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에 대해
우리에겐 최소의 책임이 따른다고 생각하지 않아?
난 그걸 우리의 우정과 연민이라 할게.
물론 내가 먼저 나빴으니까 내가 할 말이 아닌 줄 알아.
난 많이 어리석고 부족한 사람이라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
그리고 넌 아직도 안 쉬워.
나는 너를 보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은 날이면...
네가 나중에 너 혼자 나를 읽으면 안 될 것 같아.
너는 내가 없으면 어디다 너를 슬프게 한 화풀이를 할 수 있겠니.
내가 어리석어? 지난 인연에 연연하는 바보라고 생각해?
많은 인연들이 지나갔지.
그것들에 미련 부려본 적 없어.
너는 나를 지나가지 않았어. 너는 나의 현재지. 과거가 아니야.
너의 나는 과거일 뿐이야?
과거라도 과거니까 이제 용서해 주고 싶지 않아?
나는 너에게 나의 연락처와 주소를 남길 거야.
그리고 네가 어느 날 문득 찾아와도 기쁘게 맞을 준비를 하고 있어.
내가 엉망진창일 때도. 절대 냉정한 표정 짓지 않을 거야.
놀라긴 하겠지. 울겠지. 웃으면서.
내가 사는 모습. 보여주고 싶지 않은 구석 많아도
집으로 들일 거야.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너를 인사시킬 거고.
네가 싫다고 하면... 하지 않을 거야.
넌 내가 널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듣게 될 거야.
그리고 난 너에게 장난칠 거야.
나는 우리가 시간이 지나도 도무지 편해지지 않아서
마음이 뾰족해졌었어.
나는 너와 자매처럼 지내고 싶었어.
친한 친구들이 하는 모든 걸 하고 싶었어.
집에서 하는 내 어리광과 이기적인 모습 다 들키면서
"나 원래 안 착해. 학교에선 얌전한 척하는 거야." 하며 키득거리고 싶었어.
약속할게. 여전히 부끄러운 게 많지만
너를 보면. 절대 너를 화나게 하지 않을게.
제발 간절하지 마. 정말 간절하다면
나에게 말해. 보고 싶다고.
나는 네가 지구 반대편에 있더라도 찾아갈 생각이었어.
너는 그 말만 하면 돼.
네가 나를 만나서 네가 실망할 수 있겠지.
어렸을 때 그런 적 있잖아.
네가 방학에 외가에 갔을 때 너의 시골 친구가 오랜만에 만났더니
실망스럽더라고 했잖아. 하지만 금방 다시 친해졌다고.
나도 그럴 거라고 해줘.
너를 만날만한 사람이 되려 하지 않았던 날들이 길었어.
'부끄럽지 않은 나'는포기했어.
그저 나를 보이는 걸 내려놓는 마음만 준비하며 널 기다릴게.
잘 자.
2024 02 24 토
너의 지현으로부터
추신: 나 오늘 몸이 많이 아팠어. 아프니까 네가 아팠다고 한 날이 생각났어.
그때 네 옆에 있어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프지 말고 건강해.(이건 네가 나한테 한 당부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