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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광고? '설마'가 '설렘'으로(스리랑카 Ep.9)

결혼 광고? 설마! 하지만 인연은 '광고'할수록 좋아!

by 박모씨

일요일 아침, 운명의 신문을 펼치다! - SUNDAY OBSERVER


매주 주일에만 만날 수 있는 스리랑카를 대표하는 일요 신문, "SUNDAY OBSERVER".

가격은 500루피, 한국 돈으로 약 2,500원.


저렴하다고 얕볼 수 없다

이 안에는 한 주 동안의 핵심 뉴스, 흥미로운 이야기, 인생을 바꿀 기회까지 담겨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이슈부터 부동산 매물, 중고차 거래, 월드 스타 소식까지.

이 한 부만 있으면 스리랑카의 흐름을 꿰뚫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오늘도 자연스럽게 “가장 흥미로운 페이지”로 손이 간다.

바로 결혼 광고란!

결혼 광고? 이거 실화야?

응. 실화야.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시선을 강탈하는 큼지막한 제목이 보인다.

Marriage Proposals, Matrimonial

2012년 결혼 광고 문구
2025년 결혼 광고

그리고 그 아래, 끝없이 빼곡하게 나열된 광고들.

사람들은 신랑과 신부를 찾고,

며느리와 사위를 모집(!)하고 있다.

단순한 구인·구직란이 아닌,

이건 “운명을 거래하는 공간”인 것이다.


한국이라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가족의 정보를 신문에 공개하고, 조건에 맞는 배우자를 찾는다는 것!

처음엔 충격이었지만, 지금은 그 속에서 스리랑카 사람들의 결혼관을 깊이 들여다보게 된다.

그 문구들엔 긴박함과 절박함이 스며 있다.

개인의 이상형을 나열하는 수준이 아닌

가족의 전통, 종교, 가치관, 그리고 희망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광고를 찬찬히 읽다 보면 하나의 패턴이 보인다.

가장 먼저 강조되는 건 신랑·신부의 종교와 가문이다.


"불교 신앙을 가진 부모의 딸을 찾습니다.

독실한 크리스천 직장 여성, 신랑 모집"


가족의 유산, 종교적 배경, 사회적 계급까지 모두 고려된 스리랑카 대형 프로젝트.


특히 부모의 계층(Govi, Rajaka 등)이 강조되는 걸 보면,

결혼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가문의 명예와 전통을 걸고 치러지는 중요한 이벤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키 165cm 이상 여성, 피부색 밝은 분"

"공동 상속 주택 보유, 재산 확실한 가정 우대"

"체형, 피부색, 키, 부모의 직업과 재산"


사랑의 감정 뒤에 현실적인 조건이 버티고 있다.


결혼은 로맨틱한 이벤트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철저한 계약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면, 이 광고들을 볼 때마다 느껴지는 가장 큰 감정은 바로"희망"이 아닐까.


일요일, 새로운 운명이 태어나는 날 누군가는 이 신문을 통해 평생의 반려자를 만날 것이고,

누군가는 자신의 조건을 다시 점검하며 더 나은 선택을 고민할 것이다.


단순한 신문이 아닌 SUNDAY OBSERVER, SUNDAY TIMES


"스리랑카 사람들이 사랑을 찾는 거대한 무대다."

.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 속에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사랑을 꿈꾼다는 점이다.

이상적인 조건을 따지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운명적인 만남을 기대한다.

결혼이 단순한 계약이 아니라 삶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의 선택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누군가는 신문의 한 줄 속

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하고 있지 않을까.


결혼 배우자를 찬고 싶다면 스리랑카 신문을 펼쳐 보시라!!!!



(Govi (또는 Govigama): 이 계층은 전통적으로 스리랑카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농업 계층

Rajaka (또는 Radava): Rajaka 계층은 전통적으로 세탁업과 관련된 계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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