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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미리내 Jul 06. 2024

매일의 투덜거림

7.1 등원하는 어린이집 버스를 둘러싼 어른들의 힘찬  손인사. 조부모를 위시한 일군의 어른들이 한껏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든다. 배웅을 받는 아가보다 하는 어른들이 더 힘을 얻는다는 걸 조카가 생긴 이제는 안다. 잠시 휴식이다


7.3 1년간 하던 화상영어가 끝났다. 드라마틱한 성장은커녕 한 선생님과 친해진 덕에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익숙함만 남았다. 선생님의 언어이해력만 늘린 1년이여


7.4  밤새 바람이 불었다. 앞뒤 베란다 창을 열어뒀더니 온 집안이 바람길이 되었다. 초여름 딱 이때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질감과 무게감을 가진 바람이 밤새 내려앉은 덕에 어딘가 신비로운 곳으로 갈듯한 설렘으로 심장이 두근거려 밤새 잠을 설쳤다. 원더랜드 혹은 somewhere over the rainbow로. 성장하되 늙지 않을 나의 감성이 향할  곳


7.5 횡단보도 사고를 마주했다. 보행자는 미동 없이 뜨겁던 도로 중간에 누워있고 그 앞에 쭈그려 앉아있던 누군가. 하루의 무사함과 일상의 지루함을 이런 식으로 안도하게 될 때 명치가 두근거린다.


7.6 구조 때문에 식기세척기 설치에 실패했다. 카드 취소 될 백만 원 돈의 다음 쓰임을 재빨리 굴려봤다. 실체 없는 돈의 행보는 이리 발 빠른데 어째서 내 몸은 산책 한 번에도 이리 미적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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