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담 Jan 03. 2024

작별인사


저는 매해가 시작되면 다음해가 오기까지의 기간은 마냥 막연해보입니다.

그리고, 막연하던 1월을 지나 2월이 되면 1월에 세운 신년 목표들 중 이룬 것을 생각하며 제가 세운 것들을 모두 이룰 수 있을까 걱정하기 시작하며 3월이 되면 초조해지기 시작합니다.


4월이 되면 벚꽃의 아름다운 죽음을 바라보며 시간의 속도 속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5월에는 제가 계획했던 것들, 제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생각하는 번뇌 속에서 일어나는 자그마한 진동에도 쉽게 흔들리며 무너지고, 6월에는 한해의 절반을 보낸 것을 자축함과 동시에 이루지 못한 저의 계획들에게 술을 바치며 잠시나마 다가올 미래를 잊고 현재의 기분에 취해보곤 합니다.


7월이 되면 한해의 절반을 다시 보람차게 보내기를 다짐하며 여름이 완연한 8월, 땀을 흘리며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때론 목표에 다가가며 아스라이 설레임을 느끼고, 하루하루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는 시한부 환자처럼 목표를 향해 꿈틀대며 도착한 곳에서 원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11월을 지나치고, 이제 곧 다가올 다음 1월을 기다리며 12월을 맞이합니다.


매년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마다 지나갈 해에 작별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매달 지나갈 달에는 작별인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한달, 두달, 세달, 그리고 열두달이 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있기에 한달의 소중함을 알지 못해서 다음달에 하고자 하는 목표와 일들을 미루며 현재의 휴식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면서 새해에 세워두고 이루지 못한 계획들이 몇몇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해에는 정말 단순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책을 출판하는 것, 얼마를 모으겠다, 이런 내용이 아닌 정말 단순한 목표입니다.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슬퍼하기'


이게 2024년 저의 목표입니다.


저는 2023년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사람을 떠나보내기도 했습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난 한편, 좋은 사람을 떠나보냈습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긴 했지만, 전부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좋았던 일보다는 슬펐던 일, 화났던 일들만 많이 생각합니다. 저도 2023년도를 떠올리면 고생한 기억, 눈물 흘린 기억들이 더욱 많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행복했던 기억들을 조금 더 생각하고, 기억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완전히 2023년과 작별을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2024년 어떤 계획을 세우시고 계신가요?

그 목표를 이루고자 너무 여러분들을 옥죄이시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친 마음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어쩌다 한 번씩은 마음을 닦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목표에 너무 집중하느라 생긴 미간의 주름이 골짜기로 변하지 않도록 가끔은 여러가지 표정을 지으며 뭉친 근육들을 풀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연하게 다가오는 이번 계절의 반복 속에서는 조금 더 행복하고, 조금 덜 슬퍼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셔요




작가의 이전글 그저 그런 글들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