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집 대신 넓은 길, 목줄 대신 자유로운 바람
태양이 작렬하는 거리 한복판. 개 한 마리가 몸을 비틀어 눕더니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살아?"
그 눈빛이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순간 움찔했다. 사실 요즘 이런저런 고민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 이 길이 맞는 건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조차 헷갈릴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머릿속은 복잡해지고, 마음은 무거워진다.
그런데 이 녀석들을 보니, 조금은 부럽기도 하다. 이곳에서 개들은 주인이 없다.
아니, 어쩌면 세상이 곧 그들의 주인인지도 모른다.
좁은 집도, 목줄도, 정해진 식사 시간도 없는 대신, 길이 곧 집이 되고 바람이 친구가 된다.
어떤 녀석은 아스팔트 한가운데 드러누워 세상을 등지고,
어떤 녀석은 배수로 한편에서 둥글게 몸을 말고 잠든다.
배고프면 적당한 냄새를 따라가고, 심심하면 고양이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세상을 구경한다.
때로는 뒷골목 싸움에서 생긴 작은 흉터를 핥으며 인생의 쓴맛을 곱씹기도 한다.
"인생 뭐 있어? 오늘 잘 자고, 내일 또 해 뜨면 되는 거지."
어디선가 개 한 마리가 하품을 하며 그렇게 말하는 듯하다.
나는 문득 내 고민들이 이 개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지는 마음도—
이 녀석들 앞에서는 그저 사치처럼 느껴진다.
길 위에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끝없는 모험과도 같다.
오늘은 굶을 수도 있지만, 내일은 누군가가 던진 빵 한 조각을 얻을지도 모른다.
오늘은 비를 맞으며 떠돌지만, 내일은 따뜻한 양지바른 곳을 찾을지도 모른다.
언제 어디서든 삶은 계속되고, 그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는다.
그러고 보니, 길 위의 개들이야말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지혜로운 철학자들인지도 모른다.
오늘을 살고, 바람과 함께 웃으며, 그저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
부러워할까, 안쓰러워할까? 고민하는 순간, 한 녀석이 내게 윙크하듯 눈을 찡긋한다.
"너도 가끔은 우리처럼 살아봐."
나는 피식 웃으며 녀석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