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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같은 엄마

어제는 화내고 오늘은 감동받는 갈대 엄마...

by 해나

오늘은 우리 지역 문화회관에서 딸이 다니는 바이올린 학원의 정기연주회를 해서 가족이 함께 다녀왔다.

몇 달간 딸은 자신의 독주곡인 <륄리 가보트>라는 곡을 열심히 연습해 왔다.

오늘이 드디어 연주회날


2분 20초 연주하는 동안 독주곡을 연주하는 딸을

바라보면서 혹시나 실수해서 속상해하진 않을까

끝까지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엄마의 걱정이 무색하게 우리 딸이 끝까지

잘 연주해서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살짝 눈물이

나올 거 같기도 했다.

인터넷 쇼핑으로 급하게 마련한 무대의상도

찰떡같이 어울려서 마치 맞춤복같이 느껴졌는데

도치 엄마 눈엔 디즈니 공주같이 보였다.


어제는 아이가 수학 문제를 많이 틀렸다고 화내고 꾸짖는 엄마였는데, 오늘은 바이올린 연주를 잘 해냈다고 감동받는 나란 엄마.. 갈대 같은 엄마라니.. 부끄럽기도 하고 그렇지만 유연하다고 포장해 본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해서 3년간 중간에 이사 두 번 하는 동안에 좀 쉬는 시기도 몇 번 있었는데 그래도 끈은 놓지 않고 이렇게 배워서

오늘 이렇게 문화회관에서 하는 연주회에도 참여하니 기특한 마음이다.


나는 바이올린에 바도 모르지만 다행히 남편이 어렸을 때 바이올린을 배워서 딸과 말이 통한다. (우리 어머님은 그 옛날에도 남편에게 다양한 사교육을 시켰던 열정 엄마셨다고 한다.)

우리 부부 중에 한 명이라도 바이올린을 알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부모가 아이가 하는 걸 알면 이해의 폭이 더 넓고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다.


바이올린에 대해 나는 잘은 모르지만

오늘 아이 연주 중간에 비브라토(음이 미세하게 떨리도록 만들어 아름답게 연주하는 기법)를 했을 때 감동받아서 조금 눈물이 날 뻔했다.


오늘 아이는 륄가보트를 독주하고 다른 친구들과 합주로 쇼스카코비치 왈츠,

그리고 선생님 포함 연주자 전원 라데츠키 협주곡 이렇게 총 3곡을 연주했다.


오늘 원장님께서 연주회를 시작할 때 해주셨던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요즘 인터넷으로 검색 클릭 한 번이면 외국의 미술작품을 바로 볼 수 있는데 왜 굳이 해외에 가서 그림을 보러 갈까? 그건 바로 오리지널 원본의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

그건 바로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 무대에서 연주자가 연주하는 그 시간을 느낄 수 있는 예술이라고..

그 말씀이 마음에 깊게 와닿았다.


우리 딸의 오늘 연주를 함께 한 그 시간의 예술의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글로 남겨본다.

그리고 오늘 딸이 무대에 섰던 그 경험이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자신감과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너의 인생에 예술이 친구처럼 함께할 수 있는 충만한 삶이 되길 바라.

오늘 정말 멋지고 감동받았어. 갈대같은 엄마는 딸내미한테 미고사(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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