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게임 때문에 성공한 게임회사와 부작용에 미친 제약회사의 이야기
학창 시절에 가장 많이 들었던 얘기인 것 같습니다.
요즘도 그렇겠지만 한 학기에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2번의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중간고사는 힘을 빼고 봤습니다. (나만 그랬나??) 중간고사 성적표를 보고는 기말고사에 잘하면 되지 뭐.. 이러면서 마음을 달랬습니다. 하지만 제 성격이 어디를 갔을까요.. 당연히 그 방법은 쉽지 않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었나 보네요.
거의 망할 뻔했다가 혹은 자신의 실패를 분석해서 성공한 회사들이 있기 때문이죠.
대체 이 회사들은 저와 무엇이 달랐을까요??
Stewart Butterfiled가 설립한 Tiny Speck이라는 회사는 소규모 게임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당시를 회고해 보자면 Apple의 iOS와 Google의 Android 진영이 치열하게 싸우던 시절입니다. 당시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며 수많은 소규모 게임회사들이 등장했습니다.
Tiny Speck 역시 게임업계에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을 출시하는데...
바로 게임 이름은 Glitch라는 MMORPG입니다.
2011년 등장한 이 게임은 캐주얼한 2D 게임은 무료로 플레이가 가능했으며 캐시를 통해 아이템을 꾸밀 수 있는 전형적인 Freemium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이런 류의 게임은 너무나도 많았고 결국 1년이 조금 지나자 결국 실패해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그들은 과감한 피봇팅을 진행합니다.
게임 개발사에 게임이 없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그 반죽이 맛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죠?
그들은 게임 개발 시 직접 개발하여 사용했던 사내 메신저를 그대로 버리기 아까웠던 그들은 직접 메신저의 상품성을 높이는 작업에 들어갑니다.
그렇게 과감한 피봇팅 끝에 그들은 놀라운 메신저를 공개합니다.
바로 스타트업에서 없으면 안 되는 메신저인 Slack입니다.
Slack이 2013년 8월, 첫 등장을 하자마자 24시간 만에 8,000명의 고객이 가입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고객들이 가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적으로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10,000개의 메시지만 볼 수 있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내일조차 장담할 수 없는 스타트업들에게는 이만한 메신저가 없었던 것이죠.
Slack은 이런 스타트업 친화적인 무료 정책으로 15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엄청난 메신저가 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IPO에 성공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만 말씀을 드리면 의문이 드실 겁니다.
바로 아래의 이미지 한 장으로 답변을 드릴 수 있습니다.
Microsoft는 Slack을 잡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습니다.
Slack은 사용자당 $6.67이었지만 Teams는 $5에 Office 365와 Teams를 함께 쓸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왜 Internet Explorer가 반독점 소송을 맞았는지 알 것 같기도..) 사실 Microsoft는 Office 365에 Teams를 끼워 넣어 Slack을 압박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에서는 Slack의 친화적인 무료 정책에 힘입어 Google Drive의 문서도구를 함께 사용했기에 보이지 않는 벽이 명확하게 존재했습니다.
Microsoft와 사이가 좋지 않던 기업들이 지원사격에 나섭니다.
바로 그 인물은 '대머리 CEO = 성공'이라는 공식을 알려준 Amazon이었습니다.
Amazon은 사내 메신저를 모두 Slack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Slack은 음성 및 화상 통화를 위해 Amazon Chime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Slack은 Amazon을 고객사로 가져가며 대규모 B2B 서비스에 대한 정비를 하며 더욱더 경쟁력 있는 회사로 거듭나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좋은 회사라면 누구라도 가져가고 싶어 안달이 날 수밖에 없겠죠?
(어느 나라였으면 이미 Ctrl+C, V로 망했을지도..)
이를 눈여겨보고 있던 미국의 대표 SAAS 기업 Salesforce는 무려 $27B (30조 6000억 원)에 Slack을 인수하기로 합니다.
매출은 발생을 했지만 흑자를 낸 적이 없었던 기업이었기에 반신반의하기도 했었는데 재빠르게 시너지 효과를 발견한 Salesforce가 손을 내밀었습니다.
Salesforce는 B2B 기반으로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였지만 메신저의 한계가 있었고 Slack을 인수한다면 Microsoft와의 경쟁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실제로도 증명되고 있는데요. 22년 회계연도에 대한 매출 및 수익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과연 가이던스를 지킬 수 있을지 살펴봐야겠네요.
