 벌려 자신을 억압하려는 무언가로부터 자신의 세상을 지키고자 악으로 버텼다. 더욱 거세게 개미를 몰아붙혔고, 결국 개미는 죽었다.
개미는 자신보다 몇 배는 크고, 자신의 힘보다 몇 배는 강력한 발에 밟히면서도 두 팔 벌려 자신의 세상을 지켜내려고 노력한다.
나는 개미보다 크고 힘도 강하지만, 개미만큼 나의 세상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끊임없이 흔들리고, 끊임없이 무너진다.
작지만 단단한 개미만큼 나도 강해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