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지호야.
나는 지호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뻐.
지호는 정말 순수하고 사랑이 많은 소년이야.
선생님은 지호가 꼭 작가가 되었으면 좋겠어.
지호의 바람처럼 말이야.
그리고 지호가 작가가 되는 과정이 행복하길 바라.
그 과정엔 기쁨만 있지는 않고 힘들고 지루한 것도 들어있어.
그걸 지호가 다 누렸으면 좋겠단다.
그럼 지호는 어느 날 훌쩍 큰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될 거야.
가끔 지호는 어떤 일들로 삐치곤 하는데
선생님은 지호가 그러는 것도 귀엽지만
친절하고 상냥할 때가 더 좋아.
그리고 우리는 아직 서먹한 사이지만 천천히 친해지다가
(선생님은 친해지는데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단다.)
무람없는 사이가 되면(무람이 뭐냐고? ^^)
선생님도 집으로 지호를 초대하고 싶어.
요즘 선생님은 지호네 집에 자주 가잖아.
그래서 지호가 맛있는 것도 꺼내주고
지호의 강아지와도 인사시켜 주었지.
하지만 선생님은 아직 지호에게
맛있는 밥을 차려 준 적이 없잖아?
사실 선생님은 요리라고는 하나도 못하는 엉망인 어른이지만
(정말 하나도냐고 물으면 정말 그래. 어이없지? ^^)
뭔가 연습해서 지호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해 보고 싶어.
피자나 라면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
지호야, 선생님이 숙제를 자주 내줘서 싫지는 않은지 모르겠어.
선생님이 그간 몇 번의 숙제를 내줬니?
처음엔 선생님의 책들을 읽어보게 했고
다음엔 선생님이 존경하는 작가의 책과 여러 작가들의 책들
그랬더니 지호도 지호의 글을 꽉꽉 채워 써왔지.
그건 사실 굉장한 거였어.
하지만 선생님이 지호를 대단히 칭찬하지 않은 건
지호를 이미 작가로 인정했기 때문이야.
지호를 어린애로만 여겼다면
지호를 칭찬 지옥에 빠뜨렸을 걸! ^^
다 말하지 못했지만
지호의 글 속에 지호가 가진 따뜻함에 흠뻑 뭉클했고
지호와 지호 친구의 우정이 귀엽고 부러웠지.
그리고 어제는 선생님이 너무너무 좋아하는 책 세 권을 두고 왔구나.
그동안 건넨 책들 중엔 두꺼운 책이 두 권이나 있었지.
지호에게 지루할 수도 있었을 것 같아.
아무튼 그간 선생님이 건넨 책들 중에서 지호 마음에 꼭 드는 책이 있어 보여서
선생님 어깨가 으쓱해. 다행이야. 나에게도 지호에게도. (흐뭇하단다.)
그 책은 선생님도 자주 읽곤 하는 페이브릿이거든.
어제 준 책 중에도 지호가 칭찬할 만한 책이 포함되어 있길 바라.
그리고 지호가 싫을지 모르지만
지호에게 소개하고 싶은 멋진 책이 무궁무진하게 줄 서있단다. ^^;;;
그리고 선생님이 내 준 숙제 중 <더미북 만들기>가 있었는데
그건 다 만들었을까?
지호는 손으로 하는 건 다 잘한다고 스스로 말했잖아?
그런 지호의 말도 귀여웠어.
스스로를 칭찬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장점도 잘 찾아내는 멋진 사람이니까.
지호야, 오늘은 선생님이 지호를 몇 시에 만나러 갈지 모르겠어.
지금 이 편지는 그간의 지호에 대한 고마움에
일을 하다가 불쑥 쓰고 있단다.
오늘은 선생님이 작업 중인 원고들을 가지고 지호를 만날 건데
지호가 조금은 놀라줬으면 좋겠어.
선생님이 이야기를 잘 써서가 아니라
1. 지호가 했던 어떤 이야기
2. 지호네서 본 어떤 장면이 들어있는
이야기들이라서 그래.
선생님도 무척 신기했거든.
지호를 만나기 전부터 써오던 이야기였는데
지호에게 듣고, 지호네서 보게 되어
꼭 보여주고 싶어 졌지.
지호야, 착하고 따뜻한 지호는 도톰하고 흰 도화지 같아.
매일매일 커다란 도화지 가득 지호의 꿈이 펼쳐지길 바라.
밥 잘 먹고 잘 자고 씩씩하고 다정한 지호를 응원하며
2024 06 09 일
숲에서 만난 지현 선생님이
너에게
오늘은 한 소년에게 쓰는 편지로 너에게 편지를 보내.
나는 6월을 3일간의 클래식 축제에 다녀오는 것으로 시작했어.
네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고 너를 조금 미워할까 하다가
내 처지를 보며 차라리 다행이지 뭐... 했어. ^^
어제는 아침에 비가 오고 점심부터 개더니 날이 정말 화창했지.
그래서 오늘도 맑을 줄 알았더니 아침엔 안개. 지금은 날이 흐리네.
좋은 하루 보내고.
언제나 네 마음 맑은 바람 불어오길.
차라리 이런 나를 알지 않길 : )
나는 너의 행복을 바라고 바라니까.
지현으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