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아이에게 신문 사설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오빠인 첫째가 4학년 때부터 시작한 것에 비하면 조금 늦은 편이긴 하다. 이전에 둘째에게 사설 공부를 하겠냐고 몇 번 물었을 때 거부했었기 때문에 시작할 수가 없었다. 이번에도 조심스럽게 물어봤고, 어렵사리 동의를 받아냈다.
둘째가 허락한 결정적인 이유는 고3인 오빠의 국어 성적이 최근 잘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빠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3까지 약 6년 동안 사설 공부를 했다. 직접적인 연관 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다른 과목에 비해 국어 점수가 잘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첫 공부를 시작하는 날, 가급적 쉽고 거부감이 없도록 접근해야겠다는 생각에 총 학습 시간도 30분을 넘기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서야 드디어 첫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잘 끝났다. 생각보다 집중을 잘했고 관심 있게 들었다. 수업은 내가 문단을 읽어주면서 배경 설명을 해 주었고, 어려운 단어나 표현은 쉽게 설명해 주었다.
둘째는 12권짜리 일일 한자 학습을 약 2년에 걸쳐 거의 완성했다. 그래서인지 단어 설명할 때 학습했던 한자를 복습하면서 설명을 하니 이해가 훨씬 수월했다. 오늘 첫 수업으로 신문 사설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만으로도 절반의 목표는 달성한 듯하다. 오빠처럼 꾸준히 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며칠 후 두 번째 신문 사설 공부를 했다. 사설 주제는 요즘 사회적으로 최대 이슈가 된 의대 증원 문제를 선택했다. TV 뉴스에서 많이 다뤘던 주제라서 흘러가는 소리로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으리라 생각했다. 아프면 가는 곳이 동네 소아과이기 때문에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친근함도 주제 선정에 한몫했다.
왜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에 대해 스토리를 쭉 이야기해 주었더니, "의사가 병원에 없으면 환자들은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며 조금 분개했다. 최근 외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는데, 현재 상황을 떠올리며 한 말인 듯했다.
현재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 명의 의사가 많은 일을 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돈도 많이 번다고 설명했다. 돈을 많이 벌기 때문에 의대가 인기가 있으며,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되면 미래에는 의사 수가 넘쳐서 지금처럼 대우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에 현재 전공의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개월 이상 갈등과 혼란을 이어가면서까지 정부가 의사 수를 늘리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나 시골에 사는 사람이나 똑같이 존엄한 생명을 가졌는데, 누구는 의사가 없어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간다면 공평하지 않다고 말이다. 또한, 이번 증원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제외하고 지방 의대만 늘렸는데, 향후에는 지방 의대를 졸업하면 해당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의사 생활을 하도록 법으로 규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등학생의 눈높이에서 최대한 이해가 되도록 쉽게 설명했다.
두 번째 사설 공부를 마치고 나니 아이가 뉴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아빠, 뉴스가 재미있어!"라고 했다. 매우 빠른 변화여서 나도 적잖이 놀랐고 원하던 바였다. 자기도 몰랐던 것을 알아가니 재미있었나 보다. 이제 사설 공부에 대한 반감은 사라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