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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위에서 익어가는 하루(스리랑카 Ep.8)

아보하(Nothing Out of the Ordinary)

by 박모씨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도착한 산속의 집.
선생님이 왔다며 따뜻한 차와 과자가 내어졌다.
부엌에서는 시커먼 솥이 뜨거운 물을 끓이고,
바깥에서는 생선 장수가 "말루! 말루(මාලු, 생선)!” 하고 힘차게 외친다.

삐걱거리는 자전거 한 대.

생선 장수의 자전거는 산길을 넘어 오늘도 이곳까지 도착한다.
해진 스티로폼 박스에는 크고 작은 생선들이 담겨 있다.
신선한 물고기일까? 글쎄.
하지만 여기선 그게 중요하지 않다.
“불이 있으면 다 괜찮아.”

장수가 지나간 뒤,
나뭇가지를 꺾어 불을 지피고
손질한 생선을 솥 위에 올린다.
금세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생선은 보글보글 익혀 들어간다.

싱싱해 보이지 않았지만,
연기가 감칠맛을 더하고,
불이 모든 걸 새롭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주변에 널린 나뭇가지만 주워도 불을 피울 수 있고,

불이 타오르면 물이 끓고, 밥이 지어지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모여 앉아 함께 한 끼를 나눈다

우리는 때때로 편리함 속에서도 불편함을 느끼지만,
여기서는 불편할 것 같은데 전혀 불편하지 않은 삶을 살아내어간다.


이곳에서 들리는 건 바람 소리, 불 지피는 소리,

그리고 삶의 소리.
연기처럼 피어올라,


천천히 하루를 익혀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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