저는 2017년에 Coupang에서 처음 Slack을 접해보고 왜 카카오톡을 안 쓰고 이걸 쓰는 거지?? 했었는데 조금 공부를 해보니 엄청나게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이 되는 것을 보며 놀랐습니다.
왜 써보고도 나는 이걸 발견하지 못했나 때때로 후회하기도 합니다.
아마 회사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부작용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는데요. 자세히 살펴볼까요??
Novo Nordisk는 덴마크에 본사를 둔 당뇨병 전문 의약회사입니다.
창립자의 아내가 당뇨병에 걸리자 인슐린이 있는 캐나다까지 찾아가 인슐린 제조법을 알아왔고 인슐린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덴마크에서 직접 인슐린을 제조하며 무료로 나눠주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현재 다양한 국가에서 제품을 팔고 있으며 전 세계에 공급되는 인슐린의 절반 이상이 Novo Nordisk 상품이라고 할 정도로 당뇨병 시장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10년, Novo Nordisk는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 기반의 당뇨병 약인 Victoza의 임상을 위해 여느 때와 같이 실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임상을 하던 도중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됩니다!
Victoza를 맞은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일어나게 되는데 바로 식욕부진과 체중감소가 일어난다는 것!
이유인즉슨, 우리가 일반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면 GLP-1이라는 물질이 장에서 생성되어 인슐린 분비를 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GLP-1이었다면 금방 사라졌겠지만 리라글루티드가 포함된 Victoza는 이를 촉진시켜 GLP-1이 13시간까지 작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당뇨에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당뇨병 약이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로 약을 개발하기로 합니다.
이번에는 당뇨병약이 아닌 다이어트 성능을 극대화 한 약을 만들기로 말이죠.
그것은 바로..
바로 리라글루티드의 함량을 늘린 Saxenda입니다.
Saxenda는 리라글루티드의 양을 기존 Victoza의 1.8mg에서 3.0mg으로 증량시켰습니다. 그 결과 Novo Nordisk 임상 당시 Victoza는 3~4kg, Saxenda는 9~10kg을 감량시켜 성공적인 다이어트 효과를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임상연구에서 체중과 관계없이 비만인 사람의 체중을 5~10%나 줄였다고 합니다.
2/3은 5% 이상의 체중감량을, 1/3은 10% 이상의 체중 감량을 했으며 특히 1/7은 15% 이상 감량을 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강남에서 유행한다는 다이어트 주사는 이 주사일 겁니다. 혹은 가짜 거나..
안타깝게도 현재 의사의 처방에 따라 맞을 수 있습니다.
BMI가 30kg/㎡ 이거나 체중 관련 질환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환)이 있으며 27kg/㎡의 경우, 30kg/㎡ 미만인 경우, 체중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국내에서도 해당 조건에 들어간다면 처방을 받아 맞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는 세마글루티드 (semaglutide) 기반의 다이어트 약을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주사제가 아닌 경구용 약도 3상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Wegovy로 알려진 이 약은 Saxenda와 비교하여 훨씬 높은 효능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68주간의 임상에서 무려 평균 15%의 체중을 감량했다고 합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FDA 허가를 받아 출시했으며 한국시장에도 곧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두 회사의 상황을 보면 서로 다른 상황이었습니다.
Slack은 자신의 사업 자체가 없어진 상황이었고 Novo Nordisk는 엄청난 비용의 R&D 투자가 물거품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냐에 따라 이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회사 모두 현재는 확실한 수익원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위와 같은 일들은 스타트업 기업들에서 흔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보조 배터리 대여사업으로 시작했다가 실패 후, 직원의 아이디어를 통해 스푼라디오로 피봇팅 하여 성공한 사례들도 있습니다.
실패가 두려우면 시작도 할 수 없듯이, 과감하게 부딪혀 실패한다면 다음 도전은 성공적일 거라 믿습니다.
저 역시 다양한 회사들을 다녔다 보니 오히려 대기업보다 효율적인 부분들도 있다고 느낍니다. MVP로 만든 서비스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상여금보다도 더 뿌듯한 무언가가 있죠. 언제나 부딪히고 실패하고 배워가며 느낀 것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꼰대 같나..?)
지금도 어디선가 고민하고 있을 스타트업의 대표분들 그리고 함께 꿈을 향해 가는 스타트업 팀원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필자의 한 마디
갑자기 Peter Thiel의 Zero to One이 땡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