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낚았으면...그들은 웃었을까.
그물의 줄과 어부들의 삶은 꼭 닮아 있다. 나란히 평행선을 그리며 함께 버티고 함께 당겨진다.
잔소리하던 아내에게 건넬 엷은 미소, 노부모님을 위한 고기 한 근,
고단한 하루 끝에 피워 물 담배 한 대의 여유. 어부들은 줄을 당기며 묻는다.
오늘, 그물 속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온 힘을 다해 가슴으로 끌어올린 끝자락에서 마침내 '기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차, 영차, 영차….
삶을 낚는 어부들의 손에는 팽팽한 줄이 걸려 있다.
줄 끝자락에 맞물려 있는 커다란 그물 안에는 오늘 한 끼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돈도,
아들 녀석에게 사줄 과자 한 봉지의 든든함도 함께 담겨 있을 것이다.
사십 분이 넘도록 어부들은 줄을 가슴으로 끌어당기고 또 끌어당긴다.
하지만 줄은 쉽게 딸려오지 않는다. 굵은 땀방울이 이마를 타고 흐르고 얼굴은 점점 굳어간다.
삶이 이토록 무거우니 줄이라도 차라리 가볍게 당겨지면 좋으련만.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세 시간. 어부들의 팔과 등은 힘에 겨워 떨리지만,
그 떨림조차 이미 삶의 일부인 듯 익숙해 보인다.
지켜보는 내 마음은 이미 수천 번 그물을 건져 올렸건만,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물고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내 기대는 지친 기다림 속에 흐릿해진 지 오래다.
그러나 끌어올린 모든 바람은 변덕스러운 파도에 쓸려가 버린 듯하다.
늘 하얀 이를 보이며 웃던 어부들의 얼굴이 낯설게 굳는다.
한순간에 휩쓸려 간 희망의 값은 고작 2천 루피(한국 돈 만 원).
한 끼의 책임도, 아비의 든든한 어깨도, 아내의 미소와 작은 호사도 고작 그 가벼운 지폐 몇 장에 팔려 나갔다. 아니,
팔아버려야만 했다.
2천 루피는 그들의 고단한 등을 토닥이기엔 너무나 얇고 가볍다.
어부들은 말없이 다시 바다를 바라본다. 비록 오늘의 복권은 꽝이었지만,
내일 또다시 그물을 던져야만 하는 것이 삶의 숙명임을 알기 때문이다.
팔리지 못한 가난한 희망들이 모래사장 위로 쉼 없이 밀려왔다 사라진다.
낚이지 못한 내일의 기대를 삼킨 채, 바다는 여전히 속 모를 얼굴